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확증의 최고 증거는 ‘성령께서 주시는’ 내적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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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확증의 최고 증거는 ‘성령께서 주시는’ 내적 확신
  • 박찬호 교수(백석대 조직신학)
  • 승인 2024.03.0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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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 48) 성령의 내적 증거
박찬호 목사
박찬호 목사

일반 학문의 내적 원리가 이성이라면 신학의 내적 원리는 믿음이다. 이성주의 내지는 합리주의가 우리의 바른 선택지가 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자연과학이 이룩한 놀라운 문명의 발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학이 말해주는 것만이 올바른 우리의 지식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주의는 치우친 주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기독교 신학의 입장이 합리주의나 과학주의의 반대 극단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신앙주의의 입장과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 신앙은 반지성이나 반이성적인 입장이 아니라 초이성적인 입장이라 해야 할 것이다.

신학의 내적 원리인 믿음에 대해 논하면서 우리는 이러한 믿음의 기초가 바로 성령의 내적 증거에 있음을 강조해야만 한다. 초대교회 대표적인 교부인 어거스틴(Augustine, 354~430)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적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가르친 첫 교부였으며 종교개혁자 칼빈(John Calvin, 1509~1564)은 성령의 내적 증거에 대한 교리를 처음으로 상세하게 해설한 사람이었다. 칼빈은 성경을 통해 마치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이 직접 들리는 것처럼 성경이 하늘로부터 온 것으로 여길 때에야 비로소 성도들이 성경의 완전한 권위를 인정하게 될 것인데 이러한 확신은 인간의 추론이나 이성보다 더 높은 성령의 은밀하신 증거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기도해야 할 것이다. “내 눈을 열어서 주의 율법에서 놀라운 것을 보게 하소서”(시 119:18)

『기독교 강요』 I권 6장에서 10장까지 칼빈은 하나님의 특별계시에 해당하는 성경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칼빈의 성경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령의 내적 조명에 대한 칼빈의 강조가 눈에 뛴다. 성경이라는 안내자와 교사가 없으면 우리는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만일 이 말씀에서 벗어나게 되면, 아무리 신속하게 달린다 하더라도, 그 진로에서 탈선했기 때문에 목적지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을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실로 묘사하고 있다. “가까이 가지 못할 빛에 거하시는”(딤전 6:16) 하나님의 광채는 말씀의 실로 인도받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미궁과 같다. “그러므로 이 길 밖에서 전속력을 다해서 달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절며 이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 더 낫다.” 하나님의 말씀의 도움이 없이 우리는 하나님께 이를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자녀들의 학교가 된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 것이 교회이기 때문에 성경의 신뢰성은 교회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가톨릭의 입장이다. 여기에 대해 칼빈은 성령의 증거가 성경의 권위를 확립하는데 있어 필수적임을 역설한다. “성경을 하늘로부터 온 것으로 여길 때에야 - 마치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이 직접 들리는 것처럼 여길 때에야 - 비로소 신자들이 성경의 완전한 권위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칼빈에게 있어서 성령의 증거는 일체의 이론을 훨씬 능가한다. “왜냐하면 하나님 자신만이 자기 말씀의 합당한 증인이 되시는 것처럼, 그 말씀도 성령의 내적 증거에 의하여 확증되기 전에는, 사람의 마음에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이다.” 칼빈은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내적으로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진심으로 성경을 신뢰한다는 것, 그리고 성경은 자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을 증거나 이성에 종속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성경이 마땅히 지녀야 할 확실성은 성령의 증거에 의해서 얻게 된다.”

물론 칼빈은 성경의 신빙성이 인간의 이성의 범주 내에서도 충분히 입증된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우리가 성경을 높이 기리는 것은 언어의 아름다움보다는 그 주제의 장엄함 때문인데 성경에는 인간의 노력으로 얻게 되는 일체의 재능과 미덕을 훨씬 능가하는 신적인 무엇이 숨쉬고 있다.1) 여기에는 칼빈 자신의 체험도 관련이 있다. 칼빈은 먼저 고전(古典)을 탐독한 후에 성경을 깊이 연구하며 고전 연구에서 얻지 못했던 깊은 감동과 확신을 얻게 되었다. 이 부분은 위에서 인용하였던 츠빙글리의 체험적인 고백과도 일맥상통한다.

성경을 확증하기 위한 최고의 증거는 성령께서 주시는 내적 확신이다. 하지만 칼빈은 성경을 확증하기 위한 인간의 증언들도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제이차적인 증거로서 우리의 연약함을 돕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 ‌Calvin, I.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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