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선교단체 중 22%만 ‘국민연금 관련 규정’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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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선교단체 중 22%만 ‘국민연금 관련 규정’ 마련”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3.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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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MA·KRIM 7일 ‘2023 한국 선교 현황’ 발표
선교사 고령화 추세 지속, 평균 나이 53.47세
은퇴 이후에도 사역 지속하는 선교사 60% 달해
KRIM 홍현철 원장이 '2023 한국 선교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KRIM 홍현철 원장이 '2023 한국 선교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선교사를 파송한 한국의 선교단체와 교단 중 약 22%만이 선교사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 가입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를 앞둔 선교사들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노후 대책이 요청된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강대흥 선교사·KWMA)와 한국선교연구원(원장:홍현철·KRIM)은 7일 KWMA 세미나실에서 ‘2023 한국 선교 현황’을 발표했다.

2023년 기준 한국 국적의 타문화권 장기 선교사는 174개국에 21,917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발표된 22,204명과 비교해 근소하게 감소한 수치다. 조사에는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주민 선교사들의 수치도 포함됐다.

선교사들의 고령화 추세는 올해도 지속됐다. 선교사들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53.1세에 비해 0.6세 증가한 53.47세로 조사됐다. KWMA와 KRIM이 공동 조사를 시작한 2020년 52.1세에 비해 4년 만에 약 1세가 증가한 셈이다.

29세 이하 선교사는 지난해 0.88%에서 0.78%로, 30대 선교사는 7.10%에서 6.14%로 줄어든 반면, 60대 선교사는 23.13%에서 25.85%로, 70세 이상 선교사는 3.39%에서 3.51%로 늘어났다. KRIM이 단독 조사한 1994년 당시 30대 선교사가 52.4%, 60대 이상 선교사는 1.8%였던 것과 비교하면 고령화 추세는 더 뚜렷하게 관찰된다.

2023년 한 해 동안 은퇴한 선교사의 수는 274명으로 추산됐다. 독특한 점은 선교사의 고령화로 인한 은퇴 대상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실제 은퇴를 하는 숫자는 그에 훨씬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은퇴 이후에도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고 답한 선교사의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는 60.2%로 조사됐다. 4년 전인 2020년 조사에서 같은 답변이 40%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적잖은 상승폭을 보인 것이다. 사역을 지속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70%는 해외에 남아 기존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29%는 국내에서 상담, 코칭, 이주민 사역 등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숫자는 해외에 남아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70%의 선교사다. KWMA 사무총장 강대흥 선교사는 이를 선교 구조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선교에 있어 선교지의 현지 구조가 굉장히 중요하다. 현지 교회와 연계해 현지에 도움이 되는 사역을 해야 하는데 이전에는 일단 파송만 해놓고 우리 위주의 사역을 하며 건물을 짓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은퇴 이후에도 현지 교회에 연계해 이양되지 않고 선교사가 남게 된다. 이는 건강한 선교 모델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쏟아지는 은퇴 선교사들에 대한 대책도 과제다. 올해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선교사 은퇴와 관련한 재정 대책을 물었다. 그 결과 답변을 보내온 150개 단체 중 34개 단체만이 국민연금 가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가장 기초적인 노후 대책임에도 5개 단체 중 1개 단체만이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연금의 경우 답변을 보내온 144개 단체 중 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단체는 5개 단체에 불과했다.

홍현철 원장은 “답변을 보내오지 않은 나머지 단체들이 국민연금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로 국민연금 규정을 제정한 단체의 비율은 5분의 1보다도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 “단순히 국민연금 가입 규정을 마련하라고 닦달하기 위한 조사는 아니다. 선교사 노후 대책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금 이외에 단체 내에서 선교사의 퇴직금이나 생활비 일정 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은급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답변을 보내온 144개 단체 중 직접 운영 28개 단체, 위탁 운영 4개 단체로 조사됐다. 은급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선교단체보다는 교단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파송 및 허입 선교사의 비율은 전체 선교사 중 2.91%로 나타났다. 사역 대상 국가로 국내(42명)가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 이주민 사역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37명), 동남아 I국(35명), 태국 29명, 필리핀 28명, 기타 27명, T국 17명, 동남아 C국 16명, 중앙아시아 K국 15명, 서남아시아 I국 13명, 미국 13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선교 관심자에 대한 교육은 2020년 1,835명, 2022년 4,757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6,523명으로 조사됐으며 6개월 미만 단기 선교 활동 참가자도 지난해 4,109명에 비해 늘어난 5,065명으로 나타나 코로나19로 인한 선교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됐다.

조사 발표에 앞서 인사를 전한 강대흥 선교사는 “한국 선교 현황 발표는 선교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교회가 얼마나 선교할 수 있는지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자료를 보며 한국교회의 선교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어떤 과제가 주어져 있는지 큰 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선교사들의 고령화 추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한국 선교사들의 고령화 추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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