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교회의 사명은 모든 영역에, ESG 목회는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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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교회의 사명은 모든 영역에, ESG 목회는 선택 아닌 필수”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11.2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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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 (33) Responsibility, ESG 목회를 시작해야 할 이유

예배만 잘 드리면 되는 줄로 알았다. 매 주일마다 서너 번씩 예배를 드리고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 철야를 잘 챙기면. 기도 열심히 하고 거리에 나가 전도지를 뿌리면 교회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예배당 안으로만 부르지 않으셨다. 온 우주 천하 만물을 창조하신 그분은 우리를 세상 속에 보내시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라 명하신다. 교회란 예배당 안에 웅크려 우리끼리 은혜를 나누는 곳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임하길 기도하며 행동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교회의 사명은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향한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환경, 그 모든 곳에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필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 교회의 역할이 보다 확장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며 떠오른 개념이 바로 ‘ESG 목회’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가 목회 환경에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차츰 심화되는 한국교회의 위기 속에 ESG 목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가 목회 환경에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차츰 심화되는 한국교회의 위기 속에 ESG 목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기업 평가 지표에서 출발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그리고 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쓰였다. 기존엔 기업의 가치가 재무제표, 즉 얼마나 금전적 성과를 냈느냐로 평가됐다면, 이제 사람들은 기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하느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이 기업이 양심적인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본다는 것이다.

기존부터 사용됐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약간 개념이 다르다. ESG가 도입되기 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소위 ‘이미지 관리’를 하기 위한 봉사활동 정도에 가까웠다. 하지만 ESG 관점은 단순히 이미지 관리를 위한 활동을 넘어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킬 것을 요구한다. 투자자와 소비자는 기업의 ESG 역량을 보고 투자나 구매 결정에 반영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환경(E)은 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 전반에 대한 요소를 다룬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자원소비 감축, 탄소배출량 감소 등이 환경 영역에서 관심을 갖는 주제들이다.

사회(S) 영역에는 근로환경과 노사관계, 지역사회 기여 등의 요소들이 포함된다. 기업 내부에서는 근로자의 인권과 안전, 직원 만족도와 교육 기회 등을 포함한 근로 여건, 여성 및 장애인 보유 직원 비율 등을 들 수 있다. 기업 외부로 시선을 돌리면 지역사회 기여도와 제품 책임, 고객 만족 등이 포함된다.

지배구조(G)는 기업의 경영진과 이사회, 주주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 간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영역이다. 이사회 구성 및 다양성, 경영진의 보수, 주주의 권리 보장, 윤리 경영과 감사기구 등이 강조된다.

 

성경에서 찾는 ESG 목회

교회에서 펼칠 수 있는 ESG 목회도 기업의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에너지 절약이나 탄소배출 감축과 같은 환경 이슈는 교회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고 근로환경은 교회 출석 환경으로, 직원 만족도는 교인 만족도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은 당회 또는 공동의회 구성의 다양성으로 치환하면 된다. 지역사회 기여도나 윤리적인 경영 역시 교회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관건은 왜 ESG 목회를 해야 하느냐다. 전통적인 교회의 역할로 분류되는 예배와, 기도, 전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한국교회만의 강점으로 꼽혔다. 선교계에서 복음전도와 사회선교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할 때도 언제나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내세우며 우선순위를 분명히 할 것을 강조해 온 한국교회다. 때문에 교회는 전통적 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사회로 눈을 돌렸다간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름 아닌 우리 신앙의 본질인 성경에서 ESG 목회의 근거를 찾는다. ESG 목회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교회’의 배경에는 ‘창조세계 보전’이라는 핵심 가치가 존재한다. 교회가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을 돌볼 청지기로서 환경 보호에 힘써야 할 이유는 성경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회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믿는 자들이 고아와 과부, 가난한 자와 사회적 약자를 돌볼 것을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사도행전은 초대교회가 각 사람의 필요에 따라 소유를 나눠 그들 중 가난한 사람이 없었다고 기록한다.

성경에서는 평등하고 공정한 지배구조의 예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세워 백성들을 다스리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초대교회가 일곱 집사를 선출하는 과정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된 공동체 업무의 좋은 모델이다.

신학적으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예장 통합이 올해 정기총회에서 정책문서로 채택한 ‘ESG 목회지침’에서는 “우리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 부름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하나님의 뜻은 교회 울타리 안과 밖을 아우르는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면서 “복음은 개인적이며 동시에 공적이다. 교회는 복음전도와 함께 세상 속에서 복음에 대한 책임적 실천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ESG는 ‘오래된 미래’

ESG 목회가 절실히 요청되는 이유는 오늘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지구 생명 공동체는 극심한 기후변화에 따라 지속가능성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세상 속에 존재하는 교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통합 목회지침은 “지구 생명 공동체의 생명의 풍성함을 위해 일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성령의 능력으로 온 세상 가운데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는 성령님을 기대하며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ESG 목회는 위기를 맞은 세상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위기를 맞은 교회를 위해 교회 스스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교회는 개신교가 전래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신뢰도는 다른 주요 종단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고 청년 이탈 현상도 끊이지 않는다. 교회가 신뢰를 되찾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소통하며 공동선을 이루는 일이 숨을 쉬듯 당연해져야 한다.

사실 ESG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한국교회는 나름의 방식으로 ESG 목회를 실천해왔다. 선교사들은 초기부터 학교와 병원을 설립하며 이 땅의 열악한 교육, 의료 환경을 개선했고 가난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교회 역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웃을 돕는 일에 힘써왔다. ESG 목회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닌 ‘오래된 미래’인 셈이다.

지난해 한국기독교교육학회에서 발제에 나선 이호영 박사(연세대)는 “세상의 일은 세상에 맡겨두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원론적 접근이 더 이상 설득력을 유지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며 “ESG 경영이 제시하는 다양한 전략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경험하고 있고, 또 미래에 경험할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유용한 아이디어를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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