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연합예배 조직적 참여 결의 없었다” 화들짝 해명 나선 NC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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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연합예배 조직적 참여 결의 없었다” 화들짝 해명 나선 NCCK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3.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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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 22일 임시 실행위 열고 부활절연합예배 참여 관련 논의
오해 소지 남기고 게으른 대응, “NCCK가 문제 키웠다” 비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김종생 목사·NCCK)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부활절연합예배 참여 여부와 관련해, 애당초 부활절연합예배 참여하기로 결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NCCK는 최근 명성교회에서 드려지는 부활절연합예배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일 진행된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 NCCK 실무자가 참석해 발언한 이후, ‘보수와 진보 연합기관이 부활절연합예배를 함께한다’는 기사가 보도된 것이 원인이 됐다.

보도를 접한 몇몇 NCCK 구성원들은 ‘목회지 세습’ 문제의 중심에 있는 명성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NCCK 프로그램위원장들과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우려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부 청년위원들이 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사태가 격화될 조짐이 보였다. 이에 NCCK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2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임시 실행위원회를 소집했다.

NCCK 내부에서는 오해와 오보가 낳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총무 김종생 목사는 “NCCK가 부활절연합예배에 조직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의한 바가 없는데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문제다. NCCK는 지난 1월 조직 차원의 부활절연합예배 참여 여부 결의를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도 참여 여부를 결의할 필요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NCCK는 조직적으로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말씀드린다. NCCK 회장이 초청돼 축사를 맡는 정도는 의례적인 차원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실행위원들은 NCCK가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여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관련 보도에 관한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나아가 올해는 개최하지 않기로 한 NCCK 부활절 예배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격론 끝에 입장문 발표와 부활절 메시지, NCCK 자체 부활절 예배에 관한 결정은 임원회에 위임하는 것으로 실행위원회는 마무리됐다.

NCCK는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사건의 단초는 NCCK에서 제공했다는 평가다. 우선은 부활절예배 관련 결정을 내린 지난 1월 25일 정기실행위원회의 결의가 오해를 낳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NCCK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NCCK 실무자는 ‘현재 교단장협의회가 진행하고 있는 부활절연합예배에 본 회 회원 교단도 적극 참여해서 본 회의 가치를 적극 담아내기로 하다’고 보고했고 실행위원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적극 참여하기로 결의한 것은 ‘NCCK의 회원 교단’이지 ‘NCCK’ 조직 자체가 아니라는 해명이지만 다르게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논란은 지난 7일 교단장회의에 참석한 실무자의 발언으로 증폭됐다. 그는 회의 현장에서 ‘회원 교단이 참여하기로 결의했다’는 결의 내용을 알림과 동시에 “일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부활절 예배를 모든 교단과 함께 드리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든 교단과 함께’라는 표현은 ‘NCCK가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여한다’고 해석해도 이상할 것 없는 발언이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신속히 대응하지 않은 NCCK의 태도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실무자가 교단장회의에 참석하고 ‘진보, 보수 교계가 함께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린다’는 내용의 최초 보도가 나간 날짜는 지난 7일이다. 하지만 22일 실행위가 개최되기까지 NCCK는 이에 관련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어떠한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다. ‘부활절연합예배에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NCCK의 분명한 공식입장이라면 신속히 대응해 논란을 잠재웠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소가 명성교회라는 이유만으로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에큐메니칼 진영의 모습도 주목된다. NCCK 회원 교단 중 목회지 세습을 실행에 옮긴 교회와 교단이 비단 예장 통합과 명성교회뿐만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이날 한 실행위원 역시 “NCCK 회원 교단 중에도 세습한 교회가 많이 있다. 그곳에서 매일 같이 시위를 열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특정 교회 하나를 비판하기 위해 달려드는 것이 NCCK의 정신은 아니라고 본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NCCK는 2015년부터 자체적으로 드려오던 부활절 새벽예배를 올해 드리지 않는 대신, 성금요일인 29일 세월호 10주기를 맞은 유가족들을 찾아 위로와 부활의 소망을 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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