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내 안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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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내 안의 산
  • 임문혁 장로
  • 승인 2023.12.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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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혁 장로
임문혁 장로/서울 아현교회 원로장로·시인·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우리 교회 김 장로님은 온 교인이 인정하는 등산가이시다. 젊어서부터 태백산,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은 물론 백두대간을 종주하셨고, 히말라야 14좌도 몇 곳 오르신 것으로 알고 있다.

높은 산 정상을 정복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강한 체력과 굳센 의지가 필요하고, 끊임없는 훈련과 인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동양에서는 태산이 가장 오르기가 힘들고, 세계에서는 히말라야 14좌가 가장 험한 봉우리들이라고.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우리가 잘 아는 양사언의 시조다.  태산(泰山)은 중국 산둥성 타이안 북쪽에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산이다. 최고봉인 옥황봉의 높이가 1,535m나 되는 산으로 사람들은 예부터 신령한 산으로 여긴다. 그런데 사람들은 태산이 높다는 이유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미리 포기한다.

아무리 높아도 하늘 아래 산일진대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들은 산의 높이만 핑계 삼는다고 시인은 우리를 꾸짖는다.

히말라야 14좌는 히말라야에 있는 8,000m 이상의 고봉 14개를 말한다. 그중에서 에베레스트(Everest)는 세계 최고봉이다. 히말라야 14좌 한국인 완등자는 (2021년 기준) 박영석 대장(2001·세계 8번째), 엄홍길 대장(2001·세계 9번째), 한왕용 대장(2003·세계 11번째), 김재수 대장(2011·세계 27번째), 김창호 대장(2013·세계 31번째), 김미곤 대장(2018·세계 40번째), 김홍빈 대장(2021·세계 44번째) 등 총 7명이 있다.

여성 등반가 고미영은 2006년부터 히말라야 8,000m급 고봉을 등정하기 시작하여 2009년까지 총 11좌에 올랐으나, 하산 도중 실족하여 사망했다.

이렇게 사람들은 세상에 오르기 힘든 산으로 태산을 말하고, 히말라야 14좌를 말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중국의 태산보다 히말라야 14좌보다 더 오르기 힘든 산이 있다. 그 산은 내 안에 있는 산이다. ‘자아’라는 태산은 내게 여간 벅찬 산이 아니다. 히말라야 14좌에 비견할 수 있는 8,000m가 넘는 욕심의 봉우리, 교만, 고집, 자존심, 분노, 미움, 다툼, 시기질투의 봉우리, 절망과 포기, 악한 생각, 게으름, 어리석음의 봉우리, 의심과 불신의 봉우리 등은 내 안의 히말라야 14좌다.

이 산 봉우리들을 정복하려고 수없이 작정하고 도전했건만 번번이 넘어지고 미끄러졌다.

2m도 안 되는 내 키, 그 안에 있는 산봉우리이련만 나를 넘는 일이 어찌 이리 힘겨운가! 이 산을 어이할꼬? 여기서 그만 주저앉고 만다면 정말 분한 노릇이다.

내 생명 아직 남은 날들이 있으니, 기도하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능력 힘입어 정복하고 말리라, 다시 한 번 마음 추슬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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