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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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
  • 신지영 교수(백석대, 대한심리상담센터장)
  • 승인 2024.03.0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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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교수의 '하나님과 동행하는 부부생활과 자녀양육' (31)
신지영 교수(백석대) / 대한심리상담센터장
신지영 교수(백석대) / 대한심리상담센터장

결혼한 부부가 자녀를 낳으면 자신의 자녀를 잘 키우고 싶고, 자신보다 좋은 환경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양육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어떻게 자녀를 양육해야 할지 몰라서 어떤 이는 자신의 부모가 자신에게 가르쳐줬던 대로 자녀에게 행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책을 보고 책대로 해야겠다고 하다가 책에 없는 내용이 나오면 당황해 한다. 

그러다가 부모-자녀 간에 갈등이라도 생기게 되거나, 어느 순간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당황함이 생길 때가 있다. 자,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누워 있다가, 기어가다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달리기도 하다가, 노인기가 되면 다리의 힘이 다시 약해고 지팡이가 필요하게 되기고 한다. 마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 대해 대한 답과 같은 것 같다. 그것은 인간의 신체 발달 단계이고,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왜 걷지 않느냐고 질문하며 속상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 그 몸을 어떻게 가누기 시작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갓난아기가 앙앙 울음을 터트린다는 것은 그 아이 나름의 의사소통 방식이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듣는 부모가 된다면, 적절히 자신도 아기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고 소통을 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성인인 부모가 그 자녀의 언어인 울음소리와 웃음소리와 미소를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 할머니와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아기의 옹알이에 함께 반응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소리를 내면, 아기도 함께 얘기하듯이 옹알이를 하는 경우를 보면서 나도 그렇게 아기와 대화를 했었다. 그렇게 인간에게는 신체적 발달단계가 있고 부모가 되기 시작하면 누워만 있는 아기를 대하며 도움을 주는 부모가 되어 열심히 가르치고 양육하려 한다.  

그런데 자녀는 어린이 단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고, 노년기에 이르기도 한다. 그의 신체 발달 단계가 있듯이, 심리적인 발달단계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하겠다. 나의 자녀가 ‘내 아기’였다가, 내가 아닌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도 하는 사람이 되고, 나의 집을 떠나고 다른 사람과 가족을 이루고 살게 되고, 또 새로운 관계 속에서 어른의 삶을 살아간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우리는 커다란 그림 속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는 것이 좋다. 프로이드와 달리 에릭슨은 인간을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발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몸은 나이 들어 쇠퇴할 수 있어도 우리의 정신은 계속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늙고 병든 왕이었던 다윗에게 그 자녀인 솔로몬이 어린 소녀가 그 아버지를 수발들도록 했지만, 다윗은 그 어린 소녀에게 아무런 성적 관계를 하지 않았다. 젊을 때 밧세바를 취하기 위해 충동적인 행동을 하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지 않는가. 한 인생의 생애에 있어서 그 정신적 발달이 그냥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에릭슨의 주장이다. 모두가 똑같이 발달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이해한다면 그 관계에서 또 다시 나는 발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걸리고 막힐 때마다 우리는 풀어보는 기회가 되고 성장하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여기고 다시 시작하자. 살면서 내가 아는 영역이 아닌 것도 많이 있고 그것을 알 수 있는 때가 오면 또한 신묘한 삶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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