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덤’으로 주시는 ‘추가 시간’-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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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덤’으로 주시는 ‘추가 시간’-오늘
  • 이의용 교수(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 승인 2024.02.0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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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70)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야구는 9회까지 진행되고, 축구는 전반 45분, 후반 45분을 합해 90분간 진행된다. 그런데 야구는 규칙이 좀 복잡해서 쓰리(3) 아웃이 되면 공격과 수비가 바뀐다. 9회 말 투(2) 아웃이면 경기가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9회 말 투 아웃 상태에서 역전 드라마가 펼쳐지곤 한다. 이게 야구의 매력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축구에도 잠시 중단된 시간만큼 경기를 더 하는 ‘추가시간’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그 추가 시간에 경기의 흐름이 바뀌어 역전이 되곤 한다.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서는 전후반 90분 경기 후 더해지는 추가 시간에 승부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랬다. 덤으로 얻은 시간에 동점골을 넣거나 추가골을 넣어 경기를 이겨서 더 재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런 말을 만들어 봤다. “야구는 9회말 투 아웃부터 시작되고, 축구는 90분부터 시작된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나는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보다 우리 선수들의 태도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큰 격려와 용기를 주었다. 우승컵보다 더 큰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체력이 고갈된  4강전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사우디와의 8강전이었다. 여러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첫째 장면은 골문 옆 바닥에 무릎을 끓고 앉아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던 조현우 골키퍼의 모습. 그걸 보며 함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장면은 종료 1분 전에 동점을 골을 넣던 조규성 선수. 여러 비난을 받으며 마음 고생을 해왔을 그여서 더욱 감사했다.   

셋째 장면은 승부 차기 중 우리 골키퍼가 두 개를 막아내자,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선수들만 놔두고 먼저 경기장을 등지고 떠나간 만치니 감독의 뒷모습. 선수들도 배신감을 느꼈겠지만, 그 장면을 스크린을 통해 목격한 사우디 아라비아 응원단은 또 얼마나 분노했을까. 지도자가 절대로 보여서는 안될 태도였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끝까지 응원하고, 비록 패하더라도 선수들을 위로해주는 게 감독이 할 일인데, 이번 대회 참가국 감독 중 최고의 대우를 받는 감독이 어찌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다. 

넷째 장면은 우리 손흥민 주장의 매너다. 경기가 끝나자 그는 다 이겼던 경기에 패해 실망하고, 감독으로부터도 존중받지 못한 선수와 응원단을 위로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관중들을 찾아가 박수로 위로해주었다. 그뿐이 아니라 패배한 사우디 아라비아 선수들을 일일이 찾아가 안아주며 위로해주었다. 그 중에는 알 불라이히(5번) 선수도 있었다. 심판 몰래 손흥민 선수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괴롭혔고, 황희찬 선수의 목을 조르기도 한 손흥민 선수가 그를 향해 두 팔을 벌리자, 처음에는 어찌 할 줄 몰라 하던 그의 모습을 화면에서 봤다. 손흥민 선수의 이런 매너는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알려졌고, 사우디 아라비아 국민들도 감동했다. 이렇게 판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 있는 선수(Cluster Player)를 우리가 ‘보유’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비난, 조롱 대신 칭찬, 격려, 응원을!
축구는 공을 골문 안에 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선수에게는 우승컵이 중요하겠지만, 나처럼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재미’가 더 중요하다. 구경하는 재미는 승패보다 그 과정에서 얻는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것은, 우리 관중들의 태도다. 감독과 특정 선수를 향한 비난과 조롱이 도를 넘고 있다. 자신이 감독보다 더 높은 전략가인 것처럼, 특정 선수보다 더 우수한 선수인 것처럼, 심판보다 더 정확한 심판자인 것처럼 SNS에 손가락으로 비난의 글을 올린다. “남의 잘못에 대해 관용하라. 정의만으로 재판을 한다면, 우리 중 단 한 사람도 구원을 받지 못할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말이다. 

언젠가 어느 여자축구 대회에서 좋은 태도를 보인 팀의 선수에게 심판이 ‘화이트 카드’를 꺼내보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경기 운영에 엘로카드나 레드카드도 필요하겠지만, 훌륭한 매너를 보인 선수에게는 심판이 ‘화이트 카드’를 거침 없이 내미는 경기를 보고 싶다. 난 그게 우승컵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을 칭찬하고 격려하고 응원하자! 
야구는 9회말 투 아웃부터, 축구는 90분부터, 그리고 우리 인생은 ‘오늘’부터 시작된다. ‘오늘’은 하나님께서 내 인생에 ‘덤’으로 주시는 ‘추가 시간’이다. 오늘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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