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주차 황금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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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주차 황금률
  • 서장국 장로
  • 승인 2024.03.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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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국 장로/천안백석대학교, 백석대학교 어문학부 교수
서장국 장로/천안백석대학교, 백석대학교 어문학부 교수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7:12)는 말씀은 예수님의 산상수훈에 나오는 소위 황금률(Golden Rule)로 불린다. 황금률은 기독교 윤리의 핵심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의 정수로 여겨진다. 

다른 종교뿐만 아니라 특히 중국 고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금언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본 논어에 나오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내가 원치 않는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라든가 맹자의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말도 성경의 황금률과 일맥상통하는 메시지다. 그러나 예수님의 황금률은 긍정적인 관점에서 주도적으로 사랑을 실천하도록 가르치고 계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자칫 이러한 황금률을 인간관계에 관한 하나의 금언 내지는 표어로 추상화시켜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오늘날 이러한 황금률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을 주변에서 쉽게 목격하고 아쉬워한다. 이는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터미널, 기차역, 공원, 도서관, 식당, 공중 화장실 등과 같은 공공장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은 우리가 흔히 통행하는 자동차 주차장에서 황금률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매스컴을 통해서 우리는 낯을 부끄럽게 만드는 주차장의 ‘갑질’ 행태를 빈번하게 접해온 터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를 가로 막아 다른 차량의 출입을 방해하는가 하면 주차 칸을 두 개 쓰는 경우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그리하여 지역의 어느 아파트에서는 ‘갑질’ 주차 차량 사태에 직면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민원 삼진아웃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거주하는 아파트나 주택가에서도 부주의한 주차 관행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올바른 주차 행위야말로 이 시대 우리가 꼭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할 황금률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주차 공간이 부족한 지역에서 주차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부주의한 주차로 인해 급기야는 언쟁과 물리적 싸움으로 사태가 쉽게 번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늦은 밤 혹은 궂은 날씨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여 주차공간을 찾아 헤맸던 경험은 누구에게든 한두 번은 있었을 것이다. 여러 차례 선회하다가 어렵게 공간을 찾았는데 다른 차량이 선을 침범하여 주차한 탓에 그 곳에 주차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그 난감함이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 차량이 아니 차주가 원망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그리고 남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를지도 모른다.

이는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많은 갈등과 충돌이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에서도 이러한 주차선 위반 차량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마주할 때 마다 주차를 잘 해야겠다고 내 자신을 다독인다. 그래서 나는 주차할 때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특히 어두운 곳에 주차할 때는 제대로 주차되었는지 몇 번을 내려 확인하고 들어갈 때도 있다.

물론 주차를 똑바로 잘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심이 꼭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배려가 많은 사람 중에도 그러한 의식이 없이 그냥 자기 편하게 습관적으로 주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경 써서 주차를 잘 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는 최소한 남에 대한 배려심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이 손수 가르쳐 주신 황금률을 우리 삶에 실천하며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주차 황금률을 마음 판에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남이 나를 배려하여 주차해주기 원하는 대로 나도 그렇게 남을 위해 주차하자”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황금률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우리가 차를 세워 주차하는 그 곳에 황금률이 새겨져 있다. 나에게도 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가르쳐 주신 황금률을 매일 실천하며 살 수 있는 기회와 특권이 주어져 있음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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