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운동은 넓은 의미의 복음주의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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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칼 운동은 넓은 의미의 복음주의 운동”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2.2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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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 지난 26~27일 파주 지지향서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 개최
지난 100년 성찰 더불어 나아갈길 모색, ‘100주년 사회선언’에 반영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수렴하며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김종생 목사·NCCK)는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26~27일 경기도 파주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에서 ‘2024년 NCCK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다시 쓰는 100년, 한국 에큐메니칼 대토론회’라는 부제를 단 이번 정책협의회에는 회원 교단 실무자, 지역 NCC, 사회단체, 여성, 청년 등 NCCK를 구성하는 그룹에서 120여명이 참석했다. ‘대토론회’라는 타이틀을 내건 만큼 일방적인 발제와 강의를 최소화하고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번 정책협의회에서 모인 의견은 올해 발표되는 ‘NCCK 100주년 사회선언’에 반영된다.

첫 번째 토론 시간은 지나온 역사에 대한 성찰에 초점을 맞췄다. 이상철 목사의 사회로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손은정 목사, 색동감리교회 송병구 목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신승민 목사, 아시아여성연합회 전 총무 이문숙 목사가 패널로 나서 NCCK의 지난 100년을 되돌아봤다.

먼저 NCCK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해 돌아본 신승민 목사는 “NCCK 인권위원회는 1974년 5월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인권기구로 시작됐다. 인권운동의 정점기 당시 중심에 있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초기엔 언제나 NCCK 인권위를 끼고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송병구 목사는 “청년 세대를 이해하고 기를 살려준 시절이 있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과거 청년과 여성의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사회가 세대 간격을 높이고 지평을 넓히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본다”면서 “NCCK에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분들은 그렇게 세워져 청년 시절부터 에큐메니칼 운동에 투신했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손은정 목사는 산업 선교의 역사에 비춰 NCCK를 돌아봤다. 그는 “세계 교회 운동 역사에서 남아공 인종차별 철폐 운동과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힌다. 이를 촉발한 것이 바로 산업선교 운동이었다. 민중신학 역시 산업선교 현장에서 태동했다”면서 “노동인권이 증진됐다고 관념적으로 생각하지만 우리 앞의 현실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지금이야말로 민중신학을 한물간 구태의연한 신학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부활시켜 다시 고찰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문숙 목사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곧 ‘넓은 의미의 복음주의 운동’이라는 색다른 정의를 내렸다. 이 목사는 “신앙생활을 하며 질문이 허락되지 않은 공동체, 여성에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 공동체를 바라볼 때 답답함이 컸다. 하지만 NCCK와 에큐메니칼 운동을 접하고 그 답답함이 많이 해소됐다”면서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를 마치 대척점에 있는 듯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에큐메니칼 운동에는 복음이 없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혁교회는 모두 기본적으로 복음주의에 바탕을 둔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오히려 시대적 상황을 만나 더 넓은 의미의 복음주의 운동을 펼친 것이라 볼 수 있다. 기존에 우리가 말했던 복음주의는 협의의 복음주의라면 에큐메니칼은 광의의 복음주의”라고 전했다.

지난 100년의 역사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도 커졌다. 재정 충당 문제로 교단 회원들의 입김이 세지며 사회 선교단체들이 이탈한 점, 지역 단체와의 소통이 부족했던 점 등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송병구 목사는 “공교회성을 잃어버리면서 사회 선교 단체들이 중심에서 많이 이탈했다. 내부 위기 의식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사분오열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교단들이 개입하며 민주화와 인권 과제에서 후퇴하고 교회 연합체 경쟁만 일삼았다. 이는 지금도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손은정 목사 역시 “NCCK가 민주화 운동 이후 개인의 생활운동이나 내면을 살피는 활동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양극화 등의 주제를 놓고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눌 필요성이 커졌다”며 “NCCK가 불법과 불의에 대해 날카로웠던 시선이 흐려지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타협과 협상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후에는 소그룹을 중심으로 진행된 대토론, 세대 간 의견차이에 집중한 토론 난장, △일치연합 △디아코니아 △기후위기 △사회정의 △통일 등 분야별 집중 토론 등 끊임없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기조발제를 맡은 한국YMCA 전국연맹유지재단 안재웅 이사장은 “교회협의 100년은 잘한 일과 못한 일이 뒤섞여 있다. 교회협의 공의회로 출발하였음을 기억하며 공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단히 협의한 후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야 한다. 국제적인 연대를 강화하며 우수한 지도력 개발에 힘쓰고 재정도 튼튼하게 자립해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눈앞의 이익을 쫓느라 의로운 일을 놓치는 것을 견리망의라고 한다. 오늘은 놓치고 있는 것을 회복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다. 입도 열어야 하겠지만 귀를 많이 여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이다. 함께 이 내용을 채워가고 만들어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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