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의 숭고한 신앙과 독립정신…후대에 널리 계승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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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의 숭고한 신앙과 독립정신…후대에 널리 계승되길”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2.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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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학원 부속·부설기관 탐방 ⑤ 유관순 열사의 정신과 업적 잇는 ‘백석대 유관순연구소’
유관순학교에 참여한 청소년들.

대한독립만세!”

한민족이 일제의 식민통치에 항거해 독립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지 1주년이 되던 19203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안에선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소리의 진원지는 유관순 열사가 수감된 여옥사 8호 감방. 옥중에서도 만세운동을 주동할 만큼 독립정신이 투철했던 그는 안타깝게도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18세 꽃다운 나이에 순국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더 흐른 지금 애국소녀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일은 오롯이 후손인 우리의 몫이 됐다. 정부는 유관순 열사에게 최고 등급 건국훈장인 대한민국장을 추서한 가운데, 백석대학교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유관순연구소를 창립하고 3.1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후대에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에 구슬땀을 흘려 눈길을 끈다.

특히 백석대 유관순연구소는 그동안 하나님 사랑이 곧 나라 사랑임을 몸소 보여준 유관순 열사의 순교적 신앙을 함께 조명해, 한국 근현대사는 물론 기독교사적으로도 혁혁한 공을 세워가고 있다.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사명을 안고, 유관순 열사를 세계적 인물로 승화시키는 보훈선양에 일조하고 있는 백석대 유관순연구소를 직접 찾았다.

유관순연구소 소장 박종선 교수.
유관순연구소 소장 박종선 교수.

신앙에 뿌리 둔 애국심
유관순 열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회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애국애족정신과 충효사상의 기저에는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신앙심이 굳건하게 자리합니다. 나라를 위해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뿐인 게 유일한 슬픔이라던 유관순 열사를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바로 알려 국가발전과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유관순연구소의 비전입니다.”

200010월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목사의 제안으로 개소한 유관순연구소를 박종선 소장은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 24년간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애국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학술·교육·출판사업을 활발히 전개해온 유관순연구소. 유관순 열사와 관련한 자료 수집 및 보존 학술 연구 및 지원 도서 간행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시행 등을 두루 관장해왔다. 

박종선 소장은 국내외로 유관순 열사만을 연구하는 곳은 오직 유관순연구소 밖에 없다안타깝게도 오늘날 유관순 열사에 대한 왜곡된 정보도 많을뿐더러 신앙인으로서의 모습은 일반인은커녕 크리스천들에게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관순 열사의 고장이자 3.1운동의 무대였던 천안에 소재한 백석대는 하나님이 함께, 너와 내가 함께, 이웃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만큼, 조국의 구원을 위해 순교자적 죽음을 맞은 유관순 열사의 뜻을 계승·발전하는 작업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왜곡된 역사 바로잡기
유관순 열사에 대한 사료를 수집하고 철저한 고증을 실시하는 것은 유관순연구소 사역의 첫 걸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관순 열사의 생애가 길지 않고, 독립운동 이후 투옥돼 숨을 거두기까지의 기간 또한 짧아서 기록유산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 유관순연구소는 유관순 열사를 기억하는 가족부터 어릴 적 친구, 이화학당 동창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생생한 증언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논문과 재판기록, 호적과 족보, 당시 신문 등 각종 사료들을 바탕으로 유관순 열사의 삶을 복원하는데 힘썼다.

박종선 소장은 이를 바탕으로 유관순 열사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사실들을 바로잡은 것이 제일 큰 보람이자 성과라며 지난 20여년 동안 유관순연구소를 거친 역대 소장들, 그리고 독립운동 관련 역사학자들과 천안 지역 향토사학자들이 협업해 맺은 결실이라고 말했다.

백석대 기독교박물관이 유관순 열사의 유일한 유품인 삼색 뜨개모자를 소장 중인 것도 이런 연유다. 나아가 유관순연구소는 유관순 열사와 연관된 이설들도 바로잡았다. 먼저 유관순이름의 한자 표기를 갓 관()에서 너그러울 관()으로 수정했다유관순 열사의 생일은 19021216일로, 순국일은 1920928일로 확인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이 밖에도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가 참여한 만세시위 장소가 탑골공원이 아니라 장충단이었다는 것, 7년 징역형으로 전해진 형량은 15년에 23년을 구형받은 것으로 정정했다. 유관순 열사의 호적과 경성복심법원판결문, 수형기록표 등을 끈질기게 분석한 결과였다.

유관순연구소는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학술 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유관순 열사의 업적과 유산을 확산할 목적으로 매년 정기·기념 학술대회 또는 국제심포지엄을 열어 후속세대에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올바른 역사관 정립을 도모했다.


2022년에는 유관순학회를 공식 출범, 유관순 열사의 항일독립 및 애국애족 정신과 신앙심을 다양한 관점에서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기틀을 닦기도 했다. 동시에 유관구소가 2002년부터 작년 12월까지 통권 제31호를 펴낸 논문집 <유관순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실시한 ‘2023학년도 학술지 신구평가 결과에서 등재후보학술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박종선 소장은 유관순연구소가 학술기관으로서 한 단계 더 발돋움한 계기였다. 그간 진행해온 연구들에 대한 학술적 가치와 공신력을 인정받은 셈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전공 분야의 학자들과 손을 잡고 더욱 폭넓고 체계적인 연구를 이뤄가겠다고 부연했다.


다음세대와 접촉점 확대
유관순연구소의 또 다른 역점 사업 중 하나는 유관순 열사와 일반 시민들과의 접촉점을 확대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가보훈처 충남동부보훈지청 등 정부 출현기관과 더불어 전국에 분포한 연구소 및 유관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교육·홍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미래 주역인 다음세대가 유관순 열사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 일환으로 유관순연구소는 해마다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유관순학교를 열어 청소년들에게 교과서 밖 배움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여름방학 중 23일간 사적지 탐방을 비롯해 글짓기·역할극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애국지사들의 리더십을 익힌다.

박종선 교수는 어린 학생들은 총칼로 무장한 일본군 앞에 맨몸으로 태극기 두 개만을 손에 쥔 채 힘껏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유관순 열사의 모습에 매료된다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등 바른 인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유관순연구소는 2년 전부터 백석대 교양 강좌로 유관순학을 개설했다. 또, 충남·세종·대전 지역 7개 대학의 학생들로 대상을 확대해 온라인 비대면 수업도 진행했다. 15주에 걸친 과정에 평균 100명을 훌쩍 넘는 수강생들이 신청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인다.

강의에는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는데, 박종선 교수는 역사학자부터 영화감독, 철학전공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유관순이란 주제를 들고 특강에 나선다주제 또한 유관순 열사의 정신 계승부터 고문의 세기’ ‘여성독립운동가등 다채롭고 풍성하게 꾸려진다고 귀띔했다.

그는 대학가에서 유관순학 인기가 좋다. 오늘날 청년들이 역사에 무관심하다고 하는데, 막상 기회가 마련되면 기대 이상으로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라며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를 다음세대 눈높이에 맞춰 현대적 감각으로 전달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까닭으로 유관순연구소는 역사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과정에서 첨단기술도 활용했다. ‘AR·VR로 떠나는 역사 탐방등을 기획하며, 청년들과의 신선한 접점을 고민하는 유관순연구소. 얼마 전에는 유관순 캐릭터 공모전 및 전시회도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감성애국주의 경향을 지닌 요즘 MZ세대들의 역사의식을 공략한 것.

박종선 교수는 대개 유관순이란 이름을 들으면, 고문 받다 고통스럽게 돌아간 인물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관순 열사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단순히 일제에 대한 미움과 분노만이 아니라 참된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유관순 열사의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시켜 민족적 자긍심을 길러주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캐릭터 공모전에 접수된 작품들 중에는 소녀 유관순의 일상과 학교생활을 묘사한 게 많았다. 타고난 영웅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여느 또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소녀였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라며 다음세대에게 유관순을 비롯한 독립투사들을 좀 더 친근하게 전달할 방안으로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연극·뮤지컬 등의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관순 열사 캐릭터 전시회.
유관순 열사 캐릭터 전시회.

한국의 잔다르크, 유관순
유관순연구소는 백석대가 위치한 천안 지역의 진흥에도 힘을 실으며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소명을 감당하고 있다. 그 예로 2007~2011년에는 주민들에게 천안 지역 여성 역량 강화를 위한 리더십 교육을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유관순 열사의 유품과 어록을 전시한 백석대 기독교박물관에는 유관순 특별관을 마련해 시민에게 개방한 상태다.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 8호감방을 재현해낸 이곳은 천안시가 주관하는 시티투어 코스로 선정돼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유관순연구소의 주요 임무 중 하나로 출판을 빼놓을 수 없다. 유관순 열사에 대해 어렵게 밝혀낸 진실을 토대로 서적들을 발간한 것. 우선 유관순 열사에 대한 전기 <만세소녀 유관순>은 역사 속 이야기를 유관순 열사의 친숙한 어투로 생생하게 풀어내 박수를 받았다.

유관순 열사의 일생을 담은 <독립을 향한 당당한 외침, 유관순 이야기> 책도 대표적이다. 이 책은 한국어는 물론 영어·일어·중국어·불어 등 5개국어로 출판돼 각 나라별 도서관과 문화원 등 유관기관 150곳에 보급되는 기염을 토했다.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3.1운동 기념의 날행사에선, 영문판 50권을 기증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유관순 열사를 홍보하기도 했다.

박종선 소장은 유관순 열사는 잔 다르크 못지않은 위대한 인물이라며 뜨거운 신앙에서 출발한 유관순 열사의 애국심을 통해 한국의 민족적 자긍심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향후 해외 연구단체와도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유관순연구소가 국가의 발전과 세계평화에 더욱 이바지하길 소망한다고 기대했다

백석대 유관순학 강의 모습.
유관순연구소가 개최한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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