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행동과 중독자는 구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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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행동과 중독자는 구별해야
  • 신지영 교수(백석대, 대한심리상담센터장)
  • 승인 2023.11.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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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교수의 '하나님과 동행하는 부부생활과 자녀양육' (27)
신지영 교수(백석대) / 대한심리상담센터장
신지영 교수(백석대) / 대한심리상담센터장

부부 중 한 사람이 물질 중독 즉 알코올이나 마약이나 약물에 중독된 상태이거나 비물질 중독인 관계중독, 일중독, 게임중독, 도박중독, 쇼핑중독 등에 빠져서 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 그와 관계 맺고 있는 가족은 어떠한 모습을 취하게 되고, 그 관계에서 어떻게 벗어나 회복의 순간까지 이르게 될 것인가? 

한 사람의 문제를 바라보는 가족의 경우, 상실감을 느끼기도 하며, 그의 문제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며, 가끔은 희망을 갖고 싶기도 하며, 분노하기도 한다. 그 가족은 한 사람을 변화시켜보려고, 관계를 회복해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독적인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되면, 가족은 함께 그 문제 속에서 힘들게 된다. 그래서 중독자의 가족을 ‘동반중독자’(co-addict)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중독자의 가족은 자신이 그 관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살아가고, 상대방을 통제할 수 없는 그 과정 속에서 사로잡히게 된다. 패트릭 카네스(Patrck Carnes)는 중독자의 가족이 보이는 생존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말한다. ‘자신의 의도를 무시하기’, ‘자신을 몹시 아프게 하는 행동을 못 본 체하기’, ‘자신이 혐오하는 행동을 은폐하기’, ‘아플 때도 쾌활하게 보이기’, ‘체면을 차리기 위해 갈등을 피하기’, ‘반복적으로 멸시 당하기’, ‘자신의 기준을 양보하는 것을 허용하기’, ‘자기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믿기’ 등이다. 이것은 중독자를 변화시키려고 시도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중독에 기여하는 행동이다. 중독자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척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수용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그러하다. 

또한 동반 관계에 있는 가족은 중독자에 대해 계속되는 비난과 비판이 이어진다. 상대방을 비난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받게 된 상처와 두려움이 있을 텐데 그에 대해서는 직면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비난은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자존감을 저하시키며,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개인적인 책임을 부인하고, 공통의 문제를 위해 일하려는 노력을 훼손하며, 중독의 시스템을 강화시키게 된다. 비난하기, 부인하기, 비밀로 하기, 과대감을 갖기, 합리화하기는 자신의 마음 속 두려움, 절망감, 무능감 같은 감정을 숨겨두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못하고, 중독자의 문제에 집중하게 되고, 이 관계는 계속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회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깊은 신념 체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잘못된 믿음, 해로운 믿음이 있다면, 여태까지 그 믿음으로 역기능적인 것을 반복했다면, 용기를 내어 건강한 믿음 체계로 바꾸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생명력 있는 삶이 되도록 자신 안에서, 관계 안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회복의 과정을 새롭게 밟아나가야 할 것이다. 그 과정 중 하나는 중독의 행동과 중독자를 구별하는 과정이 있다. 그의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절하지만, 그 사람을 거절하지 않는 구별 과정이다. 간혹 한 사람의 중독된 행동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 전체를 거부하고 싶거나, 그 사람의 문제를 부인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지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중독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직면하고, 그 사람 자체는 수용하는 과정을 밟는 것은 동반 가족의 새로운 회복의 시도가 될 수 있으며 자기를 성장시키는 걸음일 수 있다.

대한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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