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교회 공공성의 핵심 ‘S’, 세상과 연결된 섬김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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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교회 공공성의 핵심 ‘S’, 세상과 연결된 섬김이어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11.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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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㉟ Relationship. ESG, 공공선을 추구하는 목회

교회 밖으로 향하는 ‘사회(Social)’ 목회 주목
진정성 있고 교회 본질에 충실한 섬김 요청돼

ESG 용어가 처음 사용된 곳은 2004년 UN의 ‘Who Cares Wins’ 보고서였다.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용어는 이제 열풍처럼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래리 핑크 회장은 “ESG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겠다”는 파격 선언을 하며 ESG 열풍에 불을 붙였다.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시스템을 잘 구축한 기업이 투자할 만한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자사 이윤을 최대 선으로 여기던 영리 기업들이 앞다퉈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관공서나 연구기관, 대학교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2022년 ESG 경영을 선언하며 가장 앞서 나갔다. 최근 국내외 대표적 ESG 평가기관마다 ‘한국 최고기업’으로 SK를 선정하고 있다. 

사회적(Social)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깔리게 된다는 점에서 ESG는 분명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ESG를 활용한 목회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미 ESG라는 용어 안에는 신앙적 가치가 포함되어 있고, 믿는 자의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반영되어 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교회의 사회(Social) 책임,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위한 환경(Environmental) 보전, 투명하고 공정한 교회를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ESG 목회에서 사회(Social)는 훨씬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교회의 본래 사명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회(Social)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긍휼하게 여기셨던 하나님의 성품이 녹아 있다. 예수님도 이 땅에 머무는 동안 사회에서 가장 약한 자들을 열심히 돌보셨다. 초대교회 역사에서도 공동체를 돌보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사명이었다. 사도행전에서 교회의 키워드는 ‘하나님 사랑’과 함께 ‘이웃 사랑’이었다. 

한국교회 초기 역사를 되짚어보면 교회만큼 사회적 역할을 다했던 곳이 있을까. 선교사들과 성도들은 교회만 세운 것이 아니라 학교와 병원을 함께 설립했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기반을 닦으며 지금의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교회는 민주화 운동과 산업선교 현장에서 약자들의 편에 있었다. 최근에는 여러 교회들이 마을목회에 주목하면서, 사회(Social)를 향한 새로운 목회적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ESG 목회에서 사회(Social)는 세상을 향한 교회의 책임이면서 소통이다. 겸손히 섬기되 교회의 본질에 충실한 역할을 교회는 감당해야 한다.
ESG 목회에서 사회(Social)는 세상을 향한 교회의 책임이면서 소통이다. 겸손히 섬기되 교회의 본질에 충실한 역할을 교회는 감당해야 한다.

사회적 섬김의 새 관점 필요
예장 통합총회가 올해 정기총회에서 결의한 ‘ESG 목회지침’에서는 ‘사회(Social)’ 목회를 ‘공공선을 추구하는 목회’로 규정하며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교회는 지역사회의 플랫폼으로서 지역사회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여 그들과 다양한 활동 속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실천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거룩한 조직으로서 공공선을 추구하여 지역사회의 성숙, 즉 거룩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일한다. 우리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주민, 기후변화, 난민, 전쟁 등 지구적 공조가 필요한 곳에 함께한다.”

이런 설명에 비춰볼 때 지금 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잘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을까? 얼핏 보면 이미 한국교회는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Social) 목회를 잘 감당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와 호감도가 추락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초 기윤실이 발표한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사회봉사를 많이 하는 종교’ 1위가 가톨릭(29.4%)이고, 2위가 개신교(20.6%)였다. 한국 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종교 1위도 26.7% 가톨릭이었다. 2위 역시 19.8% 개신교였다.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는 “실제로 전국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종교는 개신교이지만, 국민들은 가톨릭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결과는 조사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교회가 봉사와 구제 활동을 열심히 해도 그 진정성이 의심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SG 목회에서는 지금까지의 사회적 목회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 장헌일 박사(생명나무교회)는 “교회의 공교회성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이 ESG 목회 중 ‘S’이다. 한국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역이기도 하다”면서도, “지역 안에 있는 공공기관이나 단체들과 협력하는 사회적 목회가 필요하다. 교회가 완장을 차지 말아야 하며, 공익성을 가져야 하고, 전문화 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교회주의에서 벗어나 교회가 활동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벗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목회’ 사역을 두드러지게 펼쳐온 오빌교회 오만종 목사는 “옥스퍼드대 교수였던 존 웨슬레가 로우 처치(Low Church)를 지향하며 세상으로 나와 노동자와 실업자, 가난한 자를 직접 만나며 목회했던 것을 늘 생각한다”면서 “ESG 목회 차원에서 교회는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오늘날 교회의 사회적 섬김은 교회 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세상과는 단절된 채 교회 안에서의 코이노니아와 디아코니아로 그치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오 목사는 “4차 산업혁명, AI의 도전과 같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교회의 제대로 된 대응이 필요하다. 교회 역사를 돌아보며 세상의 변화에 잘못 대응했던 가톨릭교회를 교훈 삼아, 한국교회는 종교적 관심을 넘어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 섬김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성 있는 소통과 본질
ESG 목회에서 ‘사회(Social)’ 사역의 핵심은 공공선이다.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큼 이기적이어선 안 되며,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겸손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의 본질이다.

서울여대 박진규 교수는 세상이 교회에 바라는 3가지에 대해 ‘교회가 세상의 일원이 되는 것’, ‘교회가 어떤 상황에서도 정의와 약자의 편에 서는 것’, ‘교회만은 비물질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SG 목회를 적용하고 있는 김포아름다운교회 전규택 목사는 “교회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교회의 생존전략은 달라야 한다. 이익이 아니라 희생과 섬김과 사랑, 예수님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만종 목사는 교회는 오프라인 ‘사회(Social)’ 사역 이상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미 마을목회를 다각도로 접목해온 오만종 목사는 “마을목회가 오프라인 중심의 목회라면 이제는 온라인 세대를 위한 또 다른 사회, 소사이어티와 접점을 만드는 역할을 교회는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만 채널 방식보다는 교회의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ESG 거대 담론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ESG 목회를 추구한다고 할 때에도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목회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장헌일 박사는 “기업들이 소위 ‘윤리 세탁’(Ethics Washing)을 위해 ESG경영을 선언하는 것처럼, 교회가 유행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공교회성을 가장 중심에 두고 지역공동체와 함께해야 한다. 장단기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S에 초점을 둔 사역을 하면, 환경(Environmental)과 거버너스(Governance) 관점의 목회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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