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침 한방으로 기적의 역사가
상태바
[은혜의 샘물] 침 한방으로 기적의 역사가
  • 심기섭 장로
  • 승인 2024.03.06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기섭 장로/서울시민교회, 전 서울은혜초등학교 교장
심기섭 장로/서울시민교회, 전 서울은혜초등학교 교장

“뭐? 앞이 잘 안보이던 할머니가 보게 되었다고? 잘 걷지 못하던 사람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그것도 침 한 방으로 말이야” 나는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의 침술 선교팀 이야기다. 아프리카 케냐, 마다카르카스, 우간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침술 선교를 10년 넘게 다니면서 전하는 이야기이다. 50이 넘은 나이에 침술을 배워 자비량으로 적게는 보름, 많게는 한 달 넘게 침술 선교를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성령께서 역사하시면 가능한 일이지’ 하면서도 궁금했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우리 교회는 침술, 미용, 타이코(운동치료)팀으로 구성하여 국내외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때마침 동남아시아 M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선교사로부터 도움 요청이 왔다. 침술과 미용봉사로 단기 선교팀을 꾸려 내가 단장을 맡아 가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사도행전 29장을 써 내려가는 현장을 말로만 듣던 내가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모두가 자비량으로 참석하는 권사, 집사들이라 적은 비용을 들이기 위해 환승을 거쳐 드디어 M국의 최대 도시인 R에 도착했다. M국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나라다. 선교사의 신분이 목사라는 것이 드러나면 바로 추방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한다.

현지인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로 침술과 미용봉사를 하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지나는 주위 환경은 참 열악했다. 대도시 길가에 늘어 서 있는 판자촌을 보며 ‘어떻게 저런 곳에서 사람이 먹고 자고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하자원도 풍부하고 성장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며 한 나라의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교회에 도착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10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십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움직일 수가 없으니 자기 집으로 와서 침을 놓아 달라는 것이다. M국은 사회주의 국가라 주민을 감시하기 위해 10가정 책임자 십부장, 100가정 책임자 백부장 제도가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백부장처럼 말이다.

침을 놓을 권사와 선교사, 사진 촬영 담당자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4명이 십부장 집으로 갔다. 십부장 집은 교회로 오는 길목 50미터 떨어진 길가에 있었다. 집에 들어가기가 멈칫 할 정도로 주위환경이 열악하였다. 부엌 하나에 방 한 칸으로 이루어진 집이었다. 방에서 다리를 뻗고 거의 누운 상태로 있었다. 허리가 좋지 않아서 앉아 있기도 힘들고 다리를 뻗고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침술 시작하기 전 권사가 기도를 하면 선교사가 M국의 말로 통역을 하였다.

기도를 하는 중에 모기가 쉴 새 없이 나를 물었다. 그 때 한국에서 떠날 때 ‘동남아에서 모기로 인한 댕기열이 심하니 여행자들은 조심해야 된다’는 기사를 읽은 것이 생각났다. ‘혹시 댕기열이 걸리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도 되고 겁이 나서 침을 놓은 것을 보지도 못하고 교회로 먼저 돌아왔다.

침술과 미용의 모든 활동을 마치고 교회를 나서서 십부장 집을 지나는데 Amaizing!! 아! 그 십부장이 집 앞 의자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내 눈으로 분명 다리를 뻗어서 반 누워있는 상태를 보고 왔는데 말이야’ 나는 너무 놀라서 그 십부장과 함께 사진 한 장을 남겼다.

2년 후에 그 교회를 다시 방문했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한 사람이 나를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가만히 보니 바로 그 십부장이었다. 손을 잘 들지도 못한 사람이 침을 맞고 손을 자유롭게 드는 것을 보았고, 다리를 질질 끌며 들어와 침을 맞고 지팡이를 짚고 걸어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면 ‘침 한 방에도 기적의 역사가 일어난다’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선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령의 역사를 온전히 믿지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