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성전의 거대한 규모는 솔로몬 성전과 달리 성소에 잇닿은 주거지역을 포함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성전의 ‘설계도’에서 제사장을 위한 땅은 ‘거룩한 땅’으로 지정됩니다. “너희는 제비 뽑아 땅을 나누어 기업으로 삼을 때에 한 구역을 거룩한 땅으로 삼아 여호와께 예물로 드릴지니… 그곳은 성소에서 수종드는 제사장들 곧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서 수종드는 자들에게 주는 거룩한 땅이니 그들이 집을 지을 땅이며 성소를 위한 거룩한 곳이라(45:1,4)” 거룩한 땅이라 불리지는 않지만, 제사장 구역 남쪽에 지정된 토지는 레위인들의 몫으로 분리되었습니다. “또 길이는 이만 오천 척을 너비는 만 척을 측량하여 성전에서 수종드는 레위 사람에게 돌려 그들의 거주지를 삼아 마을 스물을 세우게 하고(5절)” 제사장 구역과 레위인 구역을 벗어난 영역은 평신도와 왕에게 속합니다. “구별한 거룩한 구역 옆에 너비는 오천 척을 길이는 이만 오천 척을 측량하여 성읍의 기지로 삼아 이스라엘 온 족속에게 돌리고, 드린 거룩한 구역과 성읍의 기지 된 땅의 좌우편 곧 드린 거룩한 구역의 옆과 성읍의 기지 옆의 땅을 왕에게 돌리되(6~7절)”
이제 이 새 성전은 예배만을 위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이 함께 거하는 거룩한 도성이 된 것입니다. 그곳을 다스리는 이는 더 이상 절대권력자 왕(히, 멜렉)이 아니라 이끄는 지도자(히, 나시; 개역개정은 ‘통치자’와 ‘군주’로 번역)입니다. 이 지도자는 더 이상 백성을 착취하는 권력자가 아닙니다.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이스라엘의 통치자들아, 족하도다. 너희는 포악과 겁탈을 제거하여 버리고 정의와 공의를 행하라. 내 백성에게 속여 빼앗는 짓을 그칠지니라.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45:9, 개역개정 일부수정)” 그의 사명도 새롭게 정의됩니다. “군주의 본분은 번제와 소제와 전제를 명절과 초하루와 안식일과 이스라엘 족속의 모든 정한 명절에 갖추는 것이니 이스라엘 족속을 속죄하기 위하여 이 속죄제와 소제와 번제와 감사 제물을 갖출지니라(17절)” 군주가 백성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가 아닌 예배의 지도자로 섬기는 모습에서 이 도성의 혁신적인 모습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도성의 진정한 놀라움은 성읍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세상을 살리고 새롭게 하는 생명의 능력이 성전에서 뻗어 나와 만천하로 흘러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그가 나를 데리고 성전 문에 이르시니 성전의 앞면이 동쪽을 향하였는데 그 문지방 밑에서 물이 나와 동쪽으로 흐르다가 성전 오른쪽 제단 남쪽으로 흘러 내리더라(47:1)” 누수가 아닌, 콸콸 솟아 사방으로 흘러나가는 생수의 분출입니다. 천사가 에스겔을 물 쪽으로 부릅니다. 발목까지 차던 물은 무릎을 지나 허리와 머리까지 차오르고 이내 ‘사람이 능히 건너지 못할’ 높이가 됩니다(47:5). 이 물 곁에는 푸른 나무가 자라고, 그 물이 닿는 곳마다 물고기가 넘치고 생명이 되살아납니다. “이 물이 흘러 들어가므로 바닷물이 되살아나겠고… 각종 먹을 과실나무가 자라서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하며 열매가 끊이지 아니하고 달마다 새 열매를 맺으리니(47:9, 12)” 창조의 현장, 수면에 운행하시던 하나님의 영이 움직이시매 생명이 창조되었던 것처럼, 성령의 역사는 영적 생명을 창조합니다. 그것이 생명의 주되신 예수께서 외치신 기쁨의 소식, 복음입니다.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예수께서 서서 외쳐 이르시되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 이는 그를 믿는 자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요 7:37~39)” 에스겔이 보았던 성전의 물. 예수께서 선포하신 생수의 강. 우리는 그 실체이신 성령을 모신 사람들입니다.
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09) - “이 흘러 내리는 물로 그 바다의 물이 되살아나리라” (겔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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