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교회의 스페이스덴티티를 정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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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교회의 스페이스덴티티를 정립하라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3.12.06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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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목회자를 구하기 위한 시즌이 돌아왔다. 필자의 교회도 새로운 목회자를 구하기 위한 면접을 진행하는데, 최근에 면접을 보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예전에는 자기를 소개할 때, 가정환경이나 부모님을 이야기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일 먼저 가정환경이 아니라, 자기가 가장 인상깊었던 장소를 언급하며 자기를 소개하는 지원자들이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갔는데, 복잡한 도심 속에 여유로운 풍경을 보면서, 자신도 그런 인생과 목회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자기소개를 시작한 지원자가 있었다.

젊은 목회자들만 그런 게 아니다. SNS를 보면, 젊은이들이 자신이 다녀온 공간을 사진으로 게시하고, 친구들이 반응을 보인다. 특별히 최근에 인기 있는 소위 ‘핫플’에 갔다 온 사진을 올리면,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게 있다. 최근에 많은 젊은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어느 공간에 있어봤냐?’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 거기 가봤어”라는 ‘공간 경험’이 하나의 스펙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생겨난 신조어가 “스페이스덴티티(Spacedentity)”이다. 공간을 의미하는 ‘스페이스’와 정체성을 의미하는 ‘아이덴티티’의 합성어인데, 내가 머무른 공간이 나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특정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지불하기도 한다. 서울 소재의 한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려 5만 원의 입장료를 아낌없이 지불한다. 왜 그럴까? 그곳에 다녀온 경험이 학업이나 업무, 대인관계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5만 원이 아깝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흐름과 맞추어, SNS에서는 ‘공간 기획자’들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핫플을 창출한 기획자가 구현하는 다음 공간에 가장 먼저 가보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문화를 생각해볼 때, 과연 교회의 현주소는 어떨까? 과연 우리 교회는 교인들이, 또 교회를 처음 오는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공간인가? 젊은이들이 ‘자신이 머무른 공간을 통해, 자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교회도 충분히 자랑할만한 공간으로 세팅하는 것이 전도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과연 어떻게 세팅할 것인가? 필자는 크게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로 ‘하나님을 충분히 경험하는 공간’으로 세팅해야 한다. 교회의 모든 공간은 성도들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게 된다면 그곳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교회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또 하나는 ‘세상과 비교해서 뒤떨어지지 않는 공간’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교회는 가장 먼저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시대에 앞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에 묶인 공간이 더 많다. 그래서 세상의 핫플을 경험한 성도들에게, 교회의 공간은 진부한 공간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교회의 공간은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필자의 교회도 ‘레포츠 센터’를 지나 ‘갤러리’, ‘베이커리 키즈카페’, ‘마당 팝업’ 등의 변화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교회는 세상의 어느 곳보다 자랑스러운 공간이 되어야 한다. 세상이 줄 수 없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자랑스럽게 되어야 한다. ‘이번주에는 어떻게 하나님을 만날까’를 기대하며, 팔로우할 수 있는 곳! 그런 스페이스덴티티를 세우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꿈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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