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기도는,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의 기도’를 드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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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기도는,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의 기도’를 드려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4.02.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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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21) - “내가 네게 지혜와 총명을 주려고 왔느니라” (단 9:22)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예언은 미래의 예측이 아닌 현재의 변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예언의 말씀을 들은 사람은 그 말씀에 응답하여 삶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니엘서 9장에 기록된 다니엘의 기도가 그 좋은 본입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바벨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보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성취하여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렘 29:10)

이것은 단순히 역사의 타임라인을 알리는 통보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하고 참담했던 포로생활의 종식과 이스라엘의 재건을 알리는 희망의 메시지였습니다. 예언의 말씀 전체를 통해서도 가장 눈부신 희망의 언어가 여기 있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너희가 내게 부르짖으며 내게 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들의 기도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렘 29:11~13) 놀랍게도 다니엘은 회복의 약속을 담은 이 말씀에 환호가 아닌 애곡으로 응답합니다. 금식하고 베옷을 입고 재를 덮어쓰는 전형적인 애통의 방식으로 말입니다(단 9:3~4). “우리는 이미 범죄하여 패역하며 행악하며 반역하며 주의 법도와 규례를 떠났사오며 우리가 또 주의 종 선지자들이 주의 이름으로 우리의 왕들과 우리의 고관과 조상들과 온 국민에게 말씀한 것을 듣지 아니하였나이다”(5~6절)

다니엘의 기도가 이어집니다. 조상들을 대신하고 온 백성을 대신해 하나님 앞에 자복하고 회개합니다. 바벨론 유배가 단지 민족사의 비극이 아니라 그들의 영적 타락과 범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고백합니다.

“온 이스라엘이 주의 율법을 범하고 치우쳐 가서 주의 목소리를 듣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저주가 우리에게 내렸으되 곧 하나님의 종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맹세대로 되었사오니 이는 우리가 주께 범죄하였음이니이다”(11절) 심판을 부른 조상들의 죄를 ‘우리의 죄’로 고백하고, 예언의 말씀 앞에 엎드려 가슴을 찢고 창자를 쏟는 기도를 올리는 다니엘은 예언자를 넘어 중보자의 자리에 선 신앙인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가르쳐줍니다. 다니엘이야말로 그러한 죄악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들 중 하나였기에 그렇습니다. 죄 없으신 분으로서 극악한 죄인에게 마땅한 모욕과 십자가 처형을 감당하신 대속의 사역은 우리의 몫일 수 없지만, 약하고 악한 죄인들과 자신을 구별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엎드리고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자세는 우리의 것이어야 마땅합니다.

다니엘 9장의 기도는 우리가 ‘그들’을 위한 기도가 아닌 ‘우리’의 기도를 드려야 함을 알려줍니다. 전도 대상자를 놓고 기도하고, 위정자들의 바른 판단을 구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지인들의 사정을 아뢸 때도 본질은 동일합니다. 하나님은 ‘그들’과 하나가 되어 그들의 필요와 고통을 나의 것으로 여기고 그들의 간구를 대신하는 기도에 기쁘게 응답하시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니엘의 회개가 조상들의 죄를 무효로 할 수 없었고, 70년 포로생활을 취소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도는 하나님의 섭리를 밝히 조명하고 이스라엘의 운명이 전능자의 손에 있음을 선포했으며, 회복된 이스라엘의 미래를 향한 소망으로 백성의 가슴을 뜨겁게 해 주었습니다. 다니엘의 기도를 기뻐하신 하나님은 그가 구하지 않은 축복을 선물로 주십니다. “다니엘아 내가 이제 네게 지혜와 총명을 주려고 왔느니라”(22절) 애통하는 자에게 주신 복이 참으로 귀합니다.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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