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주변 카페에 비친 우리 교회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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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주변 카페에 비친 우리 교회의 모습은?
  • 이의용 교수(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 승인 2024.01.10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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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67)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지난 연말에는 눈이 참 많이 왔다. 아내와 눈 내리는 뒷산과 공원에 나가 산책을 했다. 집으로 가기 아쉬워 근처 카페엘 들어갔다. 설경이 잘 보이는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내리는 눈을 감상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의 눈을 구경하다니… 다른 중년 부부들도 우리와 같이 마음이 들뜬 표정이었다.

그때 한 무리의 청년들이 올라왔다. 마땅한 자리가 없자, 여기저기서 탁자와 의자들을 끌어 모으더니 한 군데로 모여 앉았다. 우리 바로 옆자리에. 나누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인근 교회 청년들이었다. 반가웠다. 간식이라도 사주고 싶었다. 눈이 많이 내리니 서로 연락을 해서 모인 모양이다. 따뜻한 붕어빵과 귤도 사들고 와서 먹으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크다. 결국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우리는 다른 자리로 피난(?)을 가야 했다. 창 밖의 설경을 구경하러 온 다른 이들도 힐끗힐끗 이들을 쳐다보며 좀 조용히 해주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큰 소리로 교회 이야기를 하며,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하며 웃어댔다.

조용히 하자고 내가 얘기를 하려 했지만, 아내가 말리는 바람에 그만두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 그들이 일어섰다. 탁자와 의자를 제자리에 옮겨놓지 않은 채. 귤 껍질과 붕어빵 봉지는 쟁반 위에 그대로 쌓아 놓은 채. 카페는 다시 조용해졌고, 손님들은 다시 창 밖에서 내리는 눈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었다. 참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목사님이 다른 교회로부터 청빙을 받고 고민하고 있었다. 갈등이 심하던 그 교회에서 오랜 동안 고생을 한 터라 교회에서도 더 붙잡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 수고를 아는 장로들도 고민을 하다가, 청빙 요청을 한 교회가 ‘좋은 교회’면 보내드리겠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그리고 장로들이 그 교회 주변 탐문에 나섰다. 지역 사회 주민도 만나보고 교회 주변의 음식점, 상점,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그 교회에 대한 평판을 알아봤다. 그 결과가 좋아서 그 분을 새로운 교회로 보내드렸다고 한다.

가끔 ‘좋은 교회’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그 교회에서 가장 가까운 음식점이나 카페 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권한다. 그 교회 교인들이 카페나 음식점에 와서 나누는 이야기, 그 교회 교인들이 보이는 매너를 카페나 음식점 직원들은 다 듣고 본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교회가 ‘좋은 교회’인지, 그 교회 교인들이 ‘좋은 교인’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교회 교인들이 카페나 음식점에 와서 교회를 비난하거나,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않거나, 일하는 직원들을 막 대한다면 그 교회는 다른 사람에게 권할 만한 교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인들의 좋은 대화,
좋은 매너가 전도의 시작!

교인들이 교회 부근의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거기서 일하는 이들이 교회에 대해 호감을 느끼도록 언행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목회자나 다른 교인에 대한 비난은 교회 안에서 하면 좋겠다. 평화롭고 화목한 교회와 교인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일하는 이들에게도 친절하면 좋겠다. 식사 기도도 다른 손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 좋겠다. 

지난 성탄절 예배 때 지방의 어느 작은 교회에 강의를 하러 갔다. 그날도 눈이 많이 왔다. 상가 2층 교회였는데 평일에는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였다. 예배 후 바로 옆 식당엘 갔는데 주인이 교인들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그러면서 담임목사에게 “아침에 눈 치우느라 고생하셨다“며 인사를 건넨다. ”상가 2층 입주자가 마당 눈 치우는 건 처음 봤다“며. 이 한 마디에서 이 교회를 향한 이웃들의 평판을 금새 느낄 수 있었다.

거창하게 ‘빛과 소금’까지 내세울 게 없다. 우리의 일터에서 나는 다른 동료들로부터 어떤 평판을 받는지, 가정에서 부모 형제 자녀들로부터 어떤 평판을 받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또 우리 교회와 교인들이 지역사회 주민들로부터 어떤 평판을 받는지, 특히 교회 부근 카페나 음식점에서 일하는 이들로부터 어떤 평판을 받는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교회 주변 카페나 음식점에서만이라도 좋은 대화를 나누자. 그리고 좋은 매너를 보이자. 그게 바로 전도 아니겠는가. 내가 교회다! “신자들은 성경을 읽지만, 비신자들은 신자들의 삶을 읽는다.”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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