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터콥 이단, 사법심사 대상 아냐” 판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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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인터콥 이단, 사법심사 대상 아냐” 판결 이유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11.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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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합신총회 상대 인터콥 청구 ‘각하’ 결정
법원 ‘종교 중립성’ 원칙 견지, “교리 판단은 교단 몫”

법원이 이단 논쟁에 대한 국가 법원의 불개입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국가의 종교 중립성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헌법을 근거로 그간 법원은 특정 종교의 이단이나 사이비 여부로 인한 분쟁에 개입해 교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는 판례를 수차례 완성해 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도 지난 14일 인터콥선교회가 예장 합신총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단의 이단 결의 무효 소송과 관련해 ‘각하’를 결정했다. 판결의 핵심 이유를 요약하자면 법원의 불개입 원칙이다. 

법률 용어로서 ‘각하’(却下)는 소송에서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부적법한 것으로 보고 소송 관련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종료하는 처분이다. 쉽게 말해 소송의 형식적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장 합신총회는 작년 9월 제107회 정기총회에서 인터콥선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합신총회는 이미 2013년 제98회 총회에서 인터콥과 교류 및 참여금지를 결의한 바 있으며, 2020년 제105회 정기총회에서는 이단대책위원회가 수임 안건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고하며 “교회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단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청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2년 뒤 합신총회는 인터콥선교회에 대해 이단으로 최종 결의했다. 

인터콥선교회는 이단 결의에 반발해 작년 12월 이단 결의 취소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고, 올 6월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되어왔다.

인터콥선교회는 “교단의 이단 결의는 기독교계에서 사실상 사망 선고에 해당한다”면서, 특히 이단 결의 과정에서 인터콥측이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을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다. 

인터콥은 처음 ‘총회 결의 취소의 소’를 제기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총회 결의 무효 확인의 소’로 변경하며 소송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도록 변화를 시도했다. 교단의 결의 취소보다 무효를 확인하는 것을 나은 전략으로 판단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의 최종 판단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각하’였다. 

재판부는 “원고는 인터콥선교회가 이단임을 확인한 결의가 무효라는 취지의 소를 청구했지만 이러한 결의는 원고의 사법상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은 사실상 합신총회가 예상했던 결과와 딱 맞아떨어졌다. 

소송 초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인터콥측 주장에 반박하면서, 합신총회는 “교단의 이단 결의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재판부에 각하를 요청했다. 약 5개월의  심리 끝에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합신총회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 됐다.

법원의 판단과 같이 합신총회가 결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교리 논쟁에 대해 법원이 개입할 수 없다”는 법원 판례가 꽤 많기 때문이다.  

당장 근래 판례를 보자. 2017년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는 ‘이명범, 변승우, 이승현, 평강제일교회, 김성현, 성락교회’가 제기한 총회 결의 등 효력정지 등 가처분 사건에서 “이단 결의는 사법심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판단하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통합총회는 정기총회 이전,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선포했다. 하지만 총회 현장에서는 특별사면을 무효로 하는 결의가 있었고, 이에 불복한 소송에서 원고들은 패소했다. 

재판부는 “채권자들이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단 결의가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종교상 교의 또는 신앙의 해석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 “결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판결문이 올해 합신 판결문과 판박이 같이 유사하다. 
법원은 이단 결의와 관련해 교단 결정을 존중하면서 특히 공익적 성격을 주목하기도 한다. 

2004년 대법원은 예장 통합총회가 교인들에게 배포한 ‘사이비이단연구보고집’에서 신천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위법성이 없다”고 기각했다. 신천지측은 원문에 없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논리적 분석과정을 생략한 채 단정적 표현을 사용해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통합총회가 교리를 보호하고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는 관점이며, 교단의 공표내용이 매체에 인용되었다 할지라도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표현행위라고 봤다.

이번 합신총회 역시 이번 재판과 관련해 교단의 공익적 역할을 강조했다. 합신 이대위원장 유영권 목사는 “인터콥의 신학적 배경과 바탕이 성경에 어긋나고 선교지와 교회에서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성도들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규정을 내린 것”이라며 결의의 정당성을 언급했다.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서헌제 명예교수(중앙대)는 “법원은 어느 교파가 이단인지 여부에 대해 간섭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또 위법행위가 없는 한 교리적인 옳고 그름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면서 “사실의 적시로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가 절하된다 하더라도 공익적일 때 법원은 항상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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