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우리 사회의 잃어버린 ‘틈’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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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우리 사회의 잃어버린 ‘틈’을 그리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11.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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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서정원Ⅱ 전시회, 21일부터 28일까지 한국마이크로비학교서 개최

한때 화려한 조명과 떠들썩한 음악으로 가득했던 이태원의 거리는 한산했다. 수많은 무고한 젊은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1주년이다. 그날의 거리에는 어떠한 작은 ‘틈’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주건우 청년 작가(27‧새빛교회)는 ‘틈(Gap)’이라는 미술작품을 통해 현 사회 속에서 잃어버린 ‘틈’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주건우 작가의 작품.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주건우 작가의 작품 ‘틈(Gap)’.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린 아가서정원Ⅱ 전시회에서는 ‘틈’에 대한 고민이 담긴 그의 작품이 선보였다. ‘마을, 우리 정원이 되다’라는 주제로 밀라노 예품교회(담임:정상신 목사)가 주관한 이번 전시회에는 10명의 작가의 작품, 총 15점이 전시됐다.

주 작가는 “어린 시절 자란 집, 나지막한 돌담에는 틈들이 많아 쉽게 넘나들 수 있었다. ‘틈’이라는 작품을 통해 굳게 닫힌 벽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 벌어진 틈이 가진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골 고향마을과 우리 집과 옆집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던 건 열린 문과 같은 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운동장 좌우로는 높은 담 대신, 나무들이 빼곡히 심겨 있었다. 교문 밑 개구멍 사이로는 작은 생명체들이 제집처럼 학교 문을 오갔다.

특별히 그는 이러한 틈을 보며, 성소의 휘장을 찢으셨던, 몸의 틈을 열어 피를 쏟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묵상했다. 주 작가는 “어떤 마음의 공허함도 우리의 노력으로는 메울 수 없다. 우리의 빈틈은 오로지 자신을 열어 우리를 품어주신 예수님의 은혜로만 채울 수 있단 사실을 묵상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아가서정원Ⅱ 전시회에서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함께 어우러진 ‘마을 공동체’를 다루는 작품에 주목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정상신 목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마을공동체를 가꾸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이탈리아 토스카나 시에나(Siena)에서 15년간 생활하며 경험했던 지역공동체의 살아있는 모습을 한국사회에 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린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작품은 파비오 마찌에리의 '시에나의 아가서 정원'.

시에나는 ‘콘트라다(Contrada)’라고 불리는 17개 지역으로 이뤄져 있으며, 모든 콘트라다는 각각의 교회와 박물관, 회관, 큰 주방, 광장과 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믿음이 있든 없든 간에 콘트라다 교회를 ‘집’으로 여긴다.

이번 전시에는 이탈리아 전시 기획자 파비오 마찌에리와 라우라 톤디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정 목사는 “대도시를 제외한 이탈리아 모든 도시와 지역에는 각각의 지역공동체가 살아있다”며 이번 전시회가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묵상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특히 전시회에는 감리교회 월간지 <기독교세계> 표지에 수록된 작품들이 전시됐다. 라우라 톤디의 작품 ‘여행의 조각들’에는 여행지에서 경험한 마을의 정취가 담겼다. 엷은 빛이 잔잔히 퍼지는 모습을 은은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그의 그림은 화려하고 특별한 것보다 일상의 평범함에 감사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경성 작가의 작품 ‘떨기나무-처음사랑’은 그가 젊은 시절 정처 없이 무전여행을 하며 경험한 산골동네의 불빛을 그렸다. 캔버스 위에 소멸침식기법으로 원색의 그림을 두텁게 올리고 그 위를 석회로 덮은 후 갈고 녹여내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작가는 작품 표면의 요철을 매끄럽게 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이 마음에 들 때까지 인내함으로 작품을 완성해나갔다. 그의 그림에는 나그네로서 어둠 속에서 찾은 산골동네의 불빛이 주는 무한한 위로와 따스함이 담겼다.

정상신 목사는 “지역 마을의 모든 것이 서로를 어우를 수 있고 마을이 자신의 자랑이 될 수 있다면, 이 사회의 많은 것들이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을이 우리의 정원이 되길 꿈꾸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박동화 작가의 '도성영가' 작품.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아가서정원Ⅱ 전시회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이태원 녹사평대로 한국 마이크로비 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이나경 작가의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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