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순절이 하나의 의식으로 시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왜 한국교회에서는 사순절을 달력에 표기해 놓고 지키는지 좀 이해가 되지 않아 글을 쓰고자 한다. 다만 종려주일이나 고난 주간과 부활주일 중심으로 지킬 수 있도록 성경적인 관점이 정립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간략하게 고대 교회의 사순절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고대 교회의 사순절은 부활절 기간에 행하였던 세례식과 함께 발전하여 세례를 받을 사람은 얼마 동안 기독교 신앙의 기본을 배웠고, 대체로 부활절 전날 저녁에 세례를 받았다.
그 당시에 예배당에서도 세례를 받은 사람이 앉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앉는 자리가 구별되었고, 세례단 혹은 침례단이 교회의 출입구 부근에 있었다. 사순절이 처음에는 세례받기 전 40시간 동안 금식하였는데 사순절은 40번째라는 뜻으로 ‘40시간’ 혹은 ‘40일을 가리킴’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순절이 고대 교회에서 정착된 것은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4세기의 예루살렘 교회에서는 부활절 전의 일곱 주간 동안 매일 3시간씩 세례를 위한 교육을 시켰는데 313년 기독교가 공인된 다음에는 제국의 다른 지역으로도 전파되었다.
325년에 열린 니케아 종교 회의에서는 사순절을 40일로 정하고 부활절에 있을 성례를 준비하도록 결정하였다. 그러나 모든 교회가 40일을 지킨 것은 아니고, 40일을 정하는 방식도 달랐다. 어느 교회에서는 수난일 6주일 전부터 계산하기도 하였고, 예루살렘 교회에서는 8주일 전부터 금식을 하되, 토요일과 주일은 제외하고 일주일에 5일씩 금식이나 절식(節食)을 했다. 다른 교회에서는 대략 7주일 전부터 금식의 날로 정하고 그 사이에 있는 여섯 주일을 제외하여 40일을 맞추기도 하였다.
이제 로마교회의 사순절을 보면 사순절이 좀 더 형식을 갖추고 모든 지역에서 지켜지기 시작한 것은 서로마 제국이 476년에 멸망하고 로마 교회가 교권과 속권을 장악한 때부터이다.
로마교회의 정치적인 기초를 놓았던 레오 대교황(540~604, 590~604년 재위)은 로마의 전통을 따라서 주일을 제외한 6주일을 금식의 날로 정하여 36일을 지켰고, 7세기에 다른 교황이 ‘재의 수요일’부터 토요일의 4일을 더하여서 40일로 확정하였다.
동방 교회에서는 일곱째 주일 월요일부터 부활절 9일 전 금요일까지를 사순절로 지켰다. 동방 교회가 서방 교회보다 2일 먼저 시작하고 8일 먼저 끝났다. 동방 교회는 주일을 제외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40일의 금욕 기간을 지켰다.
그런데 종교개혁과 사순절을 보면, 사람의 전통이 아니라 오직 말씀만을 높였던 개혁자들은 사순절의 그릇된 점도 바르게 간파하였으며 그리스도를 따른다고 했지만 사실은 사람의 선행이 강조되었음을 칼빈은 바르게 지적하였다.
오늘날의 사순절은 심지어 개혁주의라고 하면서도 로마교회를 본받아 고난주간과 더불어 사순절을 지키는 일들이 있는 것을 본다. 기독교 서점가에서 ‘사순절에 대한 묵
상’이 판매되고 우리는 성찬에서 주님의 수난을 기념해야 하고, 또한 주님께서 돌아가신 그 주간과 금요일을 경건하게 지내는 것 정도는 좋다.
그러나 그것에서 더 나아가 수난의 40일을 지키려는 것은 성경적인 근거가 없기에 성경적인 근거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