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도 이혼남이었다” 늘어나는 1인 가구, 목회적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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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도 이혼남이었다” 늘어나는 1인 가구, 목회적 대안은?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3.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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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통합 사회봉사부, 지난달 29일 ‘사회복지 현안 세미나’ 개최
“남녀 차별보다 싱글 차별 심각 … 실질적 도움 주는 교회 돼야”

혼자 사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가 됐다. 전체 가구 비율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1인 가구를 향한 돌봄 목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예장 통합총회(총회장:김의식 목사) 사회봉사부(부장:박귀환 목사)는 지난달 29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1인가구,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사역방안’을 주제로 제108회기 사회복지 현안 세미나를 열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인 750만 2천 가구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세 집 중 한 집은 ‘나 혼자 산다’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전체 가구의 단 4.8%만이 1인 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놀랄만한 수치다.

독거노인 복지 서비스로 시작해 최근 1인 가구 돌봄에 주력하고 있는 사단법인 오픈도어의 박민선 이사장은 1인 가구의 증가 요인으로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 개인주의 확산, 평균 수명의 증가와 고령화, 이혼과 별거 등 가족해체의 증가, 수도권 인구 집중, 비혼과 만혼의 증가 등을 꼽았다.

그는 “1인 가구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서 하는 활동을 가리키는 용어도 많아졌다”면서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전에는 비자발적 1인 가구, 즉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스스로 혼자 살기를 선택하는 자발적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큰 계획이 없으면 계속 혼자 살겠다는 1인 가구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혼자 산다는 이유로 가구 분류에서 1인 가구로 묶이긴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생활양식은 편차가 크다. 30대 후반에서 50대까지의 1인 가구는 소득이 높고 자유로운 여가 시간을 즐기며 삶의 질도 높은 반면, 60대 이상의 독거노인이나 20대 취업준비생 1인 가구의 경우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고립과 우울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정책의 뒷받침은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장은 “1인 가구 대상으로 전자레인지에 간단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정도가 지금 정책의 현실”이라면서 “1인 가구라는 용어만 붙여서 실효성 없는 정책, 인기 없는 프로그램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다양한 1인 가구가 실질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민관 협력의 공동 노력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젠아카데미 대표 탁영철 목사는 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이 ‘싱글목회’에 있다고 봤다. 탁 목사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마다하고 이혼율이 증가하는 분위기를 감지한 미국 교회는 이를 방관하지 않고 재빠르게 싱글 미니스트리를 주요 사역으로 채택했다. 이로 인해 교회는 다시 중흥기를 맞았다. 미국의 권위있는 기독교 잡지 아웃리치(Outreach)가 부흥하는 교회와 그렇지 않은 교회의 특징을 조사한 결과 싱글사역의 존재 유무가 가장 큰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싱글들이 접근하고 활동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가 크다고도 주장했다. 청년부에도 갈 수 없고 장년부에도 갈 수 없는 입장임에도 교회에서는 이들을 흡수할 영역이 없다. 규모가 있는 교회들은 부서를 만들어 모아놓기는 하지만 이들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이나 메시지는 부재한 실정이다. 싱글을 보며 어딘가 하자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만날 때마다 결혼을 종용하는 교회의 분위기도 싱글들이 교회에 남아있기 어렵게 만든다.

탁 목사는 “한국교회는 싱글 사역에 있어서는 가히 절망적인 상황이다. 기껏해야 주일학교나 성가대에 몰아넣고 정착을 유도할 뿐이다. 오늘날 교회에서는 남녀 차별보다 싱글 차별이 더 심각하다”면서 “싱글 미니스트리를 바라보며 그렇지 않아도 결혼하지 않아서 문제가 심각한데 싱글을 더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시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바람직한 싱글 미니스트리를 조언도 남겼다. 탁 목사는 “먼저 성경적이어야 한다. 싱글에 대한 성경의 개념을 정리해야 한다. 욥을 동방의 의인이며 고난을 이겨낸 사람으로만 인식하지 아내에게 버림받은 이혼남이라는 사실엔 주목하지 않는다. 엘리야 역시 싱글로 혼자 있을 때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 빠졌는지는 관심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둘째로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분란과 분열을 조장할 뿐이다. 싱글들에게 위로와 도전을 주며 사명감을 갖도록 인도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크리스천이 싱글에 대한 기존 관념을 내려놓고 사역의 자리로 이끌어야 한다. 교회가 싱글들을 실제로 도와서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도록 사역을 구체화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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