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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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4.02.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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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71)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일본인 의사 오츠 수이치는 수 년간 말기 암 환자 1천여 명을 진료하면서, 그들이 남긴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그 25가지를 읽어보면,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을지를 깨닫게 된다. 그 중 25번째는 ‘담배를 끊지 않은 것’이다. 흡연이 암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흡연만큼 인체에 해로운 것도 없다. 대부분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한번 친해지면 헤어지기 어려운 게 흡연이다. 금연 운동이 활발해지고, 금연 구역이 늘어나면서 흡연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흡연으로 병을 얻어 고통받는 이들은 많다.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마시는 간접흡연도 매우 위험하다고 의사들은 경고한다. 

누군가에게 하루 15개비씩 담배를 피우게 한다고 상상해보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고통일 것 같다. 2023년 미국 공중보건서비스 보고서는 사람이 겪는 외로움과 고립감의 고통을 하루 15개비씩의 흡연에 비유했다. 또한 외로움은 조기 사망률을 26~29% 높이고, 심장병 위험도를 29% 높인다. 또 뇌줄중 위험률을 32%나 키운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여러 욕구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소통 욕구다. 이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사람은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중죄인은 독방에 가두고, 미운 사람을 ‘왕따’를 시킨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참 아이러니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가구기업 이케아가 38개 국 국민을 대상으로 2023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혼자 있을 때 가장 즐겁다”고 대답한 응답이 40%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의 ‘2023 세계행복 보고서’의 사회적 고립 순위애서도 우리나라는 38개 국 중 35위다. 어찌 보면 지금 우리는 사회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전 국민의 55%가 SNS를 하고,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34.5%(2022년)를 넘어서고 있다. 또 국민 3명 중 1명 꼴로 개나 고양이를 기른다.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린다. 그렇지만 집콕, SNS, 1인 가구, 반려견 기르기가 외로움의 근본적인 고통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외로움의 문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 2:18)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교인 46.2%가 “요즘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면 그리스도인은 어떠한가? 그리스도인 중 “요즘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하는 이는 46.2%에 이른다(목회데이타연구소, 2023).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어서, 딱히 만날 사람이 없어서, 다른 사람과 관계가 단절된 느낌이 들어서 등이 그 이유다. 교회 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도 36.2%나 된다. 교회 내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을 때, 교회 활동에 참여하지 못할 때, 교회에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사람이 없을 때, 소속된 부서가 없을 때, 가정을 강조하는 설교를 들을 때, 부부끼리 모일 때 그런 걸 느낀다고 답했다. 교인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조차 외로워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현상이다.

사회학자들은 한 사람이 어떤 공동체에 들어가 가슴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6명만 되면 절대로 그 공동체를 떠나지 않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역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행복한 인생에는 네 가지 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 그 집단에서 내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수용감, 그 두 가지가 주는 안정감, 나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자존감.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 어딘가. 바로 가정이다. 그런데 가정이 분화되어 가고, 젊은 세대가 ‘나홀로 삶’을 추구하니 고독의 문제 해결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고독이 일상이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혼자 생활하다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는 2021년에 3천378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남성이 여성의 6배가 넘고, 50대와 60대가 전체의 3분의 2를 육박한다. 

지금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일터에서 나는 외로운 사람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또한 나는 누군가를 외롭게 놔두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것이 이웃 사랑이고 배려다.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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