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하나님이 보여주신 환상에 ‘경외함’으로 순종한 느부갓네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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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하나님이 보여주신 환상에 ‘경외함’으로 순종한 느부갓네살
  • 유선명 교수(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 승인 2023.12.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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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13) - “엎드려 절하지 아니하는 자는 즉시 맹렬히 타는 풀무불에 던져 넣으리라” (단 3:6)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다니엘이 본 환상은 세계를 경영하시는 하나님의 위엄을 드러냅니다. 느부갓네살이 보았던 것은 거대한 신상이었습니다. “크고 광채가 매우 찬란하며 그 모양이 심히 두려우니 그 우상의 머리는 순금이요 가슴과 두 팔은 은이요 배와 넓적다리는 놋이요 그 종아리는 철이요 그 발은 얼마는 철이요 얼마는 진흙이었나이다(2:33)” 영웅이나 천사, 맹수 같은 형용 대신 신상을 구성하는 재료들을 묘사하는 점이 특이합니다. 다니엘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또 왕이 보신즉 손대지 아니한 돌이 나와서 신상의 철과 진흙의 발을 쳐서 부서뜨리매 그때에 철과 진흙과 놋과 은과 금이 다 부서져 여름 타작 마당의 겨 같이 되어 바람에 불려 간 곳이 없었고 우상을 친 돌은 태산을 이루어 온 세계에 가득하였나이다(35절)” 결국 이 환상의 주인공은 휘황한 우상이 아니라 그 우상을 가루로 날려버린 ‘손대지 아니한 돌’이라는 뜻입니다. 다니엘의 해석이 이어집니다. 느부갓네살의 바벨론 제국도 쇠할 것이며, 다른 제국들이 그의 뒤를 잇다가 ‘강하기가 쇠 같은’ 나라가 모든 나라들을 부서뜨리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도 영원히 멸망하지 않는 나라가 서게 될 것이다. 주권을 빼앗기지 않는 나라, 모든 나라를 멸하고 영원히 설 이 나라를 세우실 ‘하늘의 하나님’께서 이 일을 다니엘에게 알려 느부갓네살에게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니엘의 메시지에는 느부갓네살에게 어떤 행동을 하라는 요구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왕은 알았습니다. ‘은밀한 것을 나타내시는’ 여호와 하나님 앞에 경외를 표하고 그의 종들을 높여 중용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세계의 지배자가 놀랍게도 유대인 소년 앞에 머리 숙여 예를 갖춥니다. “이에 느부갓네살 왕이 엎드려 다니엘에게 절하고 명하여 예물과 향품을 그에게 주게 하니라(46절)” 그의 입술에서 하나님을 향한 찬양이 흘러나옵니다. “너희 하나님은 참으로 모든 신들의 신이시오 모든 왕의 주재시로다(47절)” 다니엘의 하나님을 찬양한 그는 다니엘을 바벨론 제국 전역을 다스리는 총리 겸 ‘모든 지혜자의 어른’으로 세웠습니다. 변방 소국의 포로로 끌려온 풋풋한 틴에이저를 바벨론 제국 정치와 종교를 아우르는 명실공히 제국의 2인자로 삼는 파격입니다. 다니엘과 한뜻으로 궁중음식을 거부했던 세 친구 사드락과 메삭, 아벳느고 역시 ‘다니엘의 요구대로’ 지방 행정관으로 중용되었습니다(48~49절). 자신의 지시를 거절했던 자들을 처형하는 대신 제국의 요직을 주어 등용할만큼 그의 마음 속에 여호와 하나님이 크게 자리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다니엘서는 출세한 다니엘과 세 친구가 꽃길을 걸었더라는 해피엔딩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여호와의 앞에 예를 표했던 느부갓네살이건만, 어느 날 바벨론 두라 평지에 거대한 금 신상을 세워 온 백성이 경배하도록 칙령을 내립니다. 화려한 낙성식에 총동원된 관료들은 악단의 연주 소리에 맞춰 신상에 절해야 했습니다. 신앙의 자유 따위는 없었습니다. “누구든지 엎드려 절하지 아니하는 자는 즉시 맹렬히 타는 풀무불에 던져 넣으리라(3:6)” 자신이 꾼 꿈을 알아내고 해석하지 못하면 왕국 내의 모든 지혜자들을 체포해 그들의 몸을 쪼개고 그들의 집을 거름더미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근위대장을 보내 실제로 학살을 명했던 왕입니다. 왕의 음식과 포도주를 거절했을 때 그들은 잃을 것이 많지 않은 어린 소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제국의 권력 구조에 깊이 들어와 있고,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과연 이 위협 앞에 어떻게 행동할지요.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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