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든든한 믿음의 가문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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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든든한 믿음의 가문을 꿈꾸며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4.01.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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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C 장로님은 주일마다 섬기시는 교회에서 아들 내외들, 손주들 등 3대의 대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린 후, 교회 식당에서 식사를 같이 하며 서로 함께하는 좋은 시간을 갖는다고 하신다. 신앙의 대를 이어 한 교회에서, 한 신앙으로 코이노니아를 나누는 가정 공동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난 그게 아주 부러웠다. 우리는 언제 저런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선친(先親)은 원래 신앙생활을 하지 않으셨다. 호인이고 사교성이 풍부하신데다가 술과 담배를 무척 좋아하셨다. 그때 효도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평상 시 아버님께 더러 잘못했어도 월급날, 맥주 한 상자와 고급 담배 한 보루를 사다 드리면 아주 흡족해하셨다. 또, 간간이 술 안줏거리를 사다 드리면 그렇게도 좋아하셨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시는 것을 반대는 하지 않으셨으나 교회에 헌금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게 여기셨다. 형편이 어려웠으니 그러실 수밖에. 수입의 10분의 1을 헌금하는 것, 우리도 ‘이 돈을 부모님께 드리면 더 큰 효도가 될 텐데….’ 할 때가 있었다.

아버님은 한동안 허리 디스크로 고생을 하셨는데, 병원 치료를 받으셔도 연세가 있어서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았다. 그때 인근의 개척교회 정 목사 사모님이 아침마다 오셔서 아프신 곳을 정성껏 마사지하시면서 기도를 해 주셨다. 처음엔 전도가 목적인 것을 아시고 오시는 걸 달갑게 여기시지 않으셨다. 그러나 사모님은 아버님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오셨다. 일상적 대화도 나누시며 기도하시면서 점진적 접근법으로 예수님의 능력을 전하시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버님은 교회에 한번 나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십수 년 동안 간절히 기도한 바를 이루어 주시는 순간이다. 할렐루야!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사랑이 동기가 되어 진심을 담은 꾸준한 섬김은 감동을 주고 생각지 못한 큰 힘을 발휘한다. 간절한 기도는 하나님의 때가 되면 꼭 응답해 주시는 것을 새삼 알았다. 또, 때를 얻든지 그렇지 못하든지 간에 전도를 해야 한다는 걸 다시 배웠다. 하나님의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꼭 들어주시기 때문이다.

선친은 바로 교회를 나가셨다. 각종 예배 시간을 철저히 지키시고, 성경을 꾸준히 정독하기 시작하셨다. 신앙생활을 시작하시자마자 은혜를 받고, 그렇게 좋아하시던 술과 담배도 거짓말같이 하루아침에 끊으셨다. 가정에 평화가 온 것은 물론이다. 처녀 시절 신앙생활을 하시다가 결혼 후 아버지의 반대로 신앙생활은 계속하지 못했던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셨다.

삼 년 후, 서리집사 임명을 받으시고 (개척교회로 규모가 작아서) 구역장을 맡게 되셨다. 하루는 기도문을 정성껏 쓰신 다음 나에게 봐달라고 하셔서 읽어보니 순수한 믿음 생활을 솔직하게 잘 표현하셔서 나도 은혜를 받았다. 아버님은 신앙생활을 하신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나 성경도 꾸준히 읽으셨다. 천국에 가신 후 아버님이 보시던 성경책을 보고 그걸 확인했다. 군데군데 색깔별로 밑줄을 그은 곳도 있었고 설교 요약문도 꽤 많이 보였다.

당시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관리소장 일을 맡으셨는데, 그곳에 드나드시는 친구들을 전도하셔서 성과를 거두기도 하셨다. 교회에서는 노인 야유회를 마련해 주셔서 어르신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하였다. 또, 각종 행사에 인적, 물적으로 도움을 주셔서 어르신들은 ‘교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셨다.

한동안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다가 68세 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교회장으로 천국 환송 예배를 드리고, 탄현 기독교 공원묘지에 모셨다. 묘비에 ‘김오환 집사의 묘’라고 썼다. 선친의 묘소를 찾을 때마다 그 사모님을 통해 하나님께서 하신 일에 마음을 다한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니 부족하나마-정말 부끄러울 정도이나-우리도 이제 신앙생활이 4대째 이어지는 가정이 되었다. 오늘도 차가운 새벽공기를 뚫고 기도회에 나가 무릎을 꿇는다. 기도 보따리를 풀자마자 자연스레 ‘3대의 신실한 신앙’을 위한 기도가 가장 먼저 나온다. 든든한 믿음의 가문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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