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특집] “성탄절, 갈급한 이웃에 깜짝 선물로 ‘예수님의 사랑’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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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특집] “성탄절, 갈급한 이웃에 깜짝 선물로 ‘예수님의 사랑’ 전해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12.20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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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이웃에 익명의 후원자 연결하는 온누리교회 ‘엔젤트리’
9년 동안 3만여명의 성도들이 4만여개의 선물 자비로 후원
재소자 자녀와 노숙인 등 사연들 다양해…“위로와 소망 전해”
 온누리교회는 2015년부터 성탄절을 맞아 우리 주변에 소외된 이웃들과 익명의  후원자를 연결하는 '엔젤트리'(Angel Tree)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후원서를 작성하는 성도의 모습. 

#.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구치소에 수감된 몸이자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아내와 딸이 접견을 와서 저에게 가장 먼저 전해준 소식이 바로 ‘엔젤트리’였습니다. 당시 ‘딸에게 예쁜 책가방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깜짝 선물을 받은 딸이 정말 기뻐했어요. 이 모습을 보는 저의 마음속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소자의 신분으로 하나뿐인 딸의 곁을 지켜줄 수 없었던 아버지 A 씨가 온누리교회(담임:이재훈) ‘엔젤트리’(Angel Tree) 사역팀에 보내온 감동의 편지다. 해마다 성탄절을 맞아 엔젤트리를 통해 전해진 뜻밖의 선물은 지난 9년간 무려 4만여개. 선물의 주인공들은 모두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이자 우리가 섬겨야 할 ‘소외된 이웃’이었다. 

무명의 ‘산타클로스’ 
온누리교회 전국 10개 캠퍼스 로비에는 올해 연말도 어김없이 엔젤트리와 사연 게시판이 세워졌다. 본부 격인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만난 사회선교본부 이기훈 목사는 “엔젤트리는 선물이 필요한 이웃을 소개하는 사람, 선물을 후원하고 싶은 사람, 선물을 받는 사람, 그리고 이 셋의 마음을 이어주는 봉사자까지 수많은 손길이 닿아있다”고 말했다.  

원래 엔젤트리 사역은 1970년대 미국에서 태동했다. 앨라배마주 교회들이 교도소 수감자 자녀들에게 부모님의 이름으로 작은 선물을 대신 전해준 게 시초다. 엔젤트리란 이름은 1979년 미국 구세군 직원들이 성탄절에 옷과 장난감을 기부받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소원이 적힌 천사 모양의 카드는 트리에 걸어둔 것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온누리교회는 2015년부터 비슷하게 꾸려오고 있다. 우선 가족에게 선물을 전하고 싶은 재소자나, 우리 주변에 작은 도움과 위로가 필요한 이웃을 발견한 성도들은 사연을 접수한다. 

엔젤트리 사역팀은 이 사연들을 교회에 비치한다. 성도들은 기도하며 사연을 고른 뒤, 트리에 ‘제가 하겠습니다’란 문구와 사연 번호, 핸드폰 번호를 적은 천사 모양의 태그를 장식해둔다. 그러면 엔젤트리 사역팀이 성도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상세 정보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기꺼이 ‘익명의 산타’를 자처한 성도들은 사연의 주인공에게 선물을 직접 구매해 발송한다. 

온누리교회 엔젤트리의 대상은 초반 교도소·소년원 등 교정기관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문화가정, 탈북민, 미혼모, 노숙인, 장애인, 독거노인 등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이웃들로 확대됐다. 그동안 3만여명의 후원자가 4만여개의 선물을 건넸으며, 올해만 7,000여건의 사연이 신청될 만큼 동참 열기가 뜨겁다. 

이기훈 목사는 “엔젤트리는 삶이 고달프고 힘든 이웃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는 운동”이라며 “우리 사회의 낮은 곳으로 가서 연약한 이들을 돌보고 품는 것이 교회의 존재 목적이다. 엔젤트리는 교회가 고통 가운데서 신음하는 약자들에게 힘과 위로를 주는 통로”라고 가치를 밝혔다. 

교회가 교회다운 일을 하면서 성도들의 자부심도 커졌다는 그는 “무엇보다 이웃을 바라보는 성도들의 시야가 넓어진 게 큰 열매다. 매년 사연의 수가 증가하는 현상은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려는 성도들의 마음이 커졌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며 “누군가를 도울 뜻이 있어도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성도들에게 선행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도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엔젤트리를 통해 지난 9년간 3만여명의 성도가 후원에 동참해 4만여개의 선물을 소외된 이웃에게 전했다.

간절한 소망 채운다
“지적장애인 수빈(가명)이는 택배기사인 아버지, 조현병 증상이 있는 어머니와 살면서 돌봄을 잘 못 받고 있어요. 빠듯한 살림에 새 옷 사 입기도 여유치 못해서 따뜻한 후드티 한 벌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이 가정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온누리교회 엔젤트리 사역팀에 도착한 사연 중 하나다. 이 밖에도 보육원을 퇴소한지 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생활고에 허덕이는 자립준비청년부터 장애가 있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잘 살아보려 애쓰는 이까지…. 실제로 엔젤트리 사역팀에는 몇 줄만 읽어도 금세 눈물이 쏟아질듯한 가슴 아픈 사연이 허다하다. 

올해 엔젤트리에 이웃의 사연을 대신 신청한 서동환 성도는 “엔젤트리 사역의 대상을 찾다 보니 출근길에 만나는 행상 아주머니나 청소부 등 그간 저의 삶 속에서 풍경이었던 사람들이 실은 나와 공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엔젤트리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그 분들에게 전해지길 소망한다”고 고백했다. 

사연을 접하고 선뜻 후원을 결단하는 성도들 역시 한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겨울에 폐지 줍는 어르신에게 포근한 목도리와 장갑을 선물한 손은재 성도는 “사연을 읽고 얼마 전 소천한 우리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나의 할아버지 같은 분이 어딘가에 또 계시는 것만 같았다”며 “선물을 받은 할아버지께서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후원에 참여한 또 다른 성도 이승주 집사는 “어린 자녀와 함께 선물을 사고 집에서 포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물받을 분을 위해서도 기도하게 된다. 그러면서 받는 기쁨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실감했다”며 “갈수록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사회 분위기 가운데, 예수님의 사랑을 행하는 연습은 자녀들의 신앙교육에도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선물 받은 사람들의 훈훈한 간증도 이어진다. 몽골 이주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요나 교사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하고 가슴에 상처가 많은 아이들에게 작년 성탄절 양말과 인형 등 풍성한 선물을 보내준 성도들에게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손글씨로 적은 편지였다. ‘사랑한다’ 등의 응원 메시지에 직원들도 큰 힘을 얻었다”고 인사했다.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마주치는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와 필요한 선물이 적힌 사연지가 비치돼있다.
성도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비치된 사연을 고른다.

마음과 마음을 잇다 
한편, 엔젤트리가 세상에 예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일에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온누리교회 사회선교본부 소속이자 엔젤트리 사역팀에서 일하고 있는 봉사자들이다.  

엔젤트리가 완성되는 데는 누구보다 이들의 공로가 크다. 사연을 일일이 읽고, 부족한 정보는 신청자에게 연락해 다시 확인하고, 이후 사연을 출력해 교회 로비에 트리와 함께 비치하고, 후원할 성도를 연결하는 일까지 모두 봉사자들 몫이기 때문이다. 

고충도 만만치 않다. 막상 선물을 받은 사람이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건 예삿일. 엔젤트리 선물이 반송돼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다시 보내는 해프닝도 있었다. 여러 이유로 선물이 아예 배송되지 않기도 한다. 이런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것 역시 봉사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젤트리가 선사하는 보람과 은혜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특히 사연의 주인공들은 누구인지 모르는 익명의 천사들로부터 선물을 받는 셈이어서 엔젤트리 사무실로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가 많다. 

어느 보육원에선 후원자들에게 꼭 전해달라며,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를 묶음으로 보내기도 했다. 혼자서 네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는 엔젤트리 사무실로 현금 2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기도. 동봉된 편지에는 “아이들에게 귀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돈은 더 힘든 아이들에게 써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엔젤트리 사역이 돛을 올린 첫해부터 지금까지 줄곧 동행해온 최혜옥 권사는 “특별히 교도소에서 어머니의 선물을 요청한 아들의 사연을 잊지 못한다”며 “처음엔 ‘아들이 선물을 보냈을 리가 없다’며 반송하셨다. 엔젤트리 사역팀에 접수된 아들의 사연을 읽어드렸더니, 어머님께서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펑펑 우셨다”고 회상했다. 

이렇듯 엔젤트리는 때로 단절된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매개체가 돼준다. 그는 “엔젤트리는 가족들의 불안하고 힘든 마음을 연결해주는 도구다. 차마 면목이 없어서 가족들 앞에서도 당당히 설 수 없는 이들을 대신해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해주는 일이다. 이 귀한 사역에 큰 감격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기훈 목사도 “엔젤트리는 단순히 불우이웃을 돕는 자선사업의 개념이 아니다. 예수님과 함께 이웃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엔젤트리는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한 채 외면되기 쉬운 이웃을 크리스천들이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섬기는 사역입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위로가 전해져 더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품는 따뜻한 성탄절을 보내길소원합니다.”  

 

어린 아이가 부모와 함께 엔젤트리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
후원을 원하는 성도들은 트리에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천사 태그를 걸어둔다.
서빙고 온누리교회 로비에 설치된 '엔젤트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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