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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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이름값
  • 서장국 장로
  • 승인 2024.02.0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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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백석대학교회 장로, 백석대학교 어문학부 교수
천안 백석대학교회 장로, 백석대학교 어문학부 교수

이레 빵집, 이레 화방, 이레 식당, 이레 산업, … 요즈음 주변에 ‘이레’라는 이름이 들어간 상호가 눈에 자주 띈다. 나의 장녀 이름이 ‘이레’인지라 이들 상호에 관심이 간다. 이들 상호의 주인이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름만으로 우리는 은연중에 그들을 그리스도인과 동일시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손자 손녀들의 이름을 직접 지어주셨는데 13명의 이름을 짓느라고 지치셨는지 아니면 좋은 이름의 목록이 바닥이 나셨는지 6남 1녀의 막내아들인 내 차례가 되었을 때는 나에게 우리 큰딸의 이름을 지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구약 성경에서 힌트를 얻어 딸의 이름을 ‘이레’라고 짓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설명을 들으시고는 그렇게 정하라고 허락하셨다. 아버지께서는 당시 아직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였지만 성경적인 이름에 특별히 거부감은 없으셨다. 지금이야 성경적인 이름이 보편화 되었지만 1990년 그 당시만 해도 ‘이레’라는 이름은 그리 흔치 않은 이름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아기 이름을 물을 때면 일일이 이름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해 주어야 했다.

이름은 구별된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 하나의 상징 내지는 기호로 사용되지만 동시에 그 이름을 가지고 있는 존재 자체를 가리킨다. 나아가 그 존재가 지니고 있는 신분, 인격, 명성, 지위, 특징 등을 두루 나타내게 된다. 다시 말해 사람의 이름은 단순히 한 개인의 호칭이나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표시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히 한국사회에서 사람의 이름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의 이름을 지을 때 그들의 최상의 기대와 소망을 담아 정성을 기울인다. 그만큼 이름은 소중한 자산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내 이름에 먹칠을 하지 말라”라고 한다든가 “내 이름 석 자를 두고 맹세한다”라고 힘주어 강조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순간순간 이름의 의미와 그것이 함축하는 가치를 되새기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그리스도인의 이름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인 이건 아니건 성경에 기원한 이름을 가진 사람을 대할 때 우리는 일단 그 사람을 기독교인이라고 간주하고 그에 합당한 가치관을 부여한다. 만약 그 사람이 좋은 일을 하여 명성을 얻게 되면 그를 통하여 하나님의 이름이 높임을 받게 되고 반대로 그 사람이 나쁜 일을 하여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하나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성경적 이름을 가지게 되면 그에 상응하여 우리의 책임도 그 만큼 커지게 되는 것 같다. 일례로 성경적 이름을 가진 유명 인사들이 수상을 하거나 공을 세워 소감을 말할 때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면 그를 통하여 하나님의 이름이 동시에 영화롭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성경적 이름을 지닌 사람 혹은 그리스도인이라 칭하는 사람들이 그 이름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도바울은 고린도후서 3장 1~5절에서 우리를 ‘그리스도의 편지’라고 하였다.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닌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편지로서 우리를 통해 예수님이 나타나고, 예수님이 보여지고, 예수님이 전해져야 하는 사명을 지닌 존재들이다. 구겨지고 더럽히고 냄새가 나서 버려지는 편지가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를 가득 품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반기는 꽃 편지가 되어야겠다.

나는 큰딸 ‘이레’의 이름값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이름 덕을 톡톡히 보아서일까?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께서 큰딸 ‘이레’에게 그 이름에 합당한 복을 주시고 인도하고 계심을 나는 믿는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고 있는가? 그리스도인! 이 멋진 이름에 어울리게 최선을 다해 남은 삶을 살아가고자 다짐해 본다. 그리스도인의 이름값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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