[은혜의 샘물] D 권사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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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D 권사님의 기도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4.03.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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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지난 3월 10일 주일, 우리 교회가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교회에서는 나눔 콘서트, 성경퀴즈대회, 총동원 순 모임, 걷기대회(플로깅), 30주년 간증, 쌀 기부 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감사와 기쁨을 누리며 하나님께 영광을 드렸다.
그날 오전 예배 때, 우리 교회에서 연세가 가장 많으신 D 권사님께서 기도 인도를하셨다. 96년 동안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오시며 연륜이 배어 있는, 삶의 소소한 진리를 풀어낸 기도는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한 마음을 담으셨다. 지나온 삶에 대한 감사, 교회의 사명, 환우들과 교우들의 가정, 나라와 민족의 안위까지 담은 은혜로운 기도였다. 
권사님의 차분하고 낭랑한 목소리에 예서제서 ‘아멘’소리가 이어져 나왔다. 우리의 심금을 울리시며 우리 모두가 기도에 푹 빠지게 하셨다. 마치 모세가 자기 민족을 위해 축복 기도를 해 주시는 모습이 연상되었고,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안 들어주시면 안 될 것 같았다. 
권사님은 그 기도문을 열흘 전에 완성하시고 아침마다 금식하며 읽고 또 읽으시며 수정도 하고 스스로 은혜를 받으셨다고 따님인 김 집사가 귀띔을 해 준다.
기도문만으로는 당시의 현장감(現場感)을 도저히 살릴 수 없겠지만 그 내용을 몇 군데 옮겨 본다. 
-‌ ‌지난 세월 돌아보면 사망 골짜기를 지나고, 벼랑 끝에 섰던 순간마다 언제나 아바 아버지께서 함께 하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감사합니다. 
- ‌주의 제단에서 날마다 늙은이는 꿈을 꾸고, 젊은이는 이상을 보는 역사가 충만하기를 원합니다.
- ‌처처에 재난과 전쟁의 소식이 있습니다. 저는 96년 동안 살아오면서 전쟁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잘 압니다. 아버지, 이 땅과 이 민족을 불쌍히 여기사 우리 민족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아버지께서 보살펴주시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예배 후 식사를 하면서까지 권사님의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고, 그런 기도를 자주 듣고 싶다고도 했다.  
권사님은 일찍이 평양에서 여학교를 졸업하신 인텔리이시다. 지금 96세이신데도 편찮으신 데가 없다고 한다. 기도로 시작하는 규칙적인 일상생활과 꾸준한 독서, 시사와 교양 프로그램 중심의 텔레비전 시청, 절제생활, 무욕(음식, 인간관계, 물질)이 건강 유지의 비결이라고 하셨다. 권사님은 일상의 삶에서 하나님 마음으로 이웃에게 베푸는 생활을 많이 하신다.
늘 인자하신 모습에 단정하신 차림으로 예배에 참석하신다. 부모님 대부터 신앙생활을 하신 권사님은 10여 년 전부터 성경 필사를 시작하셔서 성경 전체를 세 번이나 쓰셨고, 로마서, 시편, 잠언 등은 즐겨 읽으시기 때문에 여러 번 쓰셨다고 한다.
20여 년 전, 우리 교회에서 특별 기구로 노인평생교육원을 설립한 적이 있다. 찬양과 예배, 주제 강의, 건강 체조, 현장 견학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했다. 권사님은 늘 일찍 나오셔서 수강생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사랑의 대화를 나누시고 강사들을 도우셔서 원만한 진행이 되도록 힘써 주셨다. 또, 각 지역 노인정을 다니시며 노인들의 참여를 독려하시기도 하셨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필자가 ‘한국 전래동화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을 때, 권사님께 예고도 없이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를 구연해 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권사님은 주저하지 않으시고 선녀와 나무꾼을 실제로 만나보신 것처럼 실감 나게 구연하시며 끝부분에서 그 이야기의 변이형과 교육적 의미까지 부연 설명하셨다. 강사 역할을 다 하신 것이다. 내가 덧붙일 필요가 없을 만큼 말이다. 
온 교우들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받으시는 권사님. 내내 건강, 장수하셔서 우리에게 훌륭한 삶과 신실한 신앙의 가르침을 주시길 기도드린다. 그나저나 교회 설립 50주년(2044년)이면 내가 딱 그 나이인데, 하나님께서 건강의 복을 주셔서 권사님처럼 대표기도를 하고 싶다면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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