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예배자의 마음이 하나님께 향하는 것이 제사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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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예배자의 마음이 하나님께 향하는 것이 제사의 본질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11.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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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08) - “그리하면 내가 너희를 즐겁게 받으리라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겔 43:27)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지극히 거룩한 성전의 법도 중 제일 먼저 소개된 것은 제단의 규례입니다. 성전으로 들어온 하나님의 영광은 지성소에 머물지만, 예배드리는 성도의 시각에서는 제물을 가져다 하나님께 드리는 장소인 번제단이 먼저 소개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미터 정도나 되는 장대한 이 번제단은 하나님의 영광이 ‘입장’하신 동편 문에서 성소로 향하는 선상에 놓여 있었습니다. 제물을 드리는 성도의 마음과 시선이 성소를 향하도록 한 배려입니다. 희생제물을 드리는 제사가 단순한 도축이 아닌 이유는, 그 제물과 함께 예배자의 마음이 하나님께 향하는 데 제사의 본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사는 그 자체로서 죄를 사하고 죄인을 구원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모든 제사는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드려 이루실 구원의 그림자였습니다. “율법은 장차 올 좋은 일의 그림자일 뿐이요 참 형상이 아니므로 해마다 늘 드리는 같은 제사로는 나아오는 자들을 언제나 온전하게 할 수 없느니라 그렇지 아니하면 섬기는 자들이 단번에 정결하게 되어 다시 죄를 깨닫는 일이 없으리니 어찌 제사 드리는 일을 그치지 아니하였으리요 그러나 이 제사들에는 해마다 죄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있나니 이는 황소와 염소의 피가 능히 죄를 없이 하지 못함이라”(히 10:1~4) 구약의 성도들도 우리처럼 메시아이신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장차 오실 메시아’를 믿었고, 우리는 ‘이미 오신 메시아’를 믿는다는 것일 뿐입니다. 에스겔은 여전히 구약에 속하지만, 이스라엘 땅에 건축되지 않을 성전의 설계도를 통해 제사와 성전, 제사장직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그리스도 예수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번제단의 설명이 마친 후 에스겔은 제단을 정결하게 하는 예식을 집전하여 하나님께 봉헌합니다. 일찍이 애굽을 나온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지시대로 성막을 짓고 제단을 바칠 때 모세가 감당했던 일이니, 유배와 귀환을 거쳐 회복된 이스라엘에게 허락될 영광스러운 새 성전이 ‘에스겔 성전’으로 불리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제사장 가문에서 태어나 제사장으로 훈련되었지만 바벨론 유배로 인해 지상의 성전에서 제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던 에스겔이, 이 성전의 환상 속에서는 제단을 봉헌하고 제사장들에게 인도하는 영광스러운 직분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단의 봉헌은 8일에 걸친 장엄한 예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먼저 수송아지의 피를 제단 뿔과 가장자리에 발라 제단을 정결하게 하고 속죄제물을 번제로 드렸습니다(43:19). 이것은 차후에 제단을 위한 희생제를 집행할 제사장을 먼저 정결하게 하는 예식입니다. 이후로 에스겔은 7일간 매일 숫염소 한 마리를 속죄 제물로, 수송아지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를 번제물로 드립니다. 새로운 성전, 새 제단을 통한 예배가 우상숭배와 불순종으로 더렵혀진 옛 성전, 옛 제단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완전수 일곱 번의 사이클입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모셨어도 예배자가 준비되지 못하면 그분과 교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엄중한 절차가, 하나님께 나아가는 산 길을 여시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치르신 존귀한 희생을 보여주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나니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롭고 산 길이요 휘장은 곧 저의 육체니라”(히 10:19~20, 개역한글)” 우리는 더 이상 모세도, 아론과 그 후손 제사장들도, 신비로운 계시를 받은 예언자들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유일한 중보자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것을 이루셨기에(딤전 2:5), 이제는 그리스도 한 분으로 족합니다. 오직 그리스도!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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