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산 지 얼마나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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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산 지 얼마나 되셨나요?”
  • 이의용 교수(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 승인 2023.12.13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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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64)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성경 요나서 1장에는 큰 물고기가 등장한다. 그 물고기가 요나를 삼켰고, 그 뱃속에서 요나는 3일을 지냈다. 여기서 말하는 ‘큰 물고기’라면 고래가 아닐까?  

수년 전 미국 하와이 카우아이섬 해변에 길이 17m에 무게 54t의 향유고래 사체가 떠밀려왔다. 사인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이 무려 14시간 동안 해부를 시작했다. 고래의 위장 부분을 여는 순간, 연구자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위장 언저리를 열어젖히자, 고기잡이 그물과 통발, 부표, 플라스틱 폐기물 100kg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양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으로 인해 고래가 죽어가는 사례는 전 세계 해양에서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다. 어디 고래뿐이겠는가. 산과 들의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비영리 환경단체 해양보전센터(Ocean Conservancy)와 맥킨지 비즈니스 환경 센터가 2015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60%가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5개국에서 나온다고 한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컵과 병, 비닐 봉지, 그물, 낚시줄, 생활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그 중 플라스틱 쓰레기만 해도 연간 1천만 톤이 넘는다고 한다. 많은 해양동물들이 이것을 밥으로 알고 삼킨 후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으니, 정말 끔찍하고 비극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가 인간에 의해 서서히 파괴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도 식당,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비닐 우산, 비닐봉지 등의 사용을 금지해왔다. 또한 가정에서도 생활용품을 분리해서 배출해오고 있다. 비록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잠시 완화했지만. 그러던 중 2023년 11월,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페지했다. 식당과 카페 매장 내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의 비닐봉지 사용도 단속을 ‘무기한’ 유예했다. 식품업계에서는 환영을 했지만, 환경단체나 종이빨대 등을 개발해온 친환경업체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일회용품을 안 쓰는 다음 세대의 주역인 아이들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닐과 플라스틱은 고래밥이 아니다!
요즘 SBS-TV ‘녹색 아버지회’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차인표 씨 등 연예계의 아빠 넷이,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준다. 얼마 전에는 잠실 야구장의 쓰레기 문제를 다뤘다. 문제는 경기가 끝난 후. 2만 여명의 관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버리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 

출구에 열 개 정도의 수거함이 종류별로 비치되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결국 직원들은 밤을 새워 이 엄청난 쓰레기들을 다시 분리한다고 한다. 이런 일이 전국의 야구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녹색 아버지회는 원인을 분석하고 여러 대책을 세운다. 출구의 쓰레기 수거함을 복잡한 출구에서 바깥 마당으로 옮기기, 수거함 수 늘리기, 수거함의 표시를 잘 보이게 하기, 구내 매점에서 다회용 용기 구입을 권하기 등. 그리고 나서 차인표 씨가 시구를 하러 나가 장내 전광판을 통해 관중들에게 호소한다. 결과는 대성공! 전국의 모든 경기장은 물론이고, 공연장에도 이를 적용하면 좋겠다. 

차인표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지구에서 산 지 56년째가 됐는데, 지구에서 주는 혜택을 받고 오늘까지 살았습니다. 그런데 후세가 살아갈 지구를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더군요.“ 
흔히 현대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라고들 한다. 경쟁이 너무 심하고 이기적이어서 제각기 살 길을 도모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끓는 지구의 문제, 환경 파괴의 문제를 각자도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네 문제’도 해결된다. ‘함께도생’이 답이다. 

‘고래밥’이란 맛있는 과자가 있다. 오늘 내가 버린 비닐과 플라스틱이 고래의 밥이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교회와 그리스도인만이라도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 쓰레기를 정직하게 분리 배출해야 한다. 작은 일 같아 보이지만 이것이 기독교가 강조하는 생명 구원의 시작이요, 이웃 사랑이요,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다. 그리고 창조주에 대한 도리다!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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