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노잼’이 아니에요!”…다음세대 목회 비결은 ‘즐거운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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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노잼’이 아니에요!”…다음세대 목회 비결은 ‘즐거운 예배’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1.09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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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잃은 다음세대 품는 하늘샘교회
하늘샘교회 전웅제 담임목사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자로 세워지는 아이들”이 가장 소중한 열매라고 고백했다.

오늘날 교회를 두고 노잼이라고 말하는 다음세대. 이들이 다른 세대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색 목회를 펼치는 곳이 있다. 예배와 신앙생활에서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곳, 바로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하늘샘교회이야기다.

이곳 풍경은 여느 평범한 교회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예배당 한 켠에는 컴퓨터와 게임기가 설치돼 PC방을 방불케 한다. 또 다른 한쪽 벽면에는 수십 권의 만화책이 구비돼 있다. 지하 1층에는 동네 아이들이 즐겨 찾는 최고의 아지트 헤븐 인 카페도 운영 중이다.

하늘샘교회 전웅제 담임목사는 우리 교회를 한 번도 못 와본 친구는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친구는 없다며 웃어보였다. 놀라운 건 이곳서 영혼구원의 역사가 활발히 일어난다는 사실. 방황하던 아이들은 이 교회에서 점차 상처를 회복하고 꿈을 찾아간다.

기자가 하늘샘교회를 직접 찾은 날도 그랬다. 카페에 놀러 온 한 여자아이가 대뜸 목사님을 향해 저도 이 교회에 나오고 싶어요!”라고 외쳤다. 요즘 보기 드문 풍경에 잠시 눈과 귀를 의심했다. 과연,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하늘샘교회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하늘샘교회 전웅제 담임목사.

동네에 소문난 이상한 교회
우리 같이 게임하러 갈래? 이기면 목사님이 컵라면 준대!” 하늘샘교회로 향하는 아이들의 입술에선 다소 특이한 고백이 터져나온다. 번역하자면, 결국 교회 가자란 뜻이다. 지난 12년 동안 이렇게 하늘샘교회를 스쳐 간 아이들은 200명을 훌쩍 넘는다.

아이들과 함께 놀이하며, 때로는 친근한 삼촌이자 든든한 아버지 역할을 자처하는 전 목사는 이렇게 운을 뗐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꾸민 예배당과 게임은 접촉점일 뿐, 물론 본질은 아닙니다. 다만 목회자는 급변하는 문화를 빠르게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갈수록 교회 안 다음세대가 자취를 감추는 현실에서 다음세대의 높이에 맞춘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PC방과 만화방, 코로나19 이전에는 코인노래방까지 들였다는 전 목사는 아이들에게 교회는 주일만 나가는 곳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목회자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은 어엿한 자립교회로 이름을 올렸지만, 전 목사도 사역 초반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었다. 분당의 모 대형교회서 7년간 부교역자로 몸 담았던 그는 2011년 하늘샘교회 제3대 담임목회자로 부임했다. 그러나 성도 한 명 없던 당시 개척교회의 상황은 열악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전도지 2,000장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공짜로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켜 주겠다고 미끼를 던지기도 했다. 나름 긴 시간 대형교회 청소년부에서 사역하면서 노하우가 있다고 자부했던 그의 자신감은 불과 몇 달도 채 안돼 무너졌다. 결과는 전도 대실패였다.

비로소 엉뚱한 무기였음을 깨달은 전 목사는 교회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근처 학교 앞에서 하교 시간에 쏟아지는 아이들의 동선을 관찰했어요. 그랬더니 문방구 오락기에 삼삼오오 모여 놀더라고요. 얘네를 초청하고 싶어서 목사님이랑 교회 가서 게임 한판 할래?’ 물었죠.”

우연히 만난 초등학생들에게 별 기대 없이 던진 말, 이번엔 성공이었다. 그길로 교회를 개방하기로 결단한 전 목사는 집에 있던 컴퓨터와 각종 게임기를 들여놓았다. 컵라면과 과자 등 간식도 마련해 아이들이 언제든지 와서 놀고먹도록 했다. 입소문이 무섭게 퍼지면서 하루에만 열댓 명의 아이들이 하늘샘교회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1년 새 20명으로 부흥했다.

아이들과 교제하면서 전 목사는 자연스레 각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됐다. “우리 교회에 오는 친구들의 90% 이상은 불신자 가정이에요. 부모님의 이혼, 가정폭력과 학대, 방치를 겪으면서 가출하고 비행을 일삼는 청소년들도 많았습니다. 이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서, 먹을 곳이 없어서, 쉴 곳이 없어서 우리 교회에 하나 둘 오기 시작한 겁니다.”

세상에선 소위 양아치로 손가락질 받는 아이들을 환대한 하늘샘교회를 두고, 주위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아이들이 게임하러 교회에 간다며 이상한 교회라고 수근대거나, 나쁜 교회 혹은 이단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한 번은 건물주가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교회가 없어질 위기에 소식을 들은 아이들은 교회 이전을 함께 돕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십시일반 후원금과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길이 더해져 지금의 하늘샘교회가 자리한 곳에 새 둥지를 텄다.

전 목사는 차마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면서 가정이 제 역할을 못하니, 삶이 무너진 아이들을 교회라도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가면 아무도 없다’ ‘엄마 아빠가 때린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교회에 있을 때만큼은 즐겁고 행복하고 평안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덕분에 전 목사는 경찰서와 법원도 자주 드나들어야 했다. 폭행·절도·성문제 등 각종 범죄에 얽힌 아이들의 보호자 자격으로다. 가끔 아이들의 병원 치료비를 내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저는 야고보서 217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란 구절을 좋아해요. 뜬구름 잡는 설교가 아니라 삶에서 실제적으로 작동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아이들도 게임을 매개로 교회에 방문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 주는 누군가를 통해 진정한 위로를 얻는 겁니다. PC·만화방은 누구나 해요. 중요한 건 누가 그 자리를 지키냐는 거에요.”

예배에 의미와 재미를 담다
하늘샘교회에는 별다른 공과나 양육이 없다. 대신 전 목사는 예배에 목숨을 건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별히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하늘샘교회만의 기획예배는 아이들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신앙을 적용해보는 훈련을 제공한다.

기획예배에는 힙합예배·헬스예배·메디컬예배·뉴스예배 등 무척 이색적이고 창의적이다. 역할극부터 토론극, 워십, 즐거운 놀이까지. 지루하고 평이한 예배를 벗어나 방식도 다채롭다. 가령 메디컬 예배는 아이들이 직접 정신과병동의 의사와 환자 역할을 맡아 힘든 일을 나누고 그에 걸맞는 성경 말씀을 처방해주는 방식이다.

전 목사는 목회자가 강단에서 30분가량의 설교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방식과 달리, 이곳에선 아이들도 예배의 적극적인 주도자이자 참여자가 된다동시에 아이들이 일상 속 크리스천의 역할과 자세를 끊임없이 고민해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생동감 넘치고 역동적인 예배를 기획하는 일에 하늘샘교회 교역자들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매주 세미나를 열고, 요즘 트렌드나 사회 이슈들을 분석하며 복음과 어떻게 연결할지 고심을 거듭한다.

다음세대를 위한 예배는 재미와 의미(복음) 그리고 보람(보상) 등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도 예배 나와서 실컷 놀라!’고 해요. 그래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하나님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되거든요. 그러려면 교회가 과감한 시도를 두려워해서는 안 돼요.”

매주 예수 믿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아이들. 그러다 보면 우리 사회 더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이웃들에게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일환으로 아이들은 전 목사와 함께 노숙자 섬김, 지역 봉사, 단기 선교를 전개하며 신앙의 성숙을 이뤄나간다.


추수감사주일에는 식료품을 이웃에 전달했고, 성탄절에는 따뜻한 옷을 보육원에 보냈어요. 지하철 역에서 노숙인을 돕고, 연탄 배달을 하면서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감사가 가득합니다. 덕분에 색안경을 끼던 주민들도 이제는 좋은 일 하는 교회로 바라봐주십니다.”

아이들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

변화는 있어도 변함이 없기를
댓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헌신적인 사역에는 고충도 녹록지 않다. 그중 전 목사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재정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아이들을 보살피려면, 매달 카페부터 교회 운영비가 부담될 법도 하다. 지금도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전 목사의 외부 사역과 강의 등으로 하루 만나처럼 채워지고 있다.

그러나 금전보다 더욱 마음이 어려운 때는 영적 고갈을 느낄 때다. 소년원, 응급실, 법원, 경찰서 등을 따라다니면서 챙긴 아이들이 다 변화해 교회에 남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머리가 좀 컸다고 더 이상 자신의 삶에 개입하지 말라는 이부터 전 목사를 공격하거나 믿음을 부인하고 떠나는 친구들도 왜 없을까.

한창 목회가 힘에 부칠 적이 있었어요. 그 무렵 아버지가 대장암을 진단받으면서 시험이 겹쳤습니다. 하나님께 아버지를 살려주시지 않으면, 목회를 그만두겠다고 기도했는데 결국 소천하셨어요. 그런데 제일 말썽을 피우던 아이들이 아버지 장례식장에 조문을 와서 우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 교회는 그리스도의 피 값으로 사신 곳인데, 이 아이들은 우리 아버지의 피 값으로 얻은 존재임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저와 아이들은 함께 성장통 겪었습니다.”

하늘샘교회가 한결 같이 자리를 지켜준 덕분에 아름다운 결실도 맺어졌다. 제일 큰 열매는 아이들그 자체다. 정말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아이가 하나님을 믿고 꿈을 키우고 이제는 누군가의 삶을 일으킬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이자 훌륭한 일꾼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신학대에 입학해 목회자의 길을 결단한 권영진(24·) 청년도 그중 한 명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게임을 하러 하늘샘교회에 들렀다가 하나님을 만난 그는 하늘샘교회는 단순한 교회 공동체를 넘어 나의 결핍을 채워준 따뜻한 가정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권영진 청년은 어렸을 때 친구들은 생일이면 부모님이랑 파티를 여는데, 가정형편상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 빈자리를 사랑으로 채워준 분이 바로 목사님이었다하늘샘교회는 엇나갈뻔했던 나의 인생을 잡아주었다. 훗날 훌륭한 목회자가 되어서 나와 같이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그동안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하늘샘교회 벽면에는 변화는 있어도 변함이 없기를이란 문구가 네온사인으로 붙어있다. 이것이 목회철학이라고 소개한 전 목사는 “10여년간 동고동락한 아이들이 결국은 제일 귀하고 소중한 열매다. 여전히 삶이 바뀌지 않은 친구들도 많지만, 단 한 명이라도 예수님을 알게 된다면 감사하다고 겸손히 고백했다

하늘샘교회가 운영하는 '헤븐 인 카페'는 동네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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