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진짜 주인공 ‘예수님 생일카페’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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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진짜 주인공 ‘예수님 생일카페’에 초대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12.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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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C VLM팀, 혜화동 카페 브릿지에 ‘예수님 생일카페’ 꾸며
연예인 생일카페서 착안, 컬러북·포토존·스티커 등 풍성한 콘텐츠
젊은 세대 눈높이 맞춘 공간 … 유학생과 불신자 위한 전도 통로로

얼굴에 홍조를 띤 예수님이 손가락 하트로 방문객들을 반긴다. 예수님의 얼굴이 그려진 컵케이크가 산을 이루고 화려한 브로마이드 속 예수님의 모습은 여느 슈퍼스타 못지않다. 혜화동 카페 브릿지에 마련된 ‘예수님 생일카페’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형형색색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기둥처럼 자리 잡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주렁주렁 걸려있다. 실제 사람 크기로 세워진 예수님 아크릴 등신대는 손으로 반쪽 하트를 만들고 나머지 반을 채워줄 이를 기다린다. 예수님 캐릭터가 그려진 컬러링 북에 마그넷과 기념 카드, 스티커, 크리스마스 엽서, 인생 세컷을 찍을 수 있는 포토 부스까지 풍성한 즐길 거리가 준비됐다.

누가 이런 발칙한(?) 상상을 했을까.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은 한국CCC에서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VLM팀이다. 언제나 다음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예수님을 알리고자 애쓴다는 이들을 지난 14일 만났다. 부암동 CCC 본부에서 서의원, 김문주, 이화선 간사를 만났고 ‘예수님 생일카페’에서 고지웅, 허재연 간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모른다고?

크리스마스의 본질이 흐려져 간다. 미국에서는 특정 종교에 편항됐다는 이유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보다 ‘해피 홀리데이’라는 인사를 권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의 다음세대 중에도 크리스마스가 예수님의 탄생일인 걸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 충격적인 현실을 서의원 간사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제가 지금 30대 중반이에요. 그래도 제가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가 예수님의 탄생일인 걸 누구나 다 알았고 한 번쯤은 선물을 받기 위해서라도 교회에 발을 들이곤 했죠. 그런데 요즘 믿지 않는 젊은 친구들은 크리스마스가 예수님의 탄생일인 걸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더라고요. 충격을 받았죠. 북한도 아니고 한국에서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모른다고? 어떻게든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기획은 아니다. 시작은 지난 2017년 “예수님 2017번째 생일 축하해요”라는 문구를 단 가상 지하철 플랫폼 광고였다. 예수님 생일 축하 광고를 제작하고 마치 지하철에 광고를 낸 것처럼 합성해 온라인에 배포했다. 재밌는 상상이라는 생각에 툭 던지듯 시도해 본 것이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용기가 생긴 VLM 팀은 실제 공간으로 상상력의 지평을 넓혔다. 2021년엔 버스 정류장과 버스에 실제로 광고를 내걸었다. 2022년엔 연예인들의 커피차를 본떠 마치 ‘예수님이 커피를 쏜다’는 느낌의 ‘크리스마스 커피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음세대의 눈을 맞춰 어떻게든 예수님을 알리려는 기발한 기획들이 차곡차곡 쌓여 올해 겨울 ‘예수님 생일카페’라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파격적인 기획에 부담이 없진 않았다. 근엄하고 성스러운 모습으로만 그려져 왔던 예수님을 귀엽게 꾸미고 핑크색 하트를 붙인다니. 게다가 그분은 단순히 위대한 인물이 아닌 하나님이셨다. 하지만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동시에 우리의 친구로 오시기도 했다며 주변을 설득해갔다. 시간이 지나자 처음엔 갸우뚱했던 어르신들까지 좋은 반응을 보내주셨다.

“온라인에서 예수님 생일 광고를 먼저 시작했을 때 젊은 세대들의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믿지 않는 친구들이 광고를 보고 주변의 믿는 친구를 태그해서 이것 좀 보라며 ‘소환’하기도 했고요. 그걸 보면서 지금 기독교의 이미지가 정말 안 좋지만 그렇다고 예수님이 싫은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버스 광고와 커피차, 생일 카페 모두 ‘예수님’ 한 분에 집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예수님 생일카페를 기획한 CCC VLM팀의 서의원, 김문주, 이화선 간사(왼쪽부터)
예수님 생일카페를 기획한 CCC VLM팀의 서의원, 김문주, 이화선 간사(왼쪽부터)

‘힙하고 깊게’ 만나는 예수님

생일 광고와 커피차가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일단 예수님을 알리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 했지만 복음의 핵심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고 예수님을 이미지로만 소비했다는 생각에서였다. 고민하던 차에 홍대 인근과 성수동, 소위 ‘힙하다’는 곳에서 열리던 ‘연예인 생일카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깜빡거리던 전구에 불이 켜진 순간이었다.

연예인 생일카페에 가면 그 연예인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 연예인의 이력과 출연 작품, MBTI 등을 맞춰보며 나의 팬심을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으로 이른바 ‘찐팬 테스트’라 불린다. 여기서 착안해 예수님 생일카페에도 ‘크리스마스 고사’를 마련했다. 생일카페에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친근히 알아보며 지금 이곳에 함께 계신 예수님과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동방박사들이 어떻게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을 찾아갔는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무엇인지 문제로 풀어볼 수 있어요. 전도지는 아니지만 문제를 풀다보면 예수님이 어떤 분이시고 왜 이 땅에 오셨으며 무슨 일을 하셨는지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죠. 예수님을 잘 몰랐던 사람도 알 수 있게끔 하는 포인트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인터뷰 당시는 생일카페가 문을 연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열매가 풍성했다. 주말에 부모님 손을 잡고 방문한 아이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예수님 생일 축하해요’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화려하게 장식된 치장 아래 숨겨진 크리스마스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려준 기회가 된 것이다. 평일에 상주하며 예수님 생일카페를 지키는 김문주 간사는 한적한 오후에 카페의 문을 두드렸던 중학생 2명을 잊을 수 없다.

“한 명은 모태신앙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이제 막 예수님을 믿게 된 친구였어요. 그런데 퀴즈를 함께 풀고 컬러링북도 색칠해가며 자연스레 예수님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더라고요. 아직 예수님에 대해 잘 몰랐던 친구가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친근하고 재밌게 알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된 거죠. 조심스레 다가가서 카페가 어땠는지 물어보았더니 태신자 친구가 너무 좋았다며 다른 친구를 또 데리고 올 거라고 얘기해줬어요. 그 순간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전도가 두려운 이들에게 용기를

예수님 생일카페가 마련된 혜화동 카페 브릿지는 원래 CCC의 외국인 유학생 사역팀, BI팀이 운영하며 모임 공간으로 활용하던 곳. 공산권이나 이슬람권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아 예수님은커녕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관계를 맺고 친분을 쌓아나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예수님에 대해 소개하는 것은 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이곳에 예수님 생일카페가 꾸며지면서 예수님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어제는 중국 유학생 6명이 카페를 찾았는데 그 중 한 명은 지난번 방문한 적이 있던 학생이었어요. 처음 온 학생들이 중국어로 마련해 놓은 문제지를 풀면서 ‘예수가 누구냐’고 궁금해하니 미리 방문했던 학생이 예수님은 어떤 분인지, 예수님이 왜 십자가에 달리셨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더라고요. 놀라운 점은 그렇게 설명해주던 학생도 믿지 않는 학생, 지난번 카페에 와서 예수님에 대해 처음 알게 된 학생이었다는 점이에요. 카페에서 유학생 사역을 담당하시는 간사님도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셨어요.”

생일카페는 비단 예수님에 대해 잘 모르던 유학생뿐 아니라 크리스천 청년들에게도 전도의 디딤돌이 됐다. 예수님 이야기를 꺼내 봤다가 차갑게 거절당한 경험, 추락한 교회의 이미지로 인해 전도에 두려움을 갖고 있던 청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예수님을 소개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이다.

“캠퍼스 선교단체 간사지만 저 역시도 전도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복음을 쉽게 말하기 어렵고 고민이 많이 돼요. 그런데 내가 말하지 않아도, 혹은 내가 말하는 것 이상으로 예수님에 대해 알리고 그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과 이벤트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요. 원래는 100% 용기를 내야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면 70%의 용기만으로도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나머지 30%를 생일카페가 채워주는 거죠.”

VLM 팀의 상상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에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로 예수님을 알리기 위해 다가가고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도 힘닿는 데까지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사역에 동역하며 함께 할 이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VLM 팀은 예수님 생일카페를 운영할 재정 모금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생일카페를 운영하며 하나님이 이곳에 보낼 사람들을 보내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도 좋지만 정말 복음이 필요한 한 사람이 찾아와 변화되고 인생이 달라지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언제나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싶습니다. 우리의 도전들이 좋은 전도 모델이 되고 복음이 필요한 영역에 사용되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 생일카페에서 안내를 맡은 고지웅, 허재연 간사(왼쪽부터)
예수님 생일카페에서 안내를 맡은 고지웅, 허재연 간사(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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