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적 관점에서 생태목회 나서야
일상 속 작은 ‘탄소중립’ 실천해야
큰일은 늘 미세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균열을 통해 건물이 붕괴의 위험 가운데 있음을 알아차린다. 환경오염 문제도 그렇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안일하게 사용하고 버렸던 일회용품과 각종 폐기물은 지구의 수명을 앞당기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10년 이내 기후 변화로 지구생태계의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발표된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의 6차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 이내에 지구 온도가 1.5℃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존의 전망을 10년이나 앞당긴 수치다.
심각한 기후 위기 속에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통해 2050년까지 개인이나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국가와 기업, 민간의 협력과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생태계와 인류의 기후위기 시대 속에 ‘ESG 목회’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ESG 목회’는 하나님의 선교에 따라 인간 중심적 선교를 지양하고, 생명망으로 얽혀있는 모든 지구생명체의 공생을 위한 ‘생태목회’를 지향하는 일이다. 전 지구적 공동선을 지향하는 것은 교회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다.
먼저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1:25)고 말씀하신 창조세계인 ‘환경’(Environment)을 돌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교회의 건강한 성장은 교회가 세상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미칠 때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다음세대 복음 전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청년세대의 환경의식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교회가 기후 위기에 따른 문제를 인식하고, 선교적 관점에서 생태목회를 결단해야 할 때다.
‘창조세계 보전’을 이루는 녹색교회
‘ESG 목회’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유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돌봄의 ‘책임’을 지닌 존재라는 청지기적 소명(창:15, 롬8:19)에 근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E(환경) 목회’는 한국교회에 있어 낯선 개념은 아니다. 이미 한국교회는 오래전부터 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해 ‘녹색교회’라는 이름으로 환경주일예배를 드리며, 지역사회 안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ESG가 화두로 떠오르기 전, 2018년부터 ‘녹색교회 네트워크’를 조직해 활발하게 교류해왔으며, 2020년에는 ‘기후위기 녹색교회 비상 행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이 관심 있는 일부가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동참해야 할 책무라는 사실을 인식해온 것이다.
환경을 되살리는 일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교회와 기독교단체, 공동의 노력과 행동은 더욱 강조된다. 녹색교회들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제안으로 1982년부터 매년 6월 첫째 주를 ‘환경주일’로 지키고 있다. 환경주일연합예배를 드리며 지역사회 환경 현안을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거나 환경선교를 위한 환경 주일헌금을 모은다.
최근 탄소중립을 위한 운동이 한국교회 내에서 조직화 되고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2020년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신학포럼’이 조직돼 정기포럼을 진행하고 있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는 기후 위기대응 집중 사업인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난 2021년 3월에는 60여개 교회와 기독교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이 출범했다.
또 당해 5월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관으로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선포식’을 열고, 정부가 천명한 ‘2050 탄소중립’에 동참해 2040년까지 한국교회의 탄소 배출량 10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활동이 단지 선언적인 구호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은경 목사(감리교신학대학교 연구교수)는 “교회가 ESG 담론이 담고 있는 기후 위기, 지속 가능한 사회와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교회는 창조세계와 생명돌봄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알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며 ‘생명목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 속 작은 탄소중립 실천해야”
‘탄소중립’을 위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기존의 사업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노력과 함께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품 줄이기와 같은 ‘일상 속 작은 탄소중립’의 실천이 요구된다. 교단 차원에서 생태목회를 추진할 위원회를 구성하고, 신학생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강좌와 교재를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교회 차원에서는 생태 영성을 회복할 예배와 생태 정의에 대한 인식을 재고할 교육 실행, 에너지 관리를 위한 교회의 시설 관리 및 개선, 지역사회의 생태환경 보전에 협력하는 행동을 펼칠 수 있다. 또 탄소중립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 교회를 선별해 전문가적 시각에서 계속 컨설팅하고 지원하는 사업도 요청된다.
생태정의를 실천하는 녹색교회의 사례로 광주 주산교회(담임:김광훈 목사)는 지난 2005년부터 지역사회와 연대해 음식물 쓰레기 제로 운동에 동참하며, ‘빈그릇 밥상 운동 홍보활동’을 해오고 있다. 여름철에는 ‘대기전력 플러그 뽑기’, ‘실내온도 26~28도 유지하기’, ‘1인 1톤 온실가스 줄이기’ 등의 거리 캠페인을 통해 저탄소 실천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녹색주일을 지키는 교회도 있다. 부천시 지평교회(담임:이택규 목사)는 매월 4번째 주일을 ‘녹색주일’로 지킨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교회 성도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교회에 오도록 하며, 전등을 끄고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다. 지난 2006년에는 국내 교회 최초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고 있다.
그리스도인 개개인은 그동안에 누렸던 풍요로움을 내려놓고, 자연과 생명공동체의 공생을 위해 자발적 불편의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교인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항목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다음세대를 대상으로 탄소중립 실천교육이 이어져야 하며, 교회를 통해 배우고 습득한 실천이 가정과 일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그리스도인을 대상으로 ‘자발적불편운동 캠페인’을 통해 △일회용컵 쓰지 않기 △자전거 이용하기 △제품 원산지 확인하기 △전기요금 고지서 읽어보기 △탄소발자국 체크하기 △팜유없는 식품 이용하기 △친환경 나눔가게 찾아보기 등에 나설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정배 목사(현장아카데미)는 “기후붕괴 시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구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기독교인들이 인지해야 한다”며, 모든 그리스도인이 창조신앙을 가지고 세상보다 먼저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탄소제로 사회를 위해 그리스도인이 세상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창조신앙을 갖고 사는 기독교인의 책무”라면서 “세상을 돕고 세상에 앞서는 길을 갈 때 비로소 사람들은 기독교가 주는 가르침에 목말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