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어울릴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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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어울릴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4.02.2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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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

하루는 맛있는 커피집을 갔다. 기대하고 커피를 마셨는데, 마시는 순간 뱉고 싶었다. 커피가 생각보다 너무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했다. “달달한 조각케이크 하나 주세요.” 사실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도 필자와 같은 상황이 된다면, 대부분 달콤한 케이크나 설탕으로 칠한 것 같은 도넛을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도넛 전문점의 광고에서는 커피와 도넛이 아주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컨셉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 적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커피와 도넛이 반드시 일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잘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쓴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가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현상을 ‘마리아주’라고 한다. 이 말은 프랑스어로 ‘결혼이나 혼인’이라는 뜻으로, 어느 순간 ‘어떤 음식이나 음료에서 서로의 맛을 더 살려주고, 부족한 맛을 보충해 주는 관계’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말은 본래 와인을 즐기던 애호가들이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의 궁합을 찾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와인 애호가들은 오랜 기간동안 수많은 음식과 궁합을 맞추어 본 끝에 마리아주를 얻으려면 크게 세 가지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낸다.

첫째로, 즐기려는 와인의 성질과 같은 성질의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넉넉한 맛 또는 농도가 진한 맛의 와인이라면 그와 비슷한 음식으로 즐기는 것이다. 둘째로 와인이 음식을 압도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또는 초콜릿과 같이 단맛이 강한 디저트를 즐긴다면, 그보다 더 진한 감미를 보이는 와인을 고르는 것처럼, 단맛이 나는 음식은 단맛이 나는 와인으로, 신맛이 나는 음식은 신맛과 비슷한 성분이 든 와인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금에 절인 음식이나 짠맛이 도는 치즈를 먹을 때, 단맛이 넘치는 스위트 와인이 짝을 이룬다. 그러면 한쪽이 다른 한쪽의 농도를 받아들이고 희석시키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지나친 맛을 보완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을 통해서, 와인애호가들과 미식가들은 수많은 마리아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마리아주는 무엇일까? 바로 마지막 원칙,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을 가장 고급스러운 마리아주라고 말한다. 음식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보면,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조화를 이루며 큰 힘을 내는 마리아주 같은 조합이 보는 이들에게도 큰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반면에 이번 축구대표팀처럼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할 사람들이 다투고 힘을 내지 못하면,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그런 점에서 과연 우리가 속한 교회는 어느 쪽인가? 조화를 이루며 힘을 내고 있는가? 아니면 다투며 외면하고 있는가? 물론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하지만 다르기 때문에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밀어내기만 한다면, 아무런 힘을 낼 수 없다. 결국 앞서 이야기한 ‘마리아주’처럼 잘 어우러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때로는 비슷한 성향이라도 더 좋은 부분을 배우고, 서로가 전혀 반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배울 점이라고 생각하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아야 한다. 한국교회가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때로는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신앙의 마리아주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꿈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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