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만 오면 위축되는 청년들, 학생에게 주도권 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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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만 오면 위축되는 청년들, 학생에게 주도권 돌려줘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2.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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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학복협 신임 상임대표 김태구 목사

“예전에는 캠퍼스에서 백(100)의 노력을 들이면 한 사람을 전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천의 노력, 만의 노력으로도 한 사람을 전도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현장에서 사역하는 간사님들이 반복되는 거절로 상처를 품고 있는 것을 본다.”

약 36년간 청년 사역에 투신했던 학원복음화협의회 전 상임대표 장근성 목사가 직을 내려놓으며 남긴 소회다. 싸늘해진 기독교를 향한 시선, 종교에서 멀어지는 청년들을 붙잡고 학원 복음화의 사명을 이어가야 하는 후배들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래서일까. 장 목사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학복협 신임 상임대표 김태구 목사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하지만 위기일수록 ‘진짜’는 더 빛을 발하는 법. 김 목사는 캠퍼스 환경은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 복음에는 여전히 생명력이 있다고 믿는다. 위기의 시대 가운데 지난 12월부터 학복협 수장이라는 거룩한 부담을 진 김태구 목사를 지난 5일 만났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신임 상임대표에 취임한 김태구 목사는 “간사 주도 사역에서 학생 주도 사역으로 전환해야 캠퍼스 사역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신임 상임대표에 취임한 김태구 목사는 “간사 주도 사역에서 학생 주도 사역으로 전환해야 캠퍼스 사역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교단체의 어려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사실 생각지도 못한 자리였다. 김태구 목사가 몸담았던 선교단체는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일 국제대학선교협의회(CMI). 김 목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CMI는 규모가 작다 못해 거의 폭삭 망하기 직전까지 가는 아픔을 겪었다.

“CMI는 UBF에서 독립해서 나온 단체입니다. 나뉠 당시만 해도 수련회를 열면 천오백명이 모일 정도로 작은 규모가 아니었죠. 그런데 이후 혼란을 겪으며 10년 만에 100명 밑으로 떨어졌어요. 캠퍼스 사역 전체가 어렵기도 했지만 우리는 분리와 혼란으로 인해 그 여파가 더 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8년간 대표를 맡으며 갈등을 중재하고 수습하는 일을 했어요.”

그랬기에 학복협 신임 대표로 추천을 받았을 때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단체를 섬기며 수습에 급급했던 자신이 캠퍼스 선교단체를 대표하는 자리를 맡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여겼다. 하지만 인간적인 염려 뒤, 이곳에 부르신 하나님의 뜻을 묵상하자 생각이 달라졌다.

“CMI 대표로 섬기는 동안 무너진 캠퍼스 사역 현장을 리빌딩하는 작업에 주력했습니다. 그렇게 온몸으로 부딪치며 배운 것들이 정말 많아요. 이렇게 한 번 어려움에 빠졌던 단체를 섬긴 경험이 한국 캠퍼스 사역 전체가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과 겹쳐 보였습니다. 고충을 토로하는 단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어려운 시기에 학복협 대표를 맡겨주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위기는 ‘자발성의 감소’

캠퍼스 사역의 위기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분석이 뒤따른다.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신뢰도 추락과 탈종교화 현상이 가장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하지만 김태구 목사의 시선은 신선하다. 김 목사는 지금 캠퍼스 사역의 진짜 위기는 ‘숫자의 감소’가 아닌 ‘자발성의 감소’라고 지적한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20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자기 주도성이 가장 강한 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에서 시키는 것보다 자신의 취향을 따라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한 세대가 지금의 청년들이다. 하지만 그런 청년들이 교회에만 오면 다시 아이가 된다.

“역설적이게도 선교단체에 좋은 간사들이 너무 많기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간사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섬겨주다 보니 점점 캠퍼스 사역은 간사들의 주도로 이뤄지고 학생은 결정에 따라가는 객체가 되어버렸어요. 학생들이 캠퍼스 사역을 자기 일이 아닌 간사의 일로 여긴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런 형태로는 캠퍼스 선교의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봐요.”

학생들은 졸업하고 새로운 학생으로 순환되는데 간사들은 캠퍼스에 계속 남는다. 그것이 반복되며 간사들은 연차가 쌓이면서 전문성과 노하우가 생기고 캠퍼스 사역의 전문가가 된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간사들도 학생들을 훈련 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김 목사의 진단이다. 학생들을 훈련 시키는 일도 물론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은 사역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캠퍼스 선교단체 간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매번 새로 들어와서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학생들이 서툰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간사들이 답답하니 필드에서 뛰고 골까지 넣기 시작했어요. 학생들은 뒤에서 어시스트만 하고 있고요. 이 역할이 바뀌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플레이어, 간사는 코치가 돼야 해요. 물론 처음에는 버벅대고 시행착오를 겪겠죠. 하지만 이런 성장통을 겪은 후에야 진짜 캠퍼스 사역이 시작될 겁니다. 야성을 갖고 실수도 하며 배우는 것이 오히려 청년다운 모습이라 봅니다.”

 

복음 전도에 답이 있다

모두 입을 모아 캠퍼스 선교가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나날이 발표되는 청년 관련 통계수치는 하나같이 캠퍼스 선교의 위기를 가리킨다. 하지만 김태구 목사의 생각은 다르다. 다들 변했다고 하지만 사실 달라진 것은 없다. 우주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동일하게 살아 역사하시고 복음은 여전히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교회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교회 다니는 것을 드러내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봅시다. 초대교회 당시에는 지금보다 예수를 믿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었고 드러내기 힘든 일이었어요. 그런데 사도 바울은 복음의 능력을 알고 난 뒤 이제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고백해요. 눈에 보이는 환경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본질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복음은 여전히 사람을 변화시키는 생명력 있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복음에 더 갈급한 세대다. 하나님 없이 자기 마음대로 살고 있지만 이들의 마음은 영적으로 더 황폐해졌다. 그래서 김태구 목사는 CMI 대표로 섬길 당시 기존 신자를 회원으로 받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닌 비기독교인 청년에게 주목했다. 그들에게 다가가 하나님의 말씀을 소개했을 때 그들이 진리를 마주하고 놀랍게 달라지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믿지 않는 청년들을 향한 전도와 회심은 그들의 삶에도 중요한 일이지만 믿는 청년들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저 부모님을 따라 습관적으로 교회를 다니던 이들이, 전도를 통해 한 사람의 삶이 진짜로 변화되는 장면을 보며 복음에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죠. 믿는 청년들을 훈련 시키는 것도 선교단체의 사명이지만 선교단체가 살아나려면, 더 나아가 한국교회가 살아나려면 복음을 들고 믿지 않는 이들에게 나아가는 전도가 꾸준히 일어나야 합니다.”

 

학복협은? 캠퍼스 선교단체 지원하는 든든한 ‘서포터’

학원복음화협의회는 교회의 미래인 다음세대를 살릴 길이 캠퍼스에 있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됐다. 1989년 9월 11개 교회 담임목사가 발기인으로 참여해 학복협의 기틀을 다졌고 1990년 1월 창립총회를 개최하며 시작을 알렸다.

회원으로 CAM대학선교회,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한국누가회(CMF), 국제대학선교협의회(CMI), 제자들선교회(DFC), 빚진자들선교회(DSM), 세계로선교회(ENM), 기독대학인회(ESF), 한국기독학생회(IVF), 예수제자운동(JDM), 죠이선교회(JOY), 학생신앙운동(SFC), 예수전도단(YWAM) 등 주요 캠퍼스 선교단체가 참여하고 있어 명실상부 한국의 학생 선교 운동을 대표하는 단체다.

직접 캠퍼스에서 사역을 하진 않지만 캠퍼스 선교단체들의 연합과 네트워크를 위한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현장 사역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달 29~30일 열린 캠퍼스 선교단체 ‘신입 간사 수련회’를 비롯해 ‘대표 간사 연합 수련회’, 교회 청년부를 섬기는 교역자들을 위한 ‘훈련 학교’ 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와 함께 청년 사역의 해법을 고민한 ‘청년, 미래, 선교 서밋’을 개최했다.

5년마다 발표하는 ‘청년 트렌드 리포트’도 학복협의 주목할만한 사역이다. 학복협 산하 캠퍼스청년연구소가 주도해 조사하고 발표한 ‘청년 트렌드 리포트’는 벌써 5회째를 맞아 대한민국 청년, 특히 기독 청년들의 생각이 어떤지를 비교분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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