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선 안 되는 가정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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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선 안 되는 가정의 문제
  • 신지영 교수(백석대, 대한심리상담센터장)
  • 승인 2024.01.31 0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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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교수의 '하나님과 동행하는 부부생활과 자녀양육 (29)
신지영 교수(백석대) / 대한심리상담센터장
신지영 교수(백석대) / 대한심리상담센터장

당신은 가족의 아픔을 어느 정도로 인정하는가? 자신의 문화와 종교적 배경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치관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자녀가 자신의 문제는 부모 탓이라고 하면서 부모를 미워하고,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한 원망을 하며, 죽일 듯이 때리는 가정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가정의 어머니는 그 자녀에 대해 어떻게 할까? 

자기희생적이고, 피학적인 어머니라면 자녀의 문제는 어머니 자신 때문이라고 여기고, 자녀의 폭력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른 채, 그저 다 받아들이고 자신이 자녀에게 신체 폭력을 당해서 자녀가 괜찮아진다면 그렇게라도 해주겠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병리적인 일인가? 어머니는 자녀의 문제를 인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치료기관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자녀의 정신적인 아픔은 아픔으로 인정하지 않고, 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엄마가 그 상황을 피하거나, 자녀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하는 왜곡된 신념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구세주가 되려고 한다면, 자녀와 자신의 마음은 더 병들게 될 것이고, 미로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녀의 문제를 모른 척하거나,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다면, 당신의 두려움이 눈앞에서는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실상은 내면에서 계속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폭력은 어떠한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 누구도 자신의 몸과 타인의 몸을 마음대로 위해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폭력이라는 것에 노출되고, 다 잘되라고 하는 이유로, 또는 화풀이로 써도 된다는 인식을 하는 문화 속에 살았다면, 폭력에 대해 허용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폭력은 점점 더 커지게 되고,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의 문제를 숨겨서는 안 된다. 숨겨두면 숨겨둘수록, 저절로 괜찮아질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하고도 무모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자신이 제대로 보고 싶지 않았던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인의 도움은 더욱 필요하다. 이미 그 패턴 속에 머물고있는 가족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주변에서 그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특히 가정폭력의 문제는 경찰이나 여성 긴급전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가족 구성원들이 이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면, 두려움과 수치심을 뛰어넘어서 적절한 도움을 구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전문가 혹은 정신건강의학적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이 문제에 직면해서 폭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의 회복과 가족의 회복을 위해서 올바르면서도 의미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를 깊이 숙고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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