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은혜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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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은혜와 눈물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3.11.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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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나는 눈물에 참 인색하다. 일상생활에서 눈물을 흘려야 될 상황에서도 좀처럼 나오지 않아 내 감정 표현이 잘못 전달될 때도 있다. 눈물은 외부의 다양한 자극에 의해서 나오기도 하지만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도 분비된다. 내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은 찬송가다. 설교를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일은 드무나 은혜로운 찬송가 앞에선 곧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중 키워드는 ‘은혜’다. 70여 평생을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지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 흑흑 소리를 내며 울어 본 적이 있다. 1993년 12월 마지막 주일 예배. 서울에서 27년 동안 섬겨온 교회를 떠나야 할 시점이었다. 그렇게도 원했던 대학교수로 임용이 되어 학교가 있는 천안으로 거주지와 교회를 옮기게 된 것이다. 예배 끝 순서로 송년주일에 가장 많이 부르는 찬송가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부를 때 눈가가 촉촉함을 느꼈다. 2절을 부르기 시작할 때 주체할 수없이 흐르는 눈물을 추스를 수 없어 할 수 없이 밖에 나와 실컷 울었다. ‘감사’의 눈물이다. 인생의 3대 목표(다분히 세상적인 목표이긴 하나)를 장로, 박사, 교수가 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이제 그걸 다 이루게 되었으니 그 감사함이란 말할 수 없었다. 1절 가사가 그동안 내 삶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한이 없는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
자나 깨나 주의 손이 항상 살펴 주시고
모든 일을 주안에서 형통하게 하시네.

평소에 무의식적으로도 흥얼거리는 내 애창곡,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고린도전서 15장 10절이 오롯이 담긴 찬양 가사도 바로 내 삶과 너무도 일치한다.

그 어려웠던 1960년대 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오르는 향학열을 누르지 못해 별  대책 없이 상경했다. 당시 취직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2년제 대학이었던 교육대학교에 입학했다. 숙식할 데가 마땅치 않아 지도교수님께 그 사정을 말씀드리니 바로 입주제 가정교사 자리를 알선해 주셨다. 그래서 어렵게나마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십여 년을 보내며, 30대에 그토록 가고 싶었던 야간대학에 편입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며 석사과정을 마친 후 중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그 후, 박사과정을 마치고 대학교수가 된 것이다. 그것도 여느 대학이 아니고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 기독교 글로벌 리더를 양육하는 학교로 날 보내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동안 내 삶의 구석구석에 하나님의 ‘은혜’가 포진하고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 아니면 이렇게 될 수 없다.

성경에 기록된 ‘은혜’는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 대한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주님의 은혜이다. 육신의 생명 주신 것도, 영혼 구원으로 영생을 주신 것도, 넉넉하든 빠듯하든 의식주를 공급해 주시는 것도, 험한 세상에서 보호해 주시는 것도. 그 하나하나가 다 은혜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사할 뿐이다. 그 감사가 깊어지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눈물처럼 사람의 마음속의 상태를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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