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미래는 사람의 경험과 예측이 아닌 하나님의 의지로 실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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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미래는 사람의 경험과 예측이 아닌 하나님의 의지로 실행된다
  • 유선명
  • 승인 2024.02.2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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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20) - “너는 그 환상을 간직하라 이는 여러 날 후의 일임이라” (단 8:26)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7장의 예언 후 2년이 지나 다니엘에게 다시 환상이 임합니다. 처음에는 뿔이 둘 달린 숫양이 좌충우돌하는 데 막아설 짐승이 없는 형국이었지만(1~4절), 오래지 않아 광포한 이 짐승도 서쪽에서 갑자기 달려온 숫염소의 외뿔에 받혀 쓰러지고 짓밟힙니다(5~7절). 그러나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 성장을 멈추지 않고 세상을 호령하던 숫염소도 기세 좋던 외뿔이 꺾이더니 그 자리에 뿔 넷이 자라나고, 그중 하나에서 다시 작은 뿔이 나와 무섭게 자라납니다(8~9절). 이 ‘작은 뿔’은 이윽고 하나님 백성의 삶에 크나큰 고통을 안기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작은 뿔이] 하늘 군대에 미칠 만큼 커져서 그 군대와 별들 중의 몇을 땅에 떨어뜨리고 그것들을 짓밟고 또 스스로 높아져서 군대의 주재를 대적하며 그에게 매일 드리는 제사를 없애 버렸고 그의 성소를 헐었으며 그의 악으로 말미암아 백성이 매일 드리는 제사가 넘긴 바 되었고 그것이 또 진리를 땅에 던지며 자의로 행하여 형통하였더라”(10~12절)

현란한 그림 언어로 채워진 이 환상이 가리키는 정황은 분명합니다. 환상을 본 그 자리에서 신비로운 존재들이 그 의미를 설명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숫양은 메대-바사 제국을 상징하고, 긴 뿔은 메대의 힘을 능가하게 된 바사 제국의 권력을 나타냅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든 숫염소는 헬라 제국, ‘현저한 뿔’은 알렉산더 대왕을 가리킵니다. 알렉산더가 마게도니아의 왕이 된 것이 주전 336년인데, 332년에 시리아와 이집트, 331년에 바벨론, 330년에 바사를 제압하여 당대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속도로 근동을 제패한 현실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알렉산더의 급사 후 제국은 넷으로 나뉘어 알렉산더를 모시던 장군들의 분할통치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네 뿔’ 중 하나인 셀레우코스 왕국의 통치자로 이스라엘을 지배한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는 유대인의 신앙을 몹시 미워해 예루살렘 성전에 헬라의 신 제우스를 모시고 제단을 돼지 피로 더럽히는가 하면, 할례를 금하고 매일 주야로 드리는 성전의 제사를 금하는 극악한 박해를 이어갑니다. 하나님의 원수가 되기를 자처한 그가 몰락하고 성소가 정결하게 되기까지 ‘이천삼백 주야’가 흘러야 할 것입니다(13~14절).

이 고난의 시기를 지나며 그들은 구원자 메시아를 기다리고 하나님의 통치를 바라는 종말의 신앙을 갖게 되고, 마침내 ‘때가 찼을 때’ 약속하신 메시아 그리스도가 오시게 될 것입니다(갈 4:4). 그러나 다니엘과 동시대인들에게 이 예언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예언의 말씀을 전한 천사가 다니엘에게 당부합니다. “이미 말한 바 주야에 대한 환상은 확실하니 너는 그 환상을 간직하라 이는 여러 날 후의 일임이라 하더라”(26절) 사람의 경험과 지식으로 예측한 미래가 아닌, 하나님의 의지로 실행하실 확실한 미래입니다. 이제 다니엘에게는 그 미래의 일을 간직해야 할 책임이 주어졌습니다. 함부로 발설할 수 없고, 전해야 할 때 망설여서도 안 되는 엄중한 말씀입니다. 묵시의 말씀을 품은 다니엘은 앓아누웠습니다. “이에 나 다니엘이 지쳐서 여러 날 앓다가 일어나서 왕의 일을 보았느니라 내가 그 환상으로 말미암아 놀랐고 그 뜻을 깨닫는 사람도 없었느니라”(27절) 말씀의 위로와 소망은 우리에게 크나큰 기쁨을 줍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을 사람에게 전하는 자는 그 말씀의 무게 역시 느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깃털같이 가벼운 말들을 쏟아내는 이들에게 말씀의 능력이 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찾고 계신 사람은 오늘 우리 시대를 위한 말씀의 무게를 감당하고자 하는 이, 주의 환상을 보고 앓아눕기를 기꺼이 여기는 사람이 아닐까요.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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