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도 창조세계의 일부…디지털 종교시대 맞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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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도 창조세계의 일부…디지털 종교시대 맞이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2.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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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 [기술신학] 출간기념 컨퍼런스 개최

최첨단 기술의 시대,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활동무대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뻗어갔다. 오프라인에 못지않게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교회와 신학의 역할을 묻는 세미나가 마련됐다.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 주최로 <기술신학> 출간기념 컨퍼런스가 지난 22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수서교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승환 교수(장신대)는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종교로 전환을 경험하고 있는 이때, 디지털 공간도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일부로 ‘성스러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 주최로 [기술신학] 출간기념 컨퍼런스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수서교회에서 개최됐다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 주최로 [기술신학] 출간기념 컨퍼런스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수서교회에서 개최됐다

코로나19가 가져온 한국교회의 가장 큰 변화는 예배 장소와 형식의 변화였다.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종교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디지털 종교와 온라인 교회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 교수는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문화는 단순한 ‘가상현실’이 아니라 엄연히 실제하는 ‘현실’”이라며, “디지털 전환이 가져온 종교의 변화중에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 공간도 하나의 ‘거룩한 공간’이라는 이해의 확장”이라고 밝혔다. 예배를 드리고 신을 만나는 ‘성소’라는 종교의 핵심 장소를 오프라인으로 경험하던 이들이 가상의 공간도 거룩한 성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특히 “가상의 공간에서 실천되는 예배와 기도, 묵상, 교제, 전도 등의 여러 종교행위는 온라인 성소를 거치면서 ‘디지털 종교(Digital Religion)’라는 새로운 종교의 탄생을 예견하고 있다”며 “디지털 세계의 출현은 허구의 세계가 아니며,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인격적인 대면 관계를 통해 형성된 신앙과 예배가 갖는 특징들이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배 현장의 거룩성과 만남을 통한 공동체 형성을 강조하는 종교적 현실에서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예배 방식이 여전히 낯설기도 하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혁신은 종교적 체험과 관계 맺는 방식을 무한히 확장시켰다는 평가다. 최근 종교의 디지털 전환으로 탄생한 ‘온라인 교회’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제3의 지대로 온라인교회는 ‘가나안교인’의 참석을 유도할 수 있으며, 기독교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이들에게 접근이 용이하다. 또 지역교회와 성도들 사이 공간으로서 유연성과 관계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신앙생활을 영위하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온라인교회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종교성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성스러움’이 가상공간에서도 이어져야 함을 역설했다. 예배와 소그룹 모임, 성례와 같은 교회 생활이 가상 공간을 거치면서도 본질적 부분의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가상과 실재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면서 오프라인 세계만 진실하고 실재한다고 여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면서 “온라인 예배도 인간의 몸을 통하지 않고서는 접속과 참여가 불가능하고, 참여자의 의도에 반하는 행위과 고백이 불가능하기에 그런 비판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더욱 본질적 교회를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끝으로 그는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 교회가 온라인 공간을 통해 다양한 이들과의 접촉점을 만들어낸다면, 복음의 전파와 선교의 도구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종교의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선교의 가능성을 불러오길 기대했다.

‘첨단기술과 한국교회:메타버스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한 손화철 교수(한동대)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적인 상황에서 한국교회에서 일어난 ‘메타버스’ 열풍을 진단하고 깊이 있는 신학적 성찰 없이 예배공간으로서 ‘메타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교회가 첨단기술의 흐름을 무작정 받아들이고 사용하기에 앞서, 거리를 두고 신기술을 담담히 관찰하는 여유가 요청된다. 특히 메타버스처럼 실험적인 단계에 있는 기술의 경우 학교를 비롯한 다른 기관이 그것을 사용해서 얻는 유익과 부작용을 모두 관찰한 이후에 교회가 도입해도 늦지 않는다는 평가다.

손 교수는 “개 교회 간의 기술경쟁은 그야말로 무의미하다”면서 “공동체를 강하게 세우는 일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신기술을 먼저 도입하려 애쓰거나 남들이 사용하기에 나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급격한 교인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성급한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시대를 분별하고,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성경적 삶을 추구하는 일이다. 손 교수는 “교회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바람직한 기술과의 공생을 추구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하나님 나라’”라며 “때로는 창조의 열매로, 때로는 우상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 첨단 기술의 시대 속에 어떤 때보다 그런 용기와 분별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 주최로 [기술신학] 출간기념 컨퍼런스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수서교회에서 개최됐다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 주최로 [기술신학] 출간기념 컨퍼런스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수서교회에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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