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입양가족은 특별하다구요? …“때론 웃고 울며 지지고 볶는 현실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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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입양가족은 특별하다구요? …“때론 웃고 울며 지지고 볶는 현실 가족입니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3.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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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생명으로⑦가슴으로 낳은 자녀 ‘입양’

“갓난아기의 아이들, 사춘기 지나 어느덧 청년으로”
목산교회의 생명 사랑의 가치, 입양운동으로 이어져

새하얗고 뽀얀 얼굴의 아기, 안으면 부서질 것 같은 작고 여리여리한 모습이었지만 유난히도 팔과 다리가 길었던 첫째 딸과의 첫 만남이 아직도 두 눈에 선하다. 처음엔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아기를 자신이 키워도 될지 생모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단다.

10여 년 전 두 딸을 입양한 최현숙 성도(52‧수명산교회)는 지난 2012년 처음 만난 첫째 딸과의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조금 늦은 나이에 결혼해 가정을 꾸린 그는 남편과 두 부부가 살아가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교회에서 자녀를 입양해 키우는 건강한 가정의 사례들을 접하면서 어느 순간 ‘거룩한 부담감’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땅에서 크리스천으로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입양’이 될 수도 있단 생각에 기도함으로 하나님의 뜻을 구했고, 마침내 ‘가슴으로 낳은’ 두 딸의 엄마가 됐다.

“지금은 그 아이가 자라 어느덧 12살이 됐고 첫째와 둘째 딸이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스러운 자매로 커가고 있습니다. 큰 사명감 때문에 입양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앞서 건강하게 가정을 세워간 교회의 모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정이었습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중앙로 목산교회(담임:김석진 전도사)는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구명’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교회의 최우선 사역으로 삼고 있다. 생명이 유지되지 못한다면, 복음을 전하는 일도 불가능하단 인식에서다. 이러한 인식 아래 낙태반대운동을 시작한 목산교회는 생명을 포기하려는 미혼모를 대상으로 “우선 아이를 낳아 생명을 지켜야 한다”며 적극적인 상담 활동을 펼쳤다.

‘가슴으로 낳은 생명’인 입양아를 키우고 있는 입양모들을 만났다. 사진에서 왼쪽부터 이현경 집사, 최현숙 성도, 임춘재 성도, 최정화 성도.

처음부터 입양을 염두하고 생명 운동을 전개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교회에 뿌리내린 생명 사랑의 가치는 성도들의 공개입양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목산교회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열다섯 가정이 총 21명의 아동을 입양했다. 이후 교회의 확장보다 ‘생명 사랑’의 가치를 지역사회에 널리 전파하기 위해 목산동부교회와 수명산교회를 지교회로 세웠다.

그렇게 ‘가슴으로 낳은 생명’인 입양아를 키우고 있는 5명의 입양모를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로 프로라이프 건물 5층에서 만났다. 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무언가 다른 ‘비범한’ 엄마의 모습을 상상했다. 출산율 꼴찌 국가에서 적게는 하나, 많게는 둘 이상의 자녀를 입양해 키운다니 세상을 역행하고 있는 이들이 분명했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을 깨고, 이들은 교회의 ‘생명운동’이 아니었더라면 자신들도 입양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또 입양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다시 입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가슴으로 낳은 내 아이”라는 가슴 뭉클한 고백을 전했다.

교회의 생명운동이 ‘입양’의 결실로

김성옥 성도(53‧동부교회)는 이미 딸 하나를 둔 상태에서 지난 2000년과 2004년에 각각 두 아들을 입양했다. 그는 “결혼하고 목산교회에 왔는데, 목사님이 늘 설교에서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당시 교회에서는 자녀가 있는 가정이 둘째를 갖는 것을 오히려 미안해하는 문화가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녹아들면서 첫째 아이를 낳고, 둘째 아기를 계획하던 상황에서 입양을 결정했다. “태아의 생명을 살려만 주신다면, 그 아이를 맡아 키우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입양한 아이들이 지금은 장성한 청년들이 됐다.

처음 입양을 주저했던 것은 임춘재 성도(61‧목산교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교회 안에 입양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그에게 입양아와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소명을 다했다고 여기던 차였다. 그러던 중 교회에서 연장아(만 1세 이상 아동)의 입양을 놓고 기도하는 자리가 마련되면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가 4살이었기에 입양이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청소년기의 두 자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자마자 입양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한창 아이가 예쁠 때 데려왔는데, 정말 사랑스러운 행동을 많이 해 천사처럼 느껴졌다”고 당시를 감동을 전했다. 이후 그는 입양 부모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연장아의 입양 특성을 공부하며 온전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사랑으로 키운 아이는 어느덧 스무살이 넘은 대학생 청년으로 자랐다.

생후 21일의 갓난아기를 입양해 어느덧 사춘기 소녀로 성장한 딸을 둔 성도도 있다. 최정화 성도(47)는 첫 딸을 키우고 둘째를 계획하던 시기, 유산의 아픔을 겪고 입양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정의 소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입양을 결정했다. 행여나 입양아를 첫째보다 사랑하지 못하면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주저하던 입양이었다.

하지만 교회 공동체 안에서 꾸준히 기도하면서 입양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는 “그간의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딸과 너무 교감이 잘 되어서 진짜 내가 낳은 것 같다는 착각이 들 때도 많다. 그만큼 내 딸인 것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면서 “지금은 생기발랄한 17살 딸로 너무 잘 자라고 있다”며 친딸 못지않은 애정을 자랑했다.

사진에서 왼쪽부터 이현경 집사, 최현숙 성도, 임춘재 성도, 최정화 성도.

‘성장통’ 이후 온전한 가족으로 발돋움

미디어에서 입양가족은 때론 어린 생명을 지켜낸 ‘아름다운 가족’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아기가 성장해 ‘입양 자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부모는 수많은 인내와 헌신을 감내해야 한다. 입양가정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자녀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자신이 입양 자녀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시기다. 입양 가정에게는 마치 ‘통과의례’와도 같은 고통이다.

특히 입양아들은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의 또래관계와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이 남과는 다른 가족의 형태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질풍노도의 시기, 입양아동의 경우 자아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더욱 큰 감정적 변화와 충격을 경험할 수 있다.

이현경 집사(49‧목산교회)는 2010년 셋째로 막내딸을 입양했으며, 올해 열네 살이 됐다. 그는 “딸이 조금 일찍 사춘기를 경험한 것 같다. ‘엄마가 이래도 날 사랑해?’라는 식의 일종의 테스트와 같은 반항의 시기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온전히 자녀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과정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딸이 열 살이 되던 무렵 그에게 손 편지를 통해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면서 “엄마가 이해해달라”는 속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간을 거친 후 그의 가족은 더욱 끈끈해졌다. 각각 기질이 다른 삼남매 역시 돈독한 우애를 자랑한다. 이 집사는 “지금 남매는 누가 입양아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사이좋게 지냈고, 독립적인 언니와 오빠와 달리 막내는 가정을 하나되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옥 성도는 “아기가 말을 알아들을 때부터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자 핏줄과 상관없는 엄마 아빠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줄곧 해왔다. 하지만,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다 보니 자신의 뿌리에 대해 추상적인 답변이 아닌, 실질적인 답을 원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그저 기도밖에 수밖에 없었던 긴 터널의 시간을 지나왔다. 그는 “새벽예배에 나와 기도하며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 앞에 항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는 아이대로 다루시지만, 하나님은 저를 다루기 원하셨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두 아이 모두 마음을 추스르고, 조금씩 내면의 힘이 커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직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안도하는 마음으로 감사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목산교회는 자녀들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는 공개입양을 지향하고 있다. 사실 혈연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는 과거엔 자녀의 입양을 공개하기를 꺼려왔다. 입양 사실이 알려질 경우 아이가 정서적 충격을 받거나 가족을 ‘비정상가족’으로 바라보는 편견을 피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2010년부터는 입양 부모와 당사자가 입양 사실을 밝히는 ‘공개입양’의 긍정적 측면이 부각됐고, 전문가들은 자아정체성이 확립되기 시작하는 유년기부터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오랜 기간에 걸쳐 보다 상처를 잘 극복할 수 있고 분석하고 있다.

“입양아동 품기”…교회라서 할 수 있는 일

이들은 한결같이 “입양은 교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교회의 생명 운동에 동참한 결과 자연스럽게 ‘입양’에도 마음을 모으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입양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라 모든 크리스천 가정에 맡겨진 ‘사명’이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교회의 노력은 성도들의 공개입양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목산교회 야외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의 모습.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교회의 노력은 성도들의 공개입양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야외예배를 드리는 목산교회 성도들의 모습.

천하보다 귀한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고 있는 교회가 생명 운동에 앞장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현경 집사는 “입양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분명하다. 우리는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자들”이라며, “요즘처럼 아이를 낳거나 키우지 않으려는 시기에 자녀를 입양하는 복을 누리길 바란다”고 권했다.

또한 그는 “입양을 해서 힘든 것만은 아니다. 내가 낳은 아이라 할지라도 힘든 기질이 있다. 자녀가 나의 소유가 아닌 하나님의 소유라는 고백이 있다면 입양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교회 내 입양가정 모임이 든든한 정서적 지지체계가 되어주었다. 최정화 성도는 “제가 감당하기 힘들 때 교회의 성도들이 함께 기도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교회가 입양을 자연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이고, 공동체가 하나 돼 돌봄에 힘쓸 때 세상 속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입양가족에 대한 가치가 너무 높다면 자칫 현실 속 입양가족의 모습을 보며 실망할 수도 있다. 다른 가정과 동일하게 때론 웃고 울며 ‘지지고 볶는’ 일상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양아가 자신이 입양아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완충제’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버팀목이 교회가 되어야 할 때다. 임춘재 성도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먼저 설교 강단에서부터 생명에 대한 가치를 말하고 나눈다면, 성도들도 자연스럽게 입양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며, “작은 관심이 입양에 대한 인식과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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