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 받은 쪽 복음, 이제는 ‘성서 후원’으로 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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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로 받은 쪽 복음, 이제는 ‘성서 후원’으로 전할 때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12.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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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둘째 주일 ‘성서주일’로 기념해야

성탄절을 맞아 가장 소중한 선물인 ‘성경’을 전달해보는 것은 어떨까. 성경 연구와 보급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매월 12월 둘째 주일을 ‘성서주일(Bible Sunday)’로 지킨다. 우리나라에 한글 성경이 번역·보급된 것을 감사하며, 말씀을 따라 살기로 다짐하는 주일이다.

성서주일은 하나님께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생명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감사하는 절기인 대림절 기간 안에 있다. 대림절 기간 성서주일을 기념하며, 아직도 성경책이 반포되지 않은 곳에 생명의 말씀이 전달될 수 있도록 기도와 모금으로 동참할 수 있다.

성서주일은 한국 교인들의 성경 반포에 대한 관심 때문에 계속 발전해갔다. 성서를 들고 즐거워하는 해외 교회 아이들의 모습.(사진:대한성서공회 제공)
성서주일은 한국 교인들의 성경 반포에 대한 관심 때문에 계속 발전해갔다. 성서를 들고 즐거워하는 해외 교회 아이들의 모습.(사진:대한성서공회 제공)

1900년 기점으로 ‘성서공회주일’ 정착

한때 복음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어떻게 성경이 보급될 수 있었을까. 성경이 각 가정에 비치되고 복음이 전파되기까지 목숨을 걸고 전국 방방곡곡에 한글 성경을 보급한 이들이 있었다. 성서주일은 1804년 영국에서 성서공회가 조직되면서 시작됐으며, 국내에서는 1899년 5월 성령강림주일 ‘성서공회주일’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지켜졌다.

이 시기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한국교회의 자립도는 매우 미약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조선의 성서사업을 이끌던 영국성서공회 조선지부 책임자 켄뮤어는 성서주일의 제정을 주창했다. 이웃에게 성서를 보급하고자 하는 서구 기독교의 아름다운 전통을 한국 성도들에게 심어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서주일은 한국 성도들의 성경 반포와 관심에 따라 계속 발전해 나갔고, ‘성서공회주일’은 <신약젼서>가 발간된 1900년을 기점으로 정착했다. 1954년부터는 세계 교회와 함께 12월 둘째 주일에 ‘성서주일’이라는 명칭으로 지켜오고 있다.

<신학월보> 1920년 5월호에 실린 ‘셩셔공회쥬일’ 글에는 “성서공회주일에 모여 성경 번역하는 사람과 성서공회에서 일을 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고, 또 남녀 매서인(賣書人)과 무지한 사람 가운데 서책(성경)을 파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복음을 듣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자”라는 내용과 함께 필요한 성경구절이 수록됐다. 당대 성서주일을 어떻게 지켰는지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서공회주일’은 <신약젼셔>가 발간된 1900년을 기점으로 정착됐다.

‘복음짐’ 들고 성경 보급한 권서들

한국교회 초창기, 기독교가 탄압받던 조선에 복음이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목숨을 걸고 성경을 반포한 ‘권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권서들의 지게에 가득 실린 짐, 그 짐 속에는 한글성경이 있었다. 일명 ‘복음짐’이라고 불리는 성경책을 들고 전국 곡곡을 돌며 복음을 전했다.

1880년대 권서인(勸書人: 순회하며 성경이나 신앙 서적을 판매하고 선교사들을 돕고 때로는 통역이나 번역을 함)들은 ‘복음짐’을 어깨에 메고, 전국 방방곡곡에 한글 성경을 보급했다. 권서들의 헌신으로 우리 민족은 한글 성경을 읽으며 참된 위로와 자유, 소망을 발견했고, 고난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1882년 이후 만주에서 번역, 출판된 로스역 복음서 중심으로 유입됐고, 한국 개신교의 최초의 장로 백홍준을 중심으로 신앙공동체가 본격적으로 꾸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진해서 성경을 권하는 자(권서)로 복음을 전하며 적극적인 증인의 삶을 살았다.

1883년 백홍준은 로스 목사로부터 권서인의 직임을 받아 활동하며 활발히 복음을 전했다. 특히 국경을 넘어 성경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복음서의 발각 위험을 없애기 위해 밤새 쪽 복음을 한 장씩 낱장을 엮어 새끼줄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끈 성경을 국경을 통과한 이후에 다시 정성껏 풀어 사람들에게 은밀하게 배포한 것이다.

당시 미국성서공회 보고서에는 권서인의 모습에 대해 “한국의 권서들은 종종 등에 ‘복음짐’을 메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돌아다녀야만 한다. 형편없는 식사를 해야 하고 더럽고 벌레가 득실거리는 객사에서 자야 하기도 한다. 이에 더하여 사람들로부터 경멸과 모욕을 당하고 무심한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방해받는다. 그래서 권서가 되어 그리스도를 위해 그런 어려움을 견디려면 튼튼한 육체뿐 아니라 강인한 성품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록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된 삶”

무거운 짐과 험난한 길을 넘어 성경을 받은 것에 감사하며, 이제는 성경을 받지 못한 이웃을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는 전쟁, 지진, 경제 불황, 빈곤 등으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전달되는 성경은 하나님의 위로와 소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다.

서아프리카 베냉에 사는 케서린(Katharine)은 가난이라는 대물림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여느 베냉의 여성으로 살았다. 베냉의 문맹률은 57.6%에 이르기에 인구의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글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베냉성서공회의 문자 교실을 통해 케서린의 삶이 변화됐다.

“전통사회에서 딸들은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집안일만 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성경을 배우는 문자 교실에서 글을 배우고 말씀을 읽게 됐습니다. 저는 더 이상 분노 속에 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대한성서공회는 성서주일을 기념해 아직도 전쟁과 재난으로 절망하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복음짐(성서)’을 전파하는 성서 후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한성서공회는 1973년 해외 성서 제작과 보급을 시작한 이래, 세계성서공회연합회와 협력하면서 해마다 120여개 언어로 240여개 나라에 약 600여만 부의 성경을 제작해 보급했다.

대한성서공회의 최종적인 목적은 ‘성서 보급’이다. 대한성서공회 관계자는 “지금 우리는 코로나로 무너졌던 일상을 점진적으로 회복해 가고 있지만, 아직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혼돈 속에 있다. 그러나 성경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소망을 준다”며 “지구촌 이웃들에게 성경을 보급하는 사역을 위해 한국교회의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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