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내겐 답이 없으나 부르짖는 자에게 비밀을 알려주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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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내겐 답이 없으나 부르짖는 자에게 비밀을 알려주시는 하나님
  • 유선명 교수(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 승인 2023.12.1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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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12) - “오직 은밀한 것을 나타내실 이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라” (단 2:28)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살다 보면 벗어날 수 없는 함정에 빠졌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 재위 2년 어느 날, 바벨론 술사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잠자리가 뒤숭숭했던 느부갓네살이 술사들을 소집하고서는 자기가 꾼 꿈을 해몽하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어떤 꿈을 꾸셨느냐며 심상히 대응하던 바벨론 술사들이 철퇴로 머리를 맞은 듯 충격에 빠집니다. 내용도 해석도 알아서 가져오라니! 꿈 내용을 모르고 어떻게 뜻풀이를 합니까라고 호소해도 왕은 물러서지 않습니다. 꿈의 내용부터 알리고 해석을 제시하라는, 상식을 깨뜨리는 요구를 하며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너희가 만일 꿈과 그 해석을 내게 알게 하지 아니하면 너희 몸을 쪼갤 것이며 너희의 집을 거름더미로 만들 것이요(2:5)” 바벨론 술사들이 아무리 유능해도, 본 적도 들을 적도 없는 꿈을 해몽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생사여탈권을 쥔 절대권력자가 위협하니 목숨이 위태로워진 술사들이 왕을 달래려 합니다. 세상에 그런 해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과거 어떤 권력자 왕도 이런 것을 물은 적이 없다고 자신들의 퇴로를 확보하려 안간힘을 씁니다(10절). 책임을 피하려 필사적인 술사들의 하나마나한 변명이지만, 이 문장만큼은 진리입니다. 

“왕께서 물으신 것은 어려운 일이라. 육체와 함께 살지 아니하는 신들 외에는 왕 앞에 그것을 보일 자가 없나이다(11절).” 

그들도 알았습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한 꿈을 풀 수 있는 그런 이가 있다면 그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그들은 엉겁결에 하나님을 높이고 다니엘을 위한 무대를 준비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제 다니엘을 세우려 하십니다.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위기를 통해서입니다. “왕이 이로 말미암아 진노하고 통분하여 바벨론의 모든 지혜자들을 다 죽이라 명령하니라 왕의 명령이 내리매 지혜자들은 죽게 되었고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도 죽이려고 찾았더라(13절).” 어명이 내렸습니다. 왕이 스스로 마음을 돌리지 않는 한 이제 바벨론 땅의 지혜자들은 죽은 목숨입니다. 근위대장 아리옥이 즉시 복명하여 지혜자들을 죽이러 나갑니다(14절). 모두가 사색이 되었을 때 다니엘이 입을 엽니다. 소년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왕에게 청원해 시간을 벌었습니다. 왕을 만족시킬 ‘꿈의 내용과 해석’이라는 답안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 주시리라 믿었던 것입니다. 다니엘이 요구한 시간은 하나님께 답을 구하는 기도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향해 부르짖는 이에게 하늘의 비밀을 알려주십니다.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 그의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이가 이와 같이 이르시도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렘 33:2~3)”

믿음이 현실에 부딪칠 때, 그 간격을 메우는 것이 기도입니다. 다니엘과 친구들은 자신들의 인생 전체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진정으로 기도에 힘을 모을 줄 아는 믿음의 소유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기도했고, 하나님께서는 응답하셨습니다. 느부갓네살이 꾼 꿈의 내용과 그 해석을 다니엘에게 알려주신 것입니다. 마침내 하나님의 때가 왔습니다. 다니엘은 아리옥에게 부탁해 느부갓네살 왕 앞에 나아갑니다. 세계의 지배자 느부갓네살이 힘없는 변방 나라에서 잡혀온 소년을 향해 묻습니다. 

“네가 정말 내가 꾼 꿈과 그 해석을 알려줄 수 있다는 말이냐?” 다니엘이 대답합니다. 이 한 문장을 위해 준비된 인생이란 듯. “오직 은밀한 것을 나타내실 이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라 그가 느부갓네살 왕에게 후일에 될 일을 알게 하셨나이다(28절).” 살아서 이 한 마디를 할 수 있다면, 우리도 잘 산 인생이 아닐까요.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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