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도록 ... ‘소망의 둥지’가 되어주세요”
상태바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도록 ... ‘소망의 둥지’가 되어주세요”
  • 여주=김태현 기자
  • 승인 2024.03.27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다시 일어서는 ‘부활’ : 수용자 회복 돕는 ‘소망교도소’입소부터 3개월간 개인과 가정의 회복에 집중

평균 재복역률 25.18%…소망교도소는 약 8%
출소 후 6개월까지 지속적 돌봄으로 정착 도와
80% 비기독교인 입소, 나갈 때 50% 신앙 가져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어둠에서 빛으로 용기를 내 나아오는 형제들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새로운 삶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소망교도소 수용자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출소한 수용자가 3년 이내 다시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재복역률은 국내 평균 25.18%. 하지만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여주 소망교도소의 재복역률은 8%에 불과하다. 400명의 수용자들은 소망교도소에서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 교화보다는 돌봄에 가까운 수용자 관리가 그들의 내면부터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거듭남과 회복 공동체’라는 운영철학으로 수용자 선발부터 모든 교육과 훈련 그리고 출소 후 돌봄까지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돕는 소망교도소를 찾아가 보았다.

입소 후 적응 기간이나 고충이 있을 때 언제든지 신청하면 교도관과 1대1 상담을 할 수 있다.
입소 후 적응 기간이나 고충이 있을 때 언제든지 신청하면 교도관과 1대1 상담을 할 수 있다.

자활 의지를 키우는 입소 교육
소망교도소가 수용자 변화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시간은 입소 후 3개월이다. 수용자들의 이력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공통의 감정이 있다. 바로 교소도 입소에 대한 충격과 자괴감, 가족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 등이 혼재해 있는 것. 소망교도소는 이런 모든 감정을 딛고 일어서 온전한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중에서도 입소부터 3개월 동안 진행하는 입소 교육은 회복을 향한 첫걸음이다.

먼저 수용자들의 빠른 적응을 위해 오리엔테이션과 생활 안내를 진행한다. 이때 수용자들의 마음 문을 열기 위해 교도관이 1대1로 상담도 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여럿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상담이 끝나면 심리검사와 회복탄력성 검사를 실시한다.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입체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수용자의 진정한 내면 변화로 인도할 수 있으며, 획일화된 교육과 훈련은 교도소 입장에서는 편하고 경제적일지 몰라도, 수용자의 내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음을 연 수용자들을 위한 첫 회복 사역은 바로 ‘아버지학교’다. 대다수의 수용자들이 소위 말하는 ‘깨진 가정’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나고 자란 가정에 대한 원망과 더불어 사회에 남겨진 가족에게 상처를 줬다는 미안함을 강하게 느낀다. 이러한 마음속 응어리가 아버지학교를 통해 풀리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버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부족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입소 교육의 백미는 3개월째에 진행되는 가족 초청 수료식이다. 아버지학교와 교육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을 회복한 신입 수용자들은 가족에게 사과하고 용서받는 과정을 통해 사회 복귀와 회복에 대해 강한 다짐하게 된다.

김영식 소장은 “아버지학교를 통해 수용자들은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특히 세족식을 할 때 숨죽여 울며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잡는 수용자가 많다”고 전했다.

입소 교육이 끝나고 수료식에서 수용자가 아내의 발을 닦아주고 있다.
입소 교육이 끝나고 수료식에서 수용자가 아내의 발을 닦아주고 있다.

직업훈련부터 출소 돌봄까지
적응 기간을 거친 수용자들은 본격적으로 교화교육과 직업훈련에 참여한다. 형식적인 변화가 아닌 속사람의 온전한 변화를 추구한다.

수용자는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인문학, 음악(예능), 미술(공예), 전인회복 교육 중 하나를 받는다. 사회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와 창조적 행위를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특히 전인회복은 신앙훈련에 맞닿아있는데 입관체험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회개하는 역사가 자주 일어난다.

교육과 더불어 직업훈련도 병행된다. 출소자의 성공적인 사회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직업훈련과 교도작업을 실시한다. 직업훈련으로는 바리스타, 제과제빵, 산업 설비, 미용 등이 있고 교도작업으로는 코딩, 금속공예 등이 있다.

김영식 소장은 “비록 출소자의 약 10% 정도만이 직업훈련 받은 업종으로 취업하고 약 15~20%가량만 관련 업종으로 창업한다. 하지만 직업훈련의 목적은 취창업에만 있지 않다”며 “출소 후에 다른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수형 기간 중 직업훈련을 통해 느낀 성취감과 성공 경험을 가지고 훌륭히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출소를 앞둔 수용자들은 사회 복귀를 집중적으로 준비한다. 이를 전환관리라고 하는데, 사회적응 교육과 취업 지원이 이루어진다. 특히 소망교도소의 전환관리는 특별하다. 출소 전 6개월부터 출소 후 6개월까지 총 1년 동안 관리한다.

신앙훈련이 병행되는 출소 준비는 성공적인 사회적응을 통해 재복역률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사회적응 멘토가 되어 수용자들을 돕는다. 특히 수용자들에게 도전이 되는 프로그램은 ‘홈커밍데이’이다. 소망교도소의 홈커밍데이는 1년에 두 번 지정된 교회에서 진행되는데 기존에 이미 출소한 수용자들이 출소예정자들을 만나 사회에서의 정착 경험을 나누고 응원하는 시간을 갖는다. 홈커밍데이를 통해 출소예정자들은 사회로 다시 발을 디딜 용기를 얻는다.

출소한 후에도 소망교도소는 관리의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 김영식 소장은 “출소 후 6개월이 가장 주의해야 할 시기”라며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갱생보호시설, 범죄예방단체, 지역교회와 연결해 출소자들이 다시 죄에 빠지지 않게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망교도소 전경
소망교도소 전경

아무리 잘 짜인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참여자의 의지가 부족하거나 참가율이 낮다면 소용없다. 그러나 소망교도소의 프로그램은 그런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수용자들이 소망교도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김무엘 사회복귀과장은 “소망교도소의 모든 프로그램은 자율 참여가 원칙이다. 그러나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우리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이유는 수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문화를 이미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복음전파도 자발적으로 일어난다. 김영식 소장은 “최초로 이송되어 올 때, 80%는 비기독교인이다. 그러나 출소할 때는 50% 이상이 기독교인이 되어서 나간다”고 말하며 “그렇다고 직원들이 수용자들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일절 없다. 그들 스스로 복음을 듣고 은혜로 변화받는다”고 덧붙였다.

‘거듭남과 회복 공동체’
한편 소망교도소의 낮은 재복역률은 면접을 통해 상대적으로 교화하기 ‘좋은’ 인원을 뽑았기 때문이라고 폄하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소망교도소 김영식 소장은 “판단 기준은 오로지 교육 의지가 있는지, 변화의 결심이 섰는지, 프로그램 이수를 위한 의사소통 능력이 충분히 갖추어졌는지 뿐이다”라며 “법무부에서 수용인원의 2배수로 1차 선별하면 소망교도소에서 면접 후 기준에 따라 1.5배수의 인원을 선정하고 최종적으로 법무부에서 결정한다. 소망교도소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영식 소장은 오히려 수용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마약사범이나 조직폭력사범이 다른 범죄로 인해 소망교도소에 입소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송되어 오는 인원의 80%는 비기독교인이지만 20%는 기독교인이다. 소망교도소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수용자 이태종(가명) 씨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닌 기독교인이다. 형이 확정된 후 좌절하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지만 소망교도소를 만난 덕분에 두려움과 낙망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태종 씨는 “소망교도소에서 자연스럽게 기독교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운을 뗐다. “처음에는 낙담했지만 직원분들의 따뜻한 모습에서 예수님을 봤고 같은 처지의 수용자들이 기도해준 덕분에 신앙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감사하게도 사회에서 하던 일을 교도작업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출소 후에도 관련 업무를 하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태종 씨는 출소 후 어린이 전도용 책자와 신앙서적을 만들겠다는 꿈을 밝혔다. 비록 지금은 수용자 신분이지만 사회로 나아가서는 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도 했다.

너른 하늘로 날아갈 ‘소망둥지'
수용자들과 출소자들은 소망교도소를 ‘소망둥지’라고 부른다. 아기새가 둥지에서 어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너른 하늘로 날아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수용자들도 소망교도소의 세심한 돌봄을 통해 죄의 사슬을 끊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채비를 하기 때문이다.

보금자리 같던 소망교도소를 떠나 세상에 나아온 ‘형제들’은 차가운 편견과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은 손가락질하더라도 교회는 우리도 용서받은 죄인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편견 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원을 완성하신 부활절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오는 소망교도소 ‘형제들’. 그들에게 한국교회가 또 다른 ‘소망의 둥지’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