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아프리카 땅에서 ‘소망’의 하나님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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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아프리카 땅에서 ‘소망’의 하나님을 그리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3.05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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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진 선교사 개인전 ‘부활의 노래’ 열려

부활절 앞둔 19일까지 새문안아트갤러리
원주민들의 현실 담은 23점의 작품 선봬

이른 새벽길, 아이는 작은 막대기에 의지하여 거칠고 험한 가시밭길을 지나 학교로 향한다. 아이는 오늘도 따뜻한 옥수수죽 한 컵을 기대한다. 빛나는 주님의 손이 아이를 붙으신다. (-‘네 장래에 소망이 있겠고’ 작품)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빈곤 지역인 탄자니아. 묽은 옥수수죽 한 사발로 끼니를 때우며, 내일 먹일 자식의 끼니를 걱정하며 고뇌하는 탄자니아 여인의 모습에서 그는 하나님 아버지의 슬픔을 읽었다.

강명진 선교사 개인전이 오는 19일까지 새문안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사진은 ‘네 장래에 소망이 있겠고’ 작품

아프리카 순회 선교사역을 통해 그들에게 베푼 쌀과 소고기는 풍족한 한 끼가 되어 그들의 허기를 달랬다. 그렇게 지어진 한 그릇의 아침밥은 그들에게 ‘생명의 밥’이 됐다. 일러스트 프리랜서 작가로 아프리카 순회 선교사역을 펼치고 있는 강명진 선교사는 그들의 얼굴을 통해 만난 ‘소망’의 하나님을 캔버스화에 담았다.

강명진 선교사 개인전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새문안아트갤러리에서 ‘부활의 노래’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그는 필리핀과 네팔, 인도, 탄자니아 등을 순회하며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왔다.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그의 그림들 속에서 궁핍하지만 자유로운 아프리카 여인들과 아이들의 일상을 발견할 수 있다. 열악한 아프리카의 현실 속에서도 해맑게 미소 짓는 아이들의 모습과 풍경은 그 땅에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지난달 28일 새문안아트갤러리에서 만난 강명진 선교사는 “10여 년 동안 아프리카 순회 선교사역을 다니며, 절망과 가난으로 아무런 소망 없는 그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의 눈물과 고뇌를 보았다.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명진 선교사 개인전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새문안아트갤러리에서 ‘부활의 노래’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강명진 선교사 개인전이 오는 19일까지 새문안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일러스트 쉬운 성경』(아가페 출판사)의 삽화 작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1980년대 대학생에서 시각디자인 전공 후 대형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한때 업계의 유명세를 탔지만, 한동안 종적을 감췄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많은 물질과 명예를 누렸지만, 여러 연단의 시간을 겪으며 더 이상 붓을 잡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

강 선교사는 “일러스트 프리랜서로 일하며 한동안 엄청난 호황을 누렸지만, 내면 깊은 곳에 교만이 가득했다. 하나님은 어느 순간 모든 일을 거두어 가셨고, 광야 한복판에서 눈물과 고뇌의 시간을 갖게 하셨다”고 회고했다. 이후 붓을 내려놓은 그는 자신의 모든 재능을 오로지 영혼을 구원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바치겠다는 결단을 하게 됐다.

그즈음 그는 아내, 이승애 작가와 함께 『일러스트 쉬운 성경』(아가페 출판사)의 삽화 제작을 맡게 되면서 5개월간 잠과 씨름하며 387개의 삽화를 그렸다. 이를 계기로 강 선교사 부부는 그림으로 전도지를 만들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을 매년 순회하며 복음을 전하는 자비량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강 선교사는 2013년 아신대학교(ACTS) 대학원에서 목회학 전공 후 목사안수를 받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 해외 순회 선교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필리핀과 네팔, 인도, 탄자니아 등을 순회하며 어린이들에게 집중해 복음을 전했다.

어느덧 황혼의 나이가 된 그에게 하나님은 오랫동안 놓고 있던 ‘붓’을 다시 들려주셨다. 그림의 소재를 놓고 기도하며 고민하던 그에게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만났던 순수한 영혼들의 표정이 순간 떠올랐다.

강 선교사는 “주저 없이 그림을 그리다가도 이런 그림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런데 작품이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그림 속 얼굴들과 그 상황 속에 함께 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보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아무런 소망이 없는 것 같은 그들의 눈물을 통해서는 하나님의 눈물을 보게 하셨고, 그 땅의 황무함을 보고 슬퍼하시는 하나님의 고난을 느끼게 하셨다. 그리고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활짝 웃는 아이들의 얼굴 속에서 절망이 아닌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게 됐다.

강 선교사는 “이들의 그림을 그리며, 하나님은 황혼에 이른 내 삶의 남은 여정이 ‘마침’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게 하셨다. 이미 죽었던 나의 재능과 꿈이 다시 부활의 생명으로 일어설 수 있게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마음이 피폐해진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미술 교육, 미술 치료, 구제 사역을 진행했다.

강명진 선교사 개인전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새문안아트갤러리에서 ‘부활의 노래’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강명진 선교사 개인전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새문안아트갤러리에서 ‘부활의 노래’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그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그림 ‘유다지파의 사자’는 유다지파를 통해 오신 왕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힘과 용기의 표상인 사자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그분은 십자가에서 힘없이 죽으신 것이 아니라 가장 용기있는 사랑으로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는 것. 세밀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의 그림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부활절을 맞아 이번 전시전을 계획한 그는 “이제 마지막 힘을 다 해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자 한다. 그리고 수많은 영혼을 ‘생명의 떡이요,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우리 주님’께로 인도하기를 소망한다”고 기대했다.

강명진 선교사 개인전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새문안아트갤러리에서 ‘부활의 노래’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강명진 선교사 개인전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새문안아트갤러리에서 ‘부활의 노래’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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