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극히 작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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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극히 작은 자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3.13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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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낙상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유명 유튜버와 비장애인 여성의 결혼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기자는 4년 전 즈음 취재차 이 유튜버를 만나 간증을 들은 적이 있다. 형언할 수 없는 고난에도 신실했던 믿음에 큰 은혜를 받은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데, 결혼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기사를 클릭했지만, 댓글에는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글도 있었다. 대부분 비장애인 여성의 앞날을 걱정하는 내용인데, 장애인을 향한 인신공격성 혹은 선 넘는 발언들이었다. 장애인을 향한 비뚤어진 시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인 것 같아 씁쓸했다.

얼마 전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이자 장애인 자립을 위해 사역하는 어느 목회자를 인터뷰했다. 많은 대화가 오갔지만 그중 “장애인 자녀의 고등학교 졸업날은 부모에게 사형 선고날입니다”란 말이 충격적이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어 불 꺼진 방에 홀로 누워있는 자녀를 챙기는 게 어머니들의 사명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하나님, 내 아이보다 딱 하루만 늦게 죽게 해주세요’란 기도를 드린단다. 자녀를 평생 책임져야 할 부담감이 부모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사람들의 편견과 부정적 인식의 굴레에 갇힌 장애인들에게 사회는 꿈과 소망을 키워가는 곳이 아닌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다. 비단 장애인 뿐일까. 노숙자부터 미혼모, 결손아동까지…. 우리 주변에는 알고도 모르고도 지나치는 수많은 ‘소외 이웃’이 공존하고 있다.

사순절 기간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해본다. 죄인 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말 구유라는 가장 낮은 곳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와 자신을 동일시하셨다. 그리고 공생애 동안 세상이 외면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섬기셨다.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지금 우리는 낮은 데서 신음하는 지극히 작은 자들과 더불어 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래야 비로소 진짜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작은 예수로 살아갈 때, 어쩌면 또 다른 작은 예수들을 사랑할 힘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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