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복덩이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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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복덩이 며느리
  • 이복규 장로
  • 승인 2024.02.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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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세상에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일이 많다. 우리 담임목사님이 교육전도사로 일할 때 그 교회에 있었다는 일이 그렇다. 얼마 전 주일예배 설교 때 들으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교회 사무직원으로 일하는 여자 청년이 있었다. 미모도 아닌 데다 학교도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았으며 집안도 가난했다. 그런데도 항상 밝은 표정이었다. 어느 누구한테나 친절하였다. 왜 그랬을까?

알고 보니 그 교회에 다니는 어떤 총각과 연애하고 있었다. 이 총각은 서울대 다니는 학생인 데다 훤칠한 키에 미남이었다. 게다가 총각의 아버지는 잘나가는 회사 사장이었고, 어머니는 아주 기가 센 분이라, 교회에서도 발언권이 아주 강했다.

이 총각이 그 여직원하고 설마 사귀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사무실에서 단둘이 있어도 사귀는 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교회에서 무르익어만 갔다.  

마침내 두 사람이 결혼하겠다고 발표하자, 교회가 발칵 뒤집혔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어떤 여자 권사님들은 적극 말렸다. 후회하지 말고 다시 생각해 보라며 총각을 설득하려 하였다. 물론 총각 부모의 반대는 말도 못하게 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의지가 강하자, 하는 수 없이 결혼식을 올렸지만, 시어머니는 노골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죽 쒀서 개 줬다.”

이런 수모를 겪는 시집살이였지만, 신부는 신랑 하나만 보고 그 모든 멸시와 천대을 감수하였다. 신랑만 보면 그 모든 설움을 이길 수 있고, 잊을 수 있었다. 부족한 자신을 사랑해 준 남편 하나만으로 충분하였다.

얼마 후, 부족한 것 없던 시댁에 큰 시련이 닥쳤다. 갑자기 시아버지의 회사가 부도가 나서 망했다. 소송에 걸려 감옥에까지 들어갔다.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 그 강하던 시어머니는 중풍으로 쓰려졌다. 반신불수가 되어 거동하지 못하게 되었다. 며느리는 지극 정성으로 시어머니를 돌보아드렸다. 정성껏 재활훈련을 시켜 드렸다.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어서, 대학원 다니는 남편의 학비를 조달해 학위를 받게 했다.

이윽고 4년 만에 시아버지가 출옥해 돌아오고, 시어머니의 몸도 회복되었다. 대학원 과정을 마친 남편은 좋은 회사에 취업했다. 다시금 가정에 웃음이 찾아오자, ‘죽 쒀서 개 주었다’던 시어머니의 말이 바뀌었다.

“우리 며느리는 우리집 복덩이.”

우리나라 민담 가운데 <복진 며느리>가 있는데, 이 이야기와 닮아 있다. 어떤 양반이 외아들을 두었는데, 아무리 봐도 아들이 빌어먹을 상이었다. 복 많은 며느리를 구하러 나섰다. 어떤 곳에서 복 있는 처녀를 발견했으나 백정 딸이었다. 백정은 펄쩍 뛰었지만, 억지로 결혼을 시켰다. 그 아버지가 죽으면서. 아들한테 단단히 일렀다,

“일평생 살면서 네 아내더러 절대로 백정놈 딸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며느리가 들어오고 나서 재산이 막 불었으나, 부부 싸움을 하다가 그만 백정 딸이라는 말을 하고 말았다. 며느리는 즉시 보따리를 쌌고, 그 집은 망했다. 자식들을 친척집에 맡기고, 혼자 방랑의 길에 나선 남편은 어느 부잣집의 거지 잔치를 찾아갔다. 집 나간 그 여자가 숯 굽는 사람을 만나 부자가 된 후, 전남편이 걱정이 돼서 연 잔치였다. 숯구이 총각네 집 아궁이의 머리돌이 금덩어리인 것을 알아본 여자가, 그 금덩어리를 팔아 잘 살았던 것이다. 본남편을 만난 아내는 본남편에게 돌아가, 아이들을 데리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가 <복진 며느리>다.

아주 오래된 민담이지만, 앞에서 소개한 실화와 많이 닮아 있다. 여자는 뒤웅박 팔자라 하여, 남성에 종속된 존재로 보는 우리 통념을 반성하게 한다. 그 반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서로 복덩이라는 게 성경적인 진리 아닐까? “내 뼈 중의 뼈, 내 살 중의 살!”로 피차 고백하며, 귀히 여기면서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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