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관심 높아져, 교회 귀기울여야
불균형한 의사결정 구조도 개선해야
“ESG 열풍에 담긴 대중의 문화적 감수성을 보면서, 교회는 복음이 지닌 ESG 정신을 겸비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환경, 사회, 건강한 거버넌스의 원천이 복음 안에 있음을 기억하면서, 신앙인들의 삶과 교회 공동체의 구조와 사역이 그 가치를 담아낼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문화선교연구원장 백광훈 목사는 교회가 ESG 감수성을 키워야 하는 이유를 대중들의 관심에서 찾고 있다. 물론 교회가 가지고 있는 고유 가치, 특히 복음에는 이미 ESG라고 이름 붙여진 정신이 녹여져 있다. 다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ESG에 귀 기울이고, 그것에 맞게 반응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거버넌스(Governance) 중 거버넌스(Governance)를 마지막으로 살펴보기 앞서, 용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거버넌스’를 우리말로 번역하기 쉽지 않다. 경영 용어로서는 흔히 ‘지배구조’로 해석될 수 있지만, 목회와 접목했을 때는 상당히 어색하다. 경영학에서도 해석이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는 거버넌스의 일부 의미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노소셜랩 유승권 ESG센터장은 “ESG에서 거버넌스에는 ‘원칙과 정책의 지향점’, ‘최종의사결정 구조 건전성’, ‘솔선수범 리더십’, ‘실행체계 구축’, ‘조직문화와 보상의 내재화’ ‘정보공개 투명’ 등 6대 주요 이슈가 있다”며 “통제성, 강제성, 일방성 의미를 가진 ‘지배구조’라는 표현 대신 거버넌스를 그냥 사용하던지, ‘의사결정 구조 또는 방식’으로 풀어쓰는 것이 좋은 표현”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예장 통합총회의 ESG 목회지침에서도 거버넌스(Governance)를 ‘투명성’과 ‘공정성’의 관점에서 주목하면서도 ‘지배구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목회지침은 “ESG 목회는 다양한 주체 간 소통의 정신을 강조한 장로교회의 전통에서 한국교회 의사결정 구조의 근간을 찾는다. 전통적인 목회자(당회) 중심, 남성 중심의 수직적, 일방향 의사구조에서 탈바꿈하여 여러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와 투명한 소통을 지향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포괄적 정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배구조’보다는 ‘거버넌스’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다양한 목소리 담아내는 교회
ESG 거버넌스를 ‘의사결정 구조 또는 방식’에서 볼 때 한국교회 점수는 상당히 낮을 듯하다. 앞서 ESG 목회지침에서 지적했던 불균형한 의사결정 구조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매년 총회와 노회, 당회에 이르기까지 교회 공동체 내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세상보다 더 견고하다.
한국교회 내에서 특히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는 부류가 청년과 여성이다. 2년 전 국내 한 대형교단의 총대 평균 연령이 62세라는 분석을 보면, 교단의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예장 통합총회의 올해 여성총대 비율은 2.3%에 불과했는데, 사상 최대였다고 한다. 기장 총회에서는 여성총대 비율을 높여달라는 헌의안이 기각됐다.
현재 기장총회는 총대 10인 이상 노회는 여성목사와 장로 각 1인을 의무 파송하도록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쿼터제, 할당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매번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그나마 여성총대 제도가 있는 교단은 다행이다. 매우 보수적인 교단은 여성안수 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여성 총대도 없다. 성도들의 삶과 신앙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 속에 ‘여성’은 없는 셈이다.
현장 교회에서 거버넌스에서 한계가 있다. 교회 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높은뜻광성교회는 2014년부터 확대당회 제도를 도입해 청년 교구와 젊은부부 교구, 차세대 교사, 권사회, 안수집사회 대표를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는 “교회에서 조직이 전문화되면서 권력 중앙집권화가 이뤄진다. 의사 결정권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대다수 평신도들이 교회 정책 결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재정 사용도 소수 엘리트 집단이 결정하는 현실”이라며 “대부분 교회 중직자는 장로와 안수집사 중심의 50대 이상 남성이 주축”이라고 지적했다.
교회 거버넌스 개선은 필수
ESG 목회에 거버넌스는 ‘소통목회’와 밀접하다. 통합 ESG 목회지침에서는 “소통목회를 위한 목표를 수립하고, 세대별 ESG위원회 구성, ESG 전문성 교육, 다양한 세대들의 의사반영 구조 및 민주적 의사결정, 투명하고 공정한 목회행정 및 재정운영, 교회공간 사용의 공정성, 지역 상생과 교회 간 동반성장 등을 지향하며, 그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고 목회전략을 제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1년 5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품 구매시 기업의 ESG 활동을 고려한다”는 응답자가 63%에 달했다. ESG 활동이 부정적인 기업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70.3%나 됐다. 사회적 가치를 높이 제고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투명하고 공적인 역할을 감당하면서 일반 시민들에게 다가갈 때, 사람들은 교회에 대해 신뢰할 만한 공동체로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되고 관심을 보일 것이다.
교회의 의사결정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재정 사용이 투명해야 하는 것은 ESG 목회의 기본이다. 최호윤 회계사는 “교회의 재정은 하나님께서 교회 공동체에 위탁한 것으로 성경의 가르침에 합당하게 사용해야 하고, 모든 교회 공동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일반적으로 교회 안에서 형식적으로 회계 보고가 이뤄지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버넌스 관점에서 교회의 재정이 지나치게 교회 내부에만 쏠리는 것이 아니라 교회 밖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는 작년 교회 창립 30주년을 맞아 ‘ESG 전환’을 새 비전으로 선포했다. 황선욱 담임목사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교회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했다. ESG의 거버넌스(Governance)의 G를 은혜(Grace)의 G로 바꿔 하나님의 은혜에 책임지는 교회로 나가기로 했다”며 “주일 성수와 교회섬김, 구제·선교헌금 동참(은혜) 등 실천 항목으로 제시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사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신대 성석환 교수는 “교회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것이 지역사회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선교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면서도 “명심해야 할 것은 ESG 지수를 도입하고 윤리적 운영을 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교회 거룩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거룩한 교회가 윤리적이고 책임적 제도로 복음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다”고 강조한 성석환 교수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흐름을 외면하고 거꾸로 가서는 안 되며, 우선 윤리적 공동체로 신뢰를 받아야만 공적 영역에서 거룩한 선교적 사명을 교회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교회의 체질 개선을 요청했다.
칼빈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의 실현하려고 했던 교회는 중세 가톨릭의 교회와 확연히 달랐다. 성직자 중심에서 벗어나 교회 운영에 모든 성도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성도들은 각자 은사에 따라 교회 운영에 참여했고 균형감을 이루며 존중하고자 했다. 왜곡되어 있는 교회의 거버넌스가 성경적으로 회복돼야 할 과제가 중요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