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하늘에서든지 땅에서든지 이적과 기사를 행하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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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하늘에서든지 땅에서든지 이적과 기사를 행하시는 하나님
  • 유선명 교수(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 승인 2024.02.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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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18) - “그는 구원도 하시며 건져내기도 하시며” (단 6:27)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다니엘서는 지상의 권력자가 하늘의 통치지 앞에 굴복하고 찬양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바벨론의 느부갓네살과 벨사살 왕에 이어, 바벨론을 꺾은 바사(페르샤)의 군주 다리오가 같은 주제를 변주하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이처럼 왕국이 바뀌고 왕좌의 주인이 바뀌며 수많은 인물들이 오고 가는 동안, 그들을 상대하고 하늘의 뜻을 풀어주는 사람은 여전히 다니엘입니다. 어제의 재상이 오늘은 죄수가 되는 숨가쁜 정치무대에서, 두 왕국의 세 왕을 보좌하는 재상의 자리를 지켜낸 다니엘은 분명 탁월한 정치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니엘이 불멸에 가까운 생존력을 보여준 것은 역으로 그가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데서 비롯됩니다. 소년의 몸으로 바벨론의 포로가 되어 관료 준비과정을 지내는 동안 조금이라도 율법을 어기는 일은 할 수 없다며 왕실이 제공하는 음식을 거부했던 다니엘입니다. 금신상 앞에 절하지 않으면 뜨거운 풀무불에 태워질 것을 알고도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신앙으로 버티고 승리한 그의 세 친구 이야기를 보면 다니엘도 당연히 신앙을 타협하지 않고 이겨냈으리라 짐작됩니다.

다리오는 느부갓네살이나 벨사살과 달리 자기도취에 빠져 하나님을 모독하거나 허영심에서 자신을 섬기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다리오는 다니엘을 매우 아껴서 120개 속주로 이뤄진 거대한 제국을 통치하는 왕 직속 최고통치자로 점찍어 두었습니다. 너무 일찍 출세하면 화를 입기 쉽습니다. 다니엘을 시기하는 자들이 꾀를 내어 그를 잡을 길을 궁리합니다. 공무집행에 실수가 없고, 비위행위나 스캔들이 없으니 어쩌지를 못했습니다. 누군가 꾀를 낸다는 것이 그의 신앙을 걸고넘어져야겠다고 하자 모두가 찬성합니다. 이제 다니엘은 덫에 걸렸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들이 덫에 걸렸습니다. 자신들만 모르고 있었지요. 대신들이 왕을 꾀어 향후 30일간 그 누구도 페르샤 왕이 아닌 그 무엇도 섬기지 못한다는 칙령을 통과시킨 것은 그들 평생에 최악의 수가 되고 맙니다. 다니엘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의 습관대로 하루 세 번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했습니다. 대신들은 옳다구나 그를 고발하고, 다리오 왕은 변경할 수 없는제국 칙령의 권위를 스스로 깰 수 없어서 마음에 원하지 않았지만 다니엘을 사자굴에 던져넣으라고 허락합니다. 사자굴의 처벌은 백성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다니엘의 비참한 최후를 널리 보여주기 위한 야비한 설정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이 드라마의 결말을 압니다. 다니엘은 사자굴에서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나오고, 다니엘을 제거하고 싶어 일을 꾸몄던 악한들이 대신 사자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이 반전은 참으로 속이 시원해지는 반전이지만,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니엘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다리오가 놀라운 칙령을 공포합니다. “이에 다리오 왕이 온 땅에 있는 모든 백성과 나라들과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조서를 내려 이르되 원하건대 너희에게 큰 평강이 있을지어다 내가 이제 조서를 내리노라 내 나라 관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다 다니엘의 하나님 앞에서 떨며 두려워할지니 그는 살아 계시는 하나님이시요 영원히 변하지 않으실 이시며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요 그의 권세는 무궁할 것이며 그는 구원도 하시며 건져내기도 하시며 하늘에서든지 땅에서든지 이적과 기사를 행하시는 이로서 다니엘을 구원하여 사자의 입에서 벗어나게 하셨음이라 하였더라(6:25-27).” 이방세계의 지배자의 입에서 나온 이 심오한 신학이야말로 다니엘의 결연한 믿음과 충성의 열매가 아니면 무엇일까요. 주님께서 하나님 나라는 씨를 뿌려 열매를 거두는 이치와 같다 말씀하신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으니(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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