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평준화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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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평준화 2.0
  • 박상진 교수
  • 승인 2024.02.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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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교수 / 장신대, 유바디교육목회연구소
박상진 교수 / 장신대, 유바디교육목회연구소

올해는 고교평준화 제도가 실시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는 평준화 제도가 익숙해져서 대부분의 학생들이나 부모들도 이 제도가 지니는 문제점을 크게 실감하지 못한 채 이 체제에 순응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평준화 제도는 올바른 교육제도이고 바람직한 정책이었는가? 특히 기독교 교육의 관점에서 평준화 제도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 것인가? 50주년을 맞은 올해를 평준화 제도의 문제점을 성찰하며 ‘개선되고 갱신된’ 평준화 2.0으로 수정, 보완해야 할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주지하듯이 평준화 제도는 박정희 군사정권 하에서 당시 문교부가 과열 입시 경쟁으로 인한 교육적, 사회, 경제적 폐단을 시정하고, 중학교 및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명분으로 단행한 것이다. 평준화 제도는 네 가지를 평준화하겠다는 정책으로서, ‘학생의 평준화’, ‘시설의 평준화’, ‘재정의 평준’화, 그리고 ‘교원의 평준화’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평준화가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과열 입시 경쟁의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갈수록 입시 위주의 교육은 더욱 심각해지고 사교육이 팽창하였으며 중등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꿈과 끼가 무시되고 획일화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평준화 제도 시행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립학교를 평준화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평준화 제도는 사립학교의 기본적인 속성을 무시한 정책으로서 사립학교를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였다. 당시 문교부 장관이었던 민관식은 당시 사립학교의 수가 공립학교의 수보다 훨씬 많아 사립학교를 빼고 공립학교만으로 제도개혁을 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사립학교도 평준화 제도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한국의 평준화 제도는 사립학교 측의 동의를 구하여 시행한 것이 아니라 군사정권이 일방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로서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상실하게 되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평준화 제도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학교가 종교계 사립학교, 특히 기독교 사립학교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 사립학교는 기독교적 건학이념을 지니고 이에 동의하는 학생을 선발하여 기독교사가 기독교적 교육과정으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하는데, 평준화 제도로 인하여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및 학교의 학생선발권이 상실되었고 획일적인 국가교육 과정으로 기독교 교육과정이 사라졌으며, 최근에는 사학법 개정으로 교원임용의 자율성마저 박탈되어 기독교사를 임용하는 것마저 어려워진 현실이다.

필자는 1973년 기독교 사립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평준화 이전의 기독교 사립학교를 경험하였다. 학생들과 부모들이 기독교 학교를 선택하였고, 종교과목이 아니라 성경과목이 개설되었으며, 기독교사들이 주어진 교과목은 물론,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서도 기독교교육을 실천하였다. 평준화 제도 50주년을 맞는 올해, 정부의 교육정책 입안자와 교육학자, 기독교교육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평준화 제도의 역사를 돌아보고 ‘평준화 2.0’이라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한국교회도 평준화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올바른 기독교교육이 실천되는 원년이 되도록 관심과 기도,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한동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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