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이사야·예레미야보다 앞선 북왕국의 예언자 호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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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이사야·예레미야보다 앞선 북왕국의 예언자 호세아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4.03.2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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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24) - “너희는 내 백성이 아니요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지 아니하리라”(호 1:9)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다니엘에 뒤이어 나오는 열두 권의 예언서를 소예언서 혹은 소선지서라고 부릅니다. 이 명칭은 그 열두 권이 앞의 네 권에 비해 길이가 짧다는 사실을 표현할 뿐, 그 예언을 전해준 예언자들의 중요성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사실 호세아는 연대상으로 이사야, 예레미야보다 앞설 뿐 아니라 대다수 예언자들과 달리 북왕국 이스라엘 출신으로 북왕국을 향한 예언을 많이 남겼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호세아는 여호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사이를 부부지간에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에게 헌신하겠다는 언약을 통해 부부가 되듯 하나님과 이스라엘도 영적인 ‘혼인 서약’을 한 언약의 파트너라는 것이 그의 메시지 저변에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호와 신앙을 버리고 가나안 종교를 좇는 이스라엘의 행태는 영적 간음행위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사실 그같은 판단은 “나는 너희 중에 행하여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니라(레 26:12)”라는 시내산 언약에 비추어 지극히 당연했지만, 그 누구라도 이스라엘을 향해 영적인 간음을 저지른 음녀라고 비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 왕실을 비롯한 권력층과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이방 종교를 퍼뜨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받기 위해 산 위에 올라간 사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여호와라 불렀던 이스라엘입니다(출 32:4). 이후 수백 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속사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성전의 제사와 아침저녁 기도가 올려졌지만, 그들의 마음은 남편 되신 여호와로부터 멀리 떠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전 8세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호세아의 예언은 오래된 상처를 다시금 후벼파는 불편한 메시지였습니다. 

놀랍게도 호세아는 신앙의 정절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결혼을 내던집니다. 애초에 평판이 나쁜 ‘음란한 여인’을 찾아 결혼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 마땅한, 예언자로서 부적절한 이 행동은, 오롯이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처음 호세아에게 말씀하실 때 여호와께서 호세아에게 이르시되 너는 가서 음란한 여자를 맞이하여 음란한 자식들을 낳으라 이 나라가 여호와를 떠나 크게 음란함이니라 하시니(호 1:2)” 남편 아닌 남자를 좇고 누구 자식인지 알 수 없는 자식들을 데려올 그 여인이 호세아의 사랑과 헌신의 대상이라니, 얼마나 가혹한 요구입니까. 그러나 호세아는 이 명령에 묵묵히 순종합니다. 고멜이라는 여인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아이를 이스르엘이라 부릅니다. 이스라엘의 신앙과 국운이 기울 것을 설명하는 이름입니다(3~5절). 고멜이 둘째를 낳습니다. 그 딸에게는 로루하마, 즉 ‘긍휼을 입지 못한 자’라는 이름이 주어집니다. 다시 아들을 낳습니다. 그의 이름은 로암미 즉 ‘(너희는) 내 백성이 아니다’입니다(6-9절). 이들의 이름은 예언 메시지의 축약본과 같습니다. ‘내 백성을 구원하리라’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호세아가 감당해야 할 ‘이름값’은, 그를 부르신 하나님의 심정을 대변하기 위한 자기희생이었습니다. 

자신을 버릴 여인과 결혼해 아비 모를 자식들을 낳고 어색한 이름들을 지어주고 키워내면서 온 백성의 놀림감이 되는 예언자라니! 아무리 사명에 진실해야 한다지만 이렇게까지? 묻고 싶어질 때 우리는 하늘 보좌를 비우시고 인간이 되시어 말구유에 자신을 의탁하신, 그리고 죽기까지 자신을 낮추신 예수님을 기억해봅니다(빌 2:6~8). 아버지의 뜻을 가감 없이 전하신 참 예언자이셨던 그분을.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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