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칼럼]죽음도 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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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칼럼]죽음도 별과 같다
  • 홍보옥 웰다잉 강사(각당복지재단)
  • 승인 2023.11.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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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죽음을생각하다㉗

태양 빛이 작열하는 대낮이나 구름이 잔뜩 낀 어두운 밤에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하늘에 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죽음도 별과 같다. 우리가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죽음도 삶과 동시에 잉태되어 무형(無形)으로 삶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별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죽음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죽음에 좀 더 가까이 서 있는 노인도 예외는 아니다. 노인 대상 죽음 준비 교육을 하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노인조차도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준비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생애 말기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복수 선택하게 하였다. 설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90.6%), 신체적·정신적 고통 없는 죽음(90.5%), 스스로 정리하는 죽음(89.0%), 가족과 함께 맞이하는 죽음(86.9%) 순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죽음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79.6%가 수의, 묘지, 상조회 가입과 같은 장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과는 달리 유서 작성, 죽음 준비 교육 수강,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장기기증 서약 등의 좋은 죽음(Well-Dying)을 위한 주변 정리를 하는 비중은 27.4%로 낮게 나타났다.

또, 임종 기간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답한 노인 비율은 85.6%이며, 이 중 절대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강력한 의사를 보인 응답은 46.0%로 높게 나타났지만 65세 이상 전체 노인 인구 970만 명 중 142만 명만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상태였다. 이는 노인 7명 중 1명 만이 연명치료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문서로 표명한 것으로 아직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는 주저하는 노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꺼리는 노인을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면 조금 더 있다 써도 늦지 않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답이 나오기도 하는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나면 금방이라도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올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이 죽음을 앞두고 유서를 쓰는 것처럼 불길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답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대도 가족들이 반대하고 연명의료를 주장하면 병원에서도 어쩔 수 없이 가족의 의사를 따르는 것이 현실인데 뭣 하러 번거롭게 작성하냐는 것이다. 그리고 늙고 병들면 가족의 결정을 따르는 게 순리라고 말한다. 

필자는 이런 부정적 반응을 경험할 때면 죽음 불안과 두려움 감소를 위한 교육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본인의 결정이 어떤 상황에서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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